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미국의 중국 견제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추진 등의 영향으로 국내 조선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한국 조선업의 장기 과제 중 하나인 숙련공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랠리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현재 국내 주요 조선사 대부분이 용접 등 숙련 기술이 필요한 분야서 매년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 국내외서 이들 숙련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종국에는 미국처럼 조선업 쇠퇴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 대신 내국인…정부, 조선업 외국인력 제도 손보나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외국인력 대신 내국인을 더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3사가 내국인 고용 비중을 늘리려는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울산 타운홀 미팅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조선 분야에 싸게 고용하는 건 좋은데 지역경제에 뭔 도움이 되느냐, 조선 업계는 좋겠지만 우리 지역의 노동 기회를 빼앗기는 게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E-7 비자가 무한 확대돼 원청 일자리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그런 차원에서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동)은 “법무부가 E-7-3 비자를 이번 정부에서 최대한 멈추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2022년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E-7 비자 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 숙련공을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이런 정책 흐름은 조선소 외국인 인력 급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스마트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에서 E-7-3 비자를 발급받아 종사한 외국인 근로자 수가 5년 전과 비교해 약 5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7-3 비자는 △조선용접공 △선박전기공 △선박도장공 등 숙련된 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국내 조선소에서 근무하기 위해 받는 비자다.
[단독] 조선업 숙련공 부족 심화...조선소 외국인 인력, 4년 만에 50배 증가 참고
조선업의 외국인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면 내국인 청년 일자리 위협, 업황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 감소 등의 예상된다. 근본적으로는 인력 수급 불안에 따른 조선 산업 영속성 저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조선 산업 내국인 인력 육성에 나선 것은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의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국내 조선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임금이 좀 높더라도 내국인들로 바꾸는 게 최선이기는 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격 경쟁 때문에 외국인을 써야 한다고 하지만 숙련 작업을 하고 리딩을 하는 사람은 내국인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조선업이 존속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문제는 조선소에서 일할 내국인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지만 업계에서는 내국인 채용 기회를 늘리더라도 필요한 인력 충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3D(Difficult·Dirty·Dangerous/어렵고·더럽고·위험한) 업종으로 항시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분야다.
가령 선박 건조 시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임시 가설물인 비계를 설치하는 작업인 ‘족장’이나 철판을 매끄럽게 다듬는 ‘그라인딩’ 작업 등은 내국인에게 많은 인건비를 준다고 해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이렇듯 당장 외국인 인력을 줄일 경우 조선소 도크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생산성을 좌우하는 건 오랜 경험과 기술을 갖춘 숙련공이라는 점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들의 고령화와 신규 청년층 유입 감소로 기술 단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숙련공 확보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미국은 이미 이런 과정을 거쳐 조선업이 쇠퇴한 나라로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에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한 구애에 나선 것도 자국 조선소에서 일할 숙련 인력을 더 이상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상선 건조는 거의 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자국 방위력의 핵심인 군함 유지보수를 할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는 인력 부족이 당면한 과제다. 한국 조선 3사는 이미 3년 이상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력 부족이 현실화할 경우 납기 지연으로 이어지고, 이는 선주와의 신뢰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선주의 주문을 받아 파는 산업이다. 배는 자동차 산업처럼 표준화하기 어렵고, 선주가 주문 생산한 후 긴 건조 주기를 거치는 만큼 선주와의 신뢰가 중요하다.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선박 건조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감축과 관련해 두 입장이 있다. 하나는 한국 (조선업)이 중국과 경쟁할 때 인건비가 너무 높다. 이에 (외국인) 저임금 근로자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또 조선업 직종 중에서 힘든 일은 내국인에게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잘 안 온다. 그래서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대해서는 외국인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조선업을 하려고 하면 숙련공이 많이 필요하다. 조선소 입장에서 인건비를 많이 올린다는 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내국 인력을 채용하고 육성하는 것과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오래 숙련공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되면 조선업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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