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VC의 엇갈린 운명…스틱 '경영권 매각' vs 에이티넘 '3인 대표 체제'

증권 | 김나연  기자 |입력

에이티넘, '딥테크' 베테랑 맹두진 사장 발탁 3인 각자대표이사 체제 시동 신기천·이승용·맹두진 대표이사, 각각 경영총괄·글로벌·기술 영역 맡아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지배구조 정립 방식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행동주의 펀드 압박 끝에 미국계 미리캐피털로 최대주주를 변경하며 도용환 회장의 용퇴를 공식화한 가운데, 에이티넘은 이민주 회장의 굳건한 지배력 아래 딥테크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맹주진 사장을 딥테크부문 대표이사로 추가 발탁하며 시스템 경영의 밀도를 한층 높였다.

'매각을 통한 안착'과 '체제 정비를 통한 확장'이라는 1세대 VC의 엇갈린 전략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관련업계 술자리에서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화두가 되고 있다.

국내 1세대 V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인 각자대표 체제를 가동한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맹두진 사장(딥테크 부문 대표)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4일 밝혔다. 회사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맹 내정자를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로써 에이티넘은 기존 신기천·이승용 2인 체제에서 신기천·이승용·맹두진 3인 체제로의 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의 공학 박사 맹두진 사장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하며 '기술 투자(Deep Tech)' 역량을 경영 최전선에 배치했다. 이는 단순한 리더십 보강을 넘어, 고도화되는 기술 투자 시장에 대응하고 하우스의 색채를 명확한 '테크 드리븐(Tech-driven)'으로 전환하겠다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명확한 R&R 분담을 통한 전문성 강화다. 창업주 이민주 회장의 복심인 신기천 대표가 경영 총괄을, 창업주 맏사위로 알려진 이승용 대표가 해외 투자 및 펀딩을, 맹두진 신임 대표가 딥테크 투자 및 국내 펀딩을 전담하는 구조다.

● 맹두진 신임 대표, 기술 투자 1세대로 정평

업계의 이목은 맹두진 신임 대표에게 쏠린다. 그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학사·석사·박사를 거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기술연구소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산업 현장과 선행 기술 연구를 모두 경험했다.

2002년 아이텍인베스트먼트를 통해 VC 업계에 입문한 그는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벤처투자본부를 거쳐 2014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25년 가까이 현장을 누빈 베테랑 심사역이자, 에이티넘의 딥테크 투자를 설계해온 장본인이다.

맹두진 신임 대표이사/ 사진 제공 =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맹두진 신임 대표이사/ 사진 제공 =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그의 진가는 트랙레코드에서 드러난다. 반도체 IP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반도체 소재 부품 기업 비씨엔씨 등 기술 난도가 높은 소부장 기업을 발굴해 상장(IPO)까지 이끌며 잭팟을 터뜨렸다. 기술적 해자가 확실한 기업을 선별하는 그의 안목이 입증된 사례다.

최근에는 자율주행과 AI 로보틱스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라이드플럭스, AI 로보틱스 비전 솔루션 씨메스(CMES), AI 물류 로봇 다임리서치 등이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다. 단순한 트렌드 추종이 아닌,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선제적으로 베팅하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 '원펀드' 전략의 고도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3인 체제를 선택한 배경에는 고유의 '원펀드(One-Fund)'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에이티넘은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하는 대신 대형 펀드 하나에 집중하는 전략을 쓴다.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섹터별 깊이 있는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수익률의 핵심 변수가 된다.

신기천 대표는 기존대로 경영 전반을 총괄하며 하우스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오랜 업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리스크 관리와 조직 안정을 책임지며, 대형 펀드 운용에 필수적인 LP(출자자)와의 신뢰 관계를 조율한다.

이승용 대표는 글로벌 부문에 화력을 집중한다. 해외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더불어 해외 LP 자금 유치(펀딩)를 전담하며 외연 확장을 주도한다. 국내 VC 시장의 포화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파이프라인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맹두진 대표의 합류는 펀드 운용의 '기술적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딥테크 영역은 일반적인 플랫폼 비즈니스와 달리 기술 검증(PoC) 단계부터 고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를 가진 맹 대표가 의사결정의 최상단에 위치함으로써 투자 판단의 정확도와 속도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맹 대표는 "에이티넘만의 진취적인 투자 색깔을 선명히 하고, 실행력과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기술적 이해도가 담보되지 않은 투자는 지양하고, 확실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자금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세대 교체와 승계…전문경영인 체제 안착 시험대

이번 인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승계와 세대교체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실무를 주도해온 핵심 인력을 최고경영진에 배치함으로써 조직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자연스러운 리더십 이양을 준비하려는 시도다.

특히 맹 대표의 선임은 내부 승진을 통한 리더십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과를 낸 전문 심사역이 대표이사직에 오르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조직 내부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전망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실무형 리더를 대표이사단에 전면 배치해 지속 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체제 전환이 하우스의 투자 DNA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3인 각자대표 체제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부문 간 유기적인 결합이 과제로 남는다. 기술(맹두진)과 글로벌(이승용), 그리고 전체적인 관리(신기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도, 하나의 펀드 안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 배분을 이뤄내야 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할 차기 블라인드 펀드의 성격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딥테크 전문가가 사령탑에 합류한 만큼, 차기 펀드에서는 AI, 반도체,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 기업 비중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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