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4·5구역 하나로 묶자'... '통합 재건축'론 부상에 삼성·현대·DL 선택은?

건설·부동산 | 입력:

[압구정4·5구역] ‘통합 재건축해 경제적 비용 발생 최소화’ 주장 제기 따로 재건축하면 바로 옆 단지 주민 ‘분진·소음’ 피해 불가피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조합 다시 꾸려야 하고 의견 모아야 건설사, 조합 결정 따르겠단 입장이지만…구체적 계획안엔 ‘난색’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강남구 재건축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압구정4·5구역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대 공인중개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조합원도 통합 재건축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 등 건설 빅 3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통합 재건축이 성사되면 총 공사비가 4조 원이 넘는 강남 최고의 단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합원 의견수렴과 사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수도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통합 재건축 시 공사 소음 피해 최소화·비용 절감 누릴 수 있어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과 5구역을 통합해 재건축 하자는 ‘통합 재건축론’이 일부 조합원과 공인중개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두 구역이 인접해 있고 통합 재건축 이점을 중심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4구역 내 한양4차아파트 단지. 출처=김종현 기자
압구정4구역 내 한양4차아파트 단지. 출처=김종현 기자

실제 이러한 분위기는 현장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압구정4구역 근방에 소재한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통합해 재건축하면 공사를 한 번에 끝낼 수 있어서 소음이나 분진 문제가 덜 부각될 것”이라며 “양 단지간 거리도 3미터(m) 밖에 안돼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일대 시공권에 관심을 보인 건설사들이 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1군 건설사인 만큼 통합 재건축을 통해 ‘프리미엄 대단지’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하이엔드 브랜드로 조성하면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압구정4구역과 5구역 사이 경계에 위치한 한양 31동(4구역)과 한양 1동(5구역) 사이 거리는 2~3m에 불과하다. 한쪽이 먼저 공사에 착수할 경우 다른 구역 주민들이 공사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합 재건축이 이뤄질 경우 두 구역 주민 모두 이주한 뒤 공사가 진행돼 소음·분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보상·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사비 절감도 통합 재건축 이점으로 꼽힌다. 한 건설사가 두 구역을 시공하면 장비 투입 및 현장 관리비 등 여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 “통합 재건축되면 사업 원점에서 다시 시작…현실적으로 불가능” 의견도

반면, 통합 재건축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않다. 조합원 의견 취합은 물론 사업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압구정5구역 근방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통합으로 재건축이 되려면 조합도 다시 결성해야 한다”며 “당장 내년 시공사 선정을 앞둔 마당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하면 이에 동의하는 조합원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 출처=김종현 기자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 출처=김종현 기자

압구정4구역과 5구역 사이의 D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압구정4·5구역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이미 5년 이상 추진된 사업”이라며 “다른 정비사업에 비하면 늦은 편은 아니지만, 건설사들도 내년 수주전에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통합으로 재건축이 결정되면 건설사도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압구정5구역 내 한양1차 아파트 단지. 출처=김종현 기자
압구정5구역 내 한양1차 아파트 단지. 출처=김종현 기자

그럼에도 통합 재건축론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한강변 프리미엄 대단지' 조성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압구정4·5구역이 통합 재건축되면 3000세대 이상의 대형 단지가 조성된다. 빅3 건설사 중 한 곳이 시공사로 선정되면, ‘디에이치(The H)’나 ‘아크로(Acro)’, '래미안' 등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가 등장하게 된다. 한강변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건립해 시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건설사 행보도 ‘눈길’…삼성물산, 압구정4·5구역 통합 재건축 모형 전시

일대 시공권을 노리고 있는 건설사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조합원에 공개한 S라운지에 통합 재건축이 완료된 4·5구역의 모형을 전시했다. 통합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홍보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도 “조합이 결정하는 바에 따르겠다”며 통합 재건축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구체적인 입장 표명에는 난색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이미 다른 지구에서 ‘통합 정비론’을 들고 나왔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바 있어 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올해 중순 성수2·3·4지구 시공권을 모두 수주해 일대에 ‘래미안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성수4지구 조합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압구정5구역 내 한양아파트 단지 전경. 출처=김종현 기자
압구정5구역 내 한양아파트 단지 전경. 출처=김종현 기자

성수4지구 조합은 조합원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단지는 구역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며 “준공 후 관리·운영 권한은 해당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에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 래미안 타운 계획의 일부인) 여러 지구가 커뮤니티 시설을 공동 운영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으며, 시공사가 준공 후 개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로선 (5구역에 비해) 재건축 면에서 빠른 진행속도를 보이는 4구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통합 재건축론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사업 단계에서 통합 재건축론에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는 건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사는 조합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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