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layer] 한국 방산 ETF가 미국에 안착…바늘구멍 뚫은 한화자산의 비결은?

증권 | 김한솔 심두보  기자 |입력

[Key Player] 한화자산운용 최영진 부사장 한화자산운용 KDEF, 미국 상장 1년여 만에 순자산 1억 7,000만 달러 돌파 지수 추종의 양적 경쟁 탈피하고 신냉전 통찰한 '전략 ETF'로 체질 개선 지정학적 리스크 속 한국 방산의 기술적 해자 입증하며 기관투자자 매료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대한민국 금융이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뉴욕 월스트리트에 당당히 깃발을 꽂았다. 그동안 해외 상품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데 급급했던 관행을 깨고, 대한민국만의 전략이 담긴 상품을 역수출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금융 수출'의 시대를 연 것이다.

주인공은 한화자산운용의 ‘PLUS 코리아디펜스(KDEF)’ ETF다. 총규모 약 1억7000만 달러(약 2500억원)라는 성적표 뒤에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금융 현장을 누비며 한발 앞선 통찰을 쌓아온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이 서 있다. 시장의 유행 대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축’을 먼저 읽어낸 그의 시각이 월스트리트의 심장부를 관통했다.

● '장기적 안목'으로 질적 성장을 이끌다

최영진 부사장이 한화자산운용 ETF 사업의 지휘봉을 잡았던 2013년 무렵, 대한민국의 ETF 시장은 이른바 '우물 안 개구리' 장세라는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당시 국내 운용사들은 매달 코스피 200 등 시장 대표 지수를 기계적으로 복제해 상장했다. 시장점유율 확보와 외형적인 상품 라인업 늘리기라는 양적 경쟁과 난립에 매몰되어 있었다.

최 부사장은 "더 이상 무차별적인 상장과 양적 경쟁을 피하고 질적 경쟁으로 가야 한다"며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힘은 결국 기술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인 점유율 방어를 포기하는 대신, 무려 6개월간 신규 펀드 상장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최 부사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온몸으로 겪으며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두 번의 위기를 거치며 여러 기업이 도산했지만, 결국 그때 살아남았던 기업들이 현재 기술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당시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바라봤다면 막대한 성공을 거뒀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만약 199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엔비디아(NVIDIA)를 무조건 사지 않겠느냐”라며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는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 신냉전의 '블록화'… 장기전이 부른 K-방산의 기회

장기적 안목을 내재화한 최 부사장이 주목한 것은 ‘K-방산’이었다. 그는 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며, 앞으로의 전쟁은 필연적으로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글로벌 블록화’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 부사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단지 두 국가만의 싸움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나토와 러시아·중국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본 세상에서 ‘방산’은 너무도 매력적인 테마였다. 장기화되는 전쟁이 결국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할 거란 판단이었다.

최 부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한국 방위 산업에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방위 산업에 투자하게 하는 것을 넘어, 미국의 투자자들이 한국 대표 방산 기업에 투자하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기적으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오히려 밖으로 나가 달러를 끌어모아 한국 기업에 투자하게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수출 금융’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최 부사장은 해외 시장에 KDEF라는 한국 방위산업을 투자하는 ETF를 내놓았다.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 출처=한화시스템 홈페이지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 출처=한화시스템 홈페이지

● 월가의 낡은 편견을 부순 K-방산

그런데 초기 미국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못해 냉소적이었다. 최 부사장이 미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KDEF를 소개할 때마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방위 산업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현지 투자자들은 아직도 6.25 당시의 한국을 떠올리며, 한국을 ‘방산 약소국’으로 치부했다.

최 부사장은 직접 현지를 누비며 ‘K-방산’을 알렸다. 현지 투자자들에게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걸며 시작된 한국 방위산업의 역사를 설명했다. 특히 다른 대기업들이 수익성과 성장성을 이유로 방산 사업을 포기하거나 매각할 때, 한화그룹만이 ‘사업보국’이라는 신념 하나로 이를 지켜온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 매각하고 대우가 쪼개질 때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결단으로 방산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흡수했다"라며 "그 결과 대한민국 방산 점유율의 약 50%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화 방산 군단’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과거 원조받던 나라가 이제는 전 세계에 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로 변모했다는 구체적인 팩트와 한화의 집요한 포트폴리오 전략은 불신으로 가득했던 현지 투자자들의 시각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최 부사장은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니 그제야 현지에서 '우와' 하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라고 회상했다.

● '글로벌 X'와는 다른 길...'엔비디아 방식'으로 뚫은 금융 영토

최영진 부사장의 장기적 안목은 단순히 유망한 투자 테마를 발굴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라는 거대한 금융 영토를 개척하는 '방식'에서도 그의 혜안은 빛을 발했다.

한화자산운용의 미국 진출 모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글로벌 X(Global X)'를 인수한 방식과는 궤를 달리한다. 거액을 들여 현지 운용사를 매입하는 대신, 지수(Index) 설계와 상품 전략은 한화가 맡고 현지 플랫폼을 활용하는 ‘화이트 라벨링(White Labeling)’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최영진 부사장은 이를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분리하는 ‘엔비디아와 TSMC’의 협업 구조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상품을 디자인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설계자 역할을 하고, 유통은 현지 전문 파트너에게 맡겨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한화는 로컬 브랜드인 ‘플러스(PLUS)’를 런칭 6개월 만에 미국 본토에 성공적으로 각인시켰다.

● 1년 만에 수익률 124% 쾌거, 달러 벌어들이는 '진정한 금융 애국'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방산주 랠리와 맞물려 KDEF는 작년 한 해에만 무려 124%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출시 상반기 기준 동종 테마 섹터 점유율 1위를 거머쥐었다. 또한 블룸버그의 ETF 전문 저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 구 트위터) 계정에 KDEF의 우수한 성과를 극찬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세계 최대 ETF 정보 플랫폼인 'ETF.com'이 주관하는 어워즈에서 '최우수 신규 글로벌 주식 ETF'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월가 현지에서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의 가능성을 정확한 숫자로 증명해 낸 최 부사장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퀀텀 점프를 향해 있다. 단기적인 테마 편승이 아닌, 구조적으로 장기 투자가 가능한 확고한 자산군으로서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을 굳히겠다는 각오다.

최 부사장은 "현재 자금 유입 추세라면 조심스럽게 올해 1조 원대 규모의 펀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달러를 벌어들여 대한민국 증시에 다시 투자하는 펀드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금융회사의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우물 안 개구리식 양적 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던 한국 ETF 시장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스스로 글로벌 심장부에서 질적 성장의 해답을 증명해 낸 최영진 부사장의 굳은 신념이 월스트리트 한복판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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