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발주도 LH‘닮은꼴’..심사위원 금품로비 “관행”

글로벌 | 이재수  기자 |입력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이 이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고개 숙여 깊이 사죄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이 이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고개 숙여 깊이 사죄했다.  

최근 논란인 LH 전관예우만이 아니라 조달청 등이 발주하는 정부 공공 발주 물량에서도 LH사태와 유사한 로비 등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 업계 관행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4월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개정작업 등을 서둘러 마련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공 수주 물량 역시 특정업체로의 수주 독점 또는 쏠림 현상이 눈 감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공공 발주 물량이 객관적 공모 절차를 진행했지만 속내를 보면 그렇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달청 공공수주 심사委도 LH ‘닮은꼴’...“그 나물에 그 밥” 한탄

우선 심사방식이 LH 사태와 닮은 꼴이다. 당락을 결정짓는 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외부 위원들의 법적 자격이 LH 발주물량과 동일하다. 정부 공공 수주 심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인사 중 상당수가 전직 LH 등 정부와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는 LH가 발주하는 물량에 겹치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례도 다반사였다.   

국토부 고시에 따른 심사위원 자격 요건이 건축사 자격증을 소지한 공공기관 또는 대학교수 등으로 제한된 만큼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 또는 ‘그 나물에 그 밥’ 형국이라는 것. 조달청이 발주한 공공수주전에도 LH 전관예우 등 그들만의 법칙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는 한탄이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이사 윤세한)는 공공 발주 물량 확보에서도 여타 경쟁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해안건축은 이전 정부시절 연평균 5∼7건의 공공물량을 수주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오른 수주 물량만 집계해도 지난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수주한 공공 설계 공모 물량은 총 24건, 125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LH로부터 받은 물량(635.1억원)의 두 배를 조달청이 실시한 공공 수주 물량으로 챙겼다. 

일례로 2020년 경기도 대표도서관 건립사업 등 그 해에만 6건 총 282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이듬해 2021년에는 킨텍스 제3전시장 기본설계 물량을 포함해 5건 총 276.4억원 규모 사업을 따냈다. 뇌물수수 혐의로 현재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킨텍스 대표를 지내고,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맡을 당시와 공교롭게 그 시기가 겹친다.   

  ◇킨텍스제3전시장 공모, 수원시· 킨텍스 소속위원이 해안에 ‘만점’..왜?
 

 * 이미지 출처 : 인터넷신문 마실와이드(https://www.masilwide.com/kintex1117/)
 * 이미지 출처 : 인터넷신문 마실와이드(https://www.masilwide.com/kintex1117/)

특히, 킨텍스 제3전시장 공모 결과를 파헤쳐보면 해안건축이 심사위원 9명 중 2명으로부터 최고점수인 만점을 받은 사실이 눈길을 잡아끈다. 나머지 7명은 대학교수 출신이었던 반면 만점을 부여한 이들은 각각 수원시청과 킨텍스 소속이었다. 이들이 다른 위원과 달리 10점을 준 이유는 풀리지 않은 숙제이다.

통상 100억원 정도 설계비 프로젝트에서는 최소한 4개사 이상 참여하는 게 일반적인데 킨텍스 공모에 단 2개사만 참여하고,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 업체에 만점을 부여하는 경우 역시 매우 이례적이다. 

해안의 공공수주 랠리는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올초 있었던 인천광역시 신청사 건립사업과 부산 벡스코 제3전시장,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및 중앙감영병병원 등 수주전에서 이미 3차례 샴페인을 터뜨렸다. 

해안건축 홈페이지에는 다른 업체와 달리 임원 소개란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 회사 부회장으로 재직중인 J씨(전 LH)와 A부사장(전 LH), L사장(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고위직 출신 등 10여명의 전관 인사들의 프로필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1군 건설사 출신뿐 아니라 업계 1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등 경쟁업계 출신 임원들도 다수 포진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임원수는 95명. 지난달 19일 해안건축이 국민연금공단에 신고한 국민연금 납부 임직원수는 총 1119명인 점을 감안하면 사내 임원 비율이 8.5%로 기형적 인력구조이다. 이들이 학연 등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공공물량 수주에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다. 

해안의 임직원수는 업계 1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807명보다 38% 가량 많다.

해안건축의 지난해 매출액은 1921억원으로 지난 2019년(1246억원) 대비 54.1% 성장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이 1천억원 초반대에 그쳤으나 이후 급성장했다. 코로나19가 전 산업계에 영향을 미쳤던 2020년과 2021년도 해안의 연간 매출성장률은 22.7%와 24%로 이 분야 1위 사업자인 삼우종합건축사무소의 연간 매출 성장률을 1.5배∼4배 가량 웃돌았다.

◇정부공공수주 심사제도 근본적 개선책 마련돼야

“국토부가 공공수주에서의 로비 등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여러 차례 건축 설계 공모 운영지침을 개정했지만 대형사의 로비는 근절되고 있지 않다. 설계 공모 당선 대가로 심사위원 1인당 공모액의 3∼5%에 달하는 금품을 제공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최근 업계에서는 최대 10%에 달하는 로비자금을 걸고, 공공발주 물량을 따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 지방 대학 전공 교수는 자신이 심사위원이 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공공수주 영업담당자 A사 임원과 B사 부장의 얘기이다. 

국토부는 지난 4월 건축 설계 공모 운영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골자는 공공발주 물량 공고시 일반에 함께 공개했던 설계 공모 심사위원단의 구체적 명단 발표 시기를 낙찰 결과 발표 이후로 미룬다는 내용이다. 심사위원 사전 공개로 업계 로비가 수월했던 만큼 심사위원단 명단을 비공개 전환해 로비 가능성을 줄여보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업계는 소극적 개선이 아닌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요구중이다.  

일례로 심사위원단 풀(pool)을 연초 정하고, 개별 공모마다 이들 위원단 중에서 일부만을 선택해 직접 심사하게 하고, 이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위원단들을 앞에 두고 심사결과에 대한 이유를 설명케 하는 자리를 통해 최종 업체를 선정토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시민 일부를 심사위원단에 포함시키거나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시민들이 공공수주 물량의 실질 수혜자 등 이해관계자이고, 정부가 앞서 채용비리를 봉쇄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한 것 처럼 공공수주전에서도 심사위원이 학연 지연 등 감성적 요소가 아닌 서류만으로 우열을 선택토록 해야 한다는 대안이다. 

이같은 다양한 제안은 그간 정부 물량 수주전에서도 LH와 닮은꼴의 전관예우, 로비 등이 만연하게 그대로 통용되고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에 근거하고 있다. 공공수주전 심사방식 개선 역시 시급한 과제이다.

한편, 조달청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공공수주 제도 개선 요구에 적극 공감한다"고 전제하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조달청이 해안건축과 계약한 설계공모 실적은 총 10건 492.7억원으로 설계공모총액 대비 6.44%에 그친다"고 해명했다. 

인천시나 킨텍스 등이 조직내 자체 공모 관련 인력과 조직을 통해 공공수주 물량을 직접 발주·관리하는 반면, 일부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경우 일정 수수료를 부담한 채 조달청에 관련 업무를 제한적으로 의뢰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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