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를 향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 발언 직후, 금감원은 2026년 1월 19일부터 NH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한 8개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여기서 농협금융은 다른 시중은행 지주들과는 다른 의미로 타깃이 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이사회 지배구조는 국내 타 시중은행계 금융지주사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 전반에 걸쳐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 강화를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지만, NH금융의 경우 그 적용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농협중앙회 100% 완전자회사'라는 확고한 소유 구조가 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3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와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정기검사 및 수시검사를 잇따라 진행하며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했다. 표면적인 검사 배경은 영업점 내부통제 부실과 금융사고를 점검하는 것이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을 짚어보기 위한 조치로 해석한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문제의 기저에 이사회의 견제 기능 약화와 중앙회의 직간접적인 경영 관여가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0% 지분 소유한 중앙회, 독립적 이사회 구성의 구조적 한계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기조와 NH금융의 현실 사이에는 상법상 주주권 행사라는 법적 쟁점이 존재한다. 주식회사 형태인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대주주와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다. 반면, 지분 100%를 소유한 단일 주주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주주권을 행사하고 경영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외부 규제로 인위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이러한 소유 구조는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장-금융지주회장-은행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지분 소유가 분산된 일반 시중은행계 금융지주에서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맞추는 모델과는 차이가 뚜렷하다. NH금융의 경우 주요 경영 의사결정의 무게 중심이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의 관계자는 "지분 구조의 구조적 특성상, 소유가 분산된 일반 시중은행과 동일한 잣대로 이사회의 완전한 독립성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요구와 농협 특유의 협동조합 체제 사이에서 어떻게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가장 큰 과제"라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역할과 권한 범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구조에 놓이게 된다. 역대 지주 회장직에 주로 경제 부처 관료 출신 인사들이 선임되어 온 배경 역시 이러한 그룹 지배구조의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룹 내부의 자체적인 경영 혁신 주도보다는 금융당국 및 정치권과의 소통, 그리고 규제 대응 역할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출신 영입, '소방수' 역할에 그치는 회장직
지난 2025년 2월 취임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이력은 이러한 지배구조의 맹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 요직을 거친 거시경제 전문가인 그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농협이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와 중앙회의 과도한 경영 개입 논란으로 금감원의 고강도 검사 압박에 시달리던 시기에 감독당국 2인자 출신을 지주 회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이는 지주 차원의 자발적이고 뼈깎는 내부통제 쇄신이라기보다는, 당장 직면한 감독당국의 징계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대관(對官)용 소방수' 성격의 인사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이 회장의 선임 배경에는 금감원과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주 회장의 권한이 중앙회의 막강한 지배력 아래 종속된 상황에서, 신임 회장의 역할 역시 농협금융의 독립적인 경쟁력 강화나 체질 개선보다는 '중앙회를 대신해 대외 금융당국의 규제를 방어하고 소통하는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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