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지급 근거가 없어서 자칫 사장님 월급을 못 줄 지도 모릅니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이 올해 정기주주총회 뜻밖의 현안으로 부상했다.
주주인 등기이사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으로 이사 보수 안건을 다루는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면서다.
오너가 상당한 지분을 갖고 이사로 경영하고 있는 회사들에게 발등의 불이다. 오너 지분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예년과 달리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야 해서다.
특히 국민연금이나 행동주의 펀드들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대응이 이번 주주총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사 보수 건은 주주권 행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남양유업 홍원식發 대법원 판결, 재계 뒤흔들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지배주주였던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찬성표를 행사한 주주총회 결의를 무효로 확정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023년 초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50억원 한도의 이사 보수 한도 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갑질 논란에 지난 2021년 5월 경영권과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키로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계약 파기에 골몰하던 때였다.
당시 주총에서 선임된 행동주의 펀드 측 감사가 사내이사인 홍 전 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에 찬성한 것은 상법상 이해관계인 의결권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인용을 거쳐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이사인 주주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주주총회 결의 시 특별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여 의결권이 제한된다'는게 판결의 요지였다.
그간 이사 전체 보수 한도를 승인하는 것을 두고 주주인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맞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기는 했지만 실무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업무를 처리해왔다. 법원 판결도 엇갈렸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이사의 전체 보수 한도’에 대해서도 주주인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상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회사 배임 이슈 휘말릴 수도
법무법인 광장은 판결 직후 발간한 해설에서 "대상 판결은 이사 보수 한도의 승인 결의에서 이사인 주주가 특별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광장은 "향후 소액주주 등에 의해 (이사인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을 때) 한도 승인 안건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 취소의 소가 제기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실제 해당 결의가 취소되는 경우 이사는 법률상 원인 없이 보수를 지급받은 것이 되어 회사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가능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광장은 또 "특히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러한 이사 보수 결의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자칫 회사가 위법한 결의에 따라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했다간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도, 포함도 안된다..우호지분을 확보하라
대주주인 이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에 더해 해당 지분이 의결권 산정 자체에서 배제되면서 실무진들이 의결권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즉, 오너 이사가 50%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서는 오너 지분을 제외한 50% 지분이 100%로 산정된다. 분모에서 오너 이사 지분은 빠진다. 자사주가 전체 발행 주식 산정에서 제외되는 것과 같다.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은 보통결의로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면 된다.
오너 이사 지분이 50%인 경우 4분의 1인 12.5%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진다. 40%인 경우 15%, 30%인 경우 17.5%의 타인 의결권이 필수가 된다.
오너 지분이 낮을수록 더 많은 타인 지분이 필요해지지만 현실에서는 우호지분이 있을 것이므로 실제론 지분율이 높을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난데없이 우호지분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호지분 여부에 따라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처리 난이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코스닥 상장사 한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이 3%로 제한되는 감사 선임보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 의결이 더 어려워질 판"이라며 "의결권 지분을 모으는 것 자체가 관건이 된다"고 토로했다.
지분 분산 대기업은 느긋, 오너십 중견중소기업에 불똥
오너 이사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이번 이슈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지분이 대주주에 집중돼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에게 더 큰 이슈다.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의 건을 다룬 현대모비스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85.7%, 의결권 행사 주식수 기준 98.8% 찬성률로 해당 안건을 처리했다.
현대모비스는 기아 18.1%, 정몽구 명예회장 7.475%, 현대제철 6.07% 등 대주주측 지분율이 32.7%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인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0.33%로 안건 처리에서 전혀 변수가 안됐다.
18일 정기주주총회를 연 삼성전자도 이재용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1.65%에 불과하고 특히 등기이사도 아닌 까닭에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서는 의결권 행사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
지난해 1500억원대 매출을 올린 유비쿼스홀딩스의 경우는 사뭇 달랐다. 이 회사는 이상근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로 지분은 50.1%에 달한다. 등기임원인 조규남 경영자문도 1.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주총회결과를 보면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73.9%의 찬성률을 보였으나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찬성률은 발행주식 총수 기준 42.1%로 뚝 떨어졌다.
오너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정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행동주의 타깃 기업서 부결 사례 나올 수도
국민연금과 행동주의펀드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타깃으로 점찍은 기업들 가운데 실제 부결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반대는 국민연금의 단골 주주권 행사 소재였다. 올해는 더욱 반대 의사 표시가 명확해진 모습이다.
올들어 지난달 27일부터 19일까지 정기주주총회를 마쳤거나 앞두고 있는 상장사 33곳의 의안 내역을 살펴본 결과 국민연금은 무려 18개 상장사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롯데정밀화학, 롯데칠성음료, 롯데에너지 등 롯데그룹 상장사들을 필두로 효성중공업과 효성티앤씨 등 효성 상장사에 대해, 또 삼성그룹 상장사들 가운데 삼성이앤에이와 삼성카드, 삼성SDI, 삼성SDS의 이사 보수한도 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생명보험 등에 대해선 찬성표를 던졌다.
예를 들어 효성티앤씨는 효성 20.78%, 조현준 회장 20.73% 지분을 보유중에 있다. 조 회장은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이에 이사보수한도 건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조현준 회장의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이사 선임에도 반대하고 있는 만큼 같은 안건을 다루는 효성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 조현준 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41.02%로 해당 지분은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서 쓸 수 없다.
행동주의펀드들 역시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카드다. 남양유업 판결을 이끌어 낸 것 자체가 행동주의펀드측이 선임한 감사였다.
차파트너스운용은 삼영전자공업에 주주제안을 했고, 얼라인파트너스도 DB손해보험, 가비아, 덴티움, 코웨이, 에이플러스에셋 등에 주주제안을 낸 상태다. 해당 기업의 오너 이사 지분율이 상당할 경우 주주제안 방어에는 성공하더라도 자칫 이사보수한도의 건은 승인받지 못할 수도 있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이사보수한도의 건은 매해 정기주주총회 승인 사안인 만큼 의결권 확보에 애를 먹는 오너 이사라면 이사직에서 빠지거나 이사 보수를 이사회에서 정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회하는 전략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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