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영풍의 제75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측과 소수주주인 KZ정밀 간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KZ정밀이 다수의 주주제안을 이사회에 제출하며 공세에 나선 가운데, 영풍은 법령에 부합하는 안건은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주주총회는 단순한 안건 표결을 넘어 양측의 지배구조 개선 명분 확보전이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지는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영풍은 5일 입장문을 통해 KZ정밀의 주주제안 내용을 검토해 관련 법령에 부합하는 안건은 주총 목적사항으로 상정할 방침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회사는 소수주주의 요구사항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인하겠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내세웠다. 다만 영풍은 KZ정밀의 주장과는 달리, 그동안 회사가 독자적으로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영풍의 주주환원 정책과 KZ정밀의 실적 부진 지적
영풍 측은 최근 자사가 실행해 온 주주환원 조치들을 근거로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영풍은 2025년에 자기주식 103만500주를 소각하며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또한 소액투자자의 진입 장벽 완화를 목적으로 10대 1 비율의 액면분할을 단행하는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영풍은 336억 원 규모의 현금 및 주식 배당을 실시하며 주주환원에 나선 바 있다. 과거 일반주주의 주주제안을 수용해 전영준 후보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례도 강조했다. 이는 주주들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해 왔다는 영풍 측 주장의 주요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영풍은 이러한 주주환원 기조를 올해에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내에 잔여 자기주식 20만3500주를 전량 소각하여 발행주식 수를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배당 정책에 대한 중기 로드맵을 수립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본업 경쟁력 강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사측의 개선 의지도 언급되었다. 영풍 관계자는 "본업인 제련 사업의 매출 회복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전반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일각에서 우려하는 환경 문제를 불식시키고 친환경 제련소 구축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영풍 보통주 지분 3.76%(68만590주)를 보유한 KZ정밀은 현 경영진의 실적 부진을 강도 높게 지적하며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영풍이 별도 기준으로 2021년 728억원, 2022년 1078억원, 2023년 1424억원, 2024년 884억원 등 4년 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을 부각했다. 현 경영진이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며 본업의 경쟁력을 상실했고, 이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었다는 것이 KZ정밀 측의 주장이다.
KZ정밀은 실적 악화 외에도 환경 및 거버넌스 리스크를 문제 삼으며 이사회 중심의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오염 및 안전 문제와 더불어, 환경오염 관련 손상차손 미인식 등 회계상 문제점을 거론했다. 나아가 박병욱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영풍의 기업가치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비판했다.
이를 근거로 KZ정밀은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관 변경안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올해 9월 시행 예정인 개정 상법 취지를 반영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현행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지속되는 환경 문제 등을 이사회 차원에서 상시 감시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격상시킬 것을 제안했다.
주주환원 수단 다변화와 주주권 행사 제약 해소 역시 이번 주주제안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되었다. KZ정밀은 금전과 주식 외에 타사 주식 등 기타 재산으로도 배당할 수 있도록 현물배당 근거를 신설하고, 분기배당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주주총회 대리인 자격을 '법정대리인 또는 주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정관 조항을 삭제하여 주주권 행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국지전…주주제안의 이면은?
주총을 앞두고 불거진 양측의 갈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번 사태의 기저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라는 본질적인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주주제안을 주도한 KZ정밀은 영풍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동시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법인이다. 따라서 이번 주주제안은 양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구도 속에서 서로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영풍은 자사의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 체제하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KZ정밀이 영풍의 경영진을 공격하는 것은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공세에 맞서기 위한 일종의 '역공'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러한 갈등 구도 속에서 영풍은 주주제안 검토와는 별개로 KZ정밀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영풍은 지난 4일 KZ정밀이 고려아연의 상호주 관계 형성에 관여해 영풍의 경영권 확보 기회를 상실하게 만들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KZ정밀의 제안이 표 대결을 통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현재 장형진 영풍 회장 측 지분율이 확고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주주제안이 상정되더라도 최종적인 표결 결과는 현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여 가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분율이 3%대에 불과한 KZ정밀이 전방위적인 주주제안을 강행하는 데에는 장기적인 관점의 여론전 목적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건의 실제 가결 여부와 무관하게 영풍의 실적 부진이나 환경 리스크 등의 이슈를 공식적인 주총 무대에서 공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