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현직·증권맨 3파전…7대 금투협 회장은 누가 될까

서유석 '연임' vs 이현승 '관료' vs 황성엽 '증권맨' 초반 '증권통' 황성엽 우세 속 '관료' 이현승도 가능성 1사 1표·분담금제 선거, 금융지주 '오더'도 변수

금융 |이태윤 기자 | 입력 2025. 12. 16. 15:29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8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설적이게도 '빅플레이어(Big Player)의 부재'와 '먹을 것 없는 장'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도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호 1번 서유석(현 회장), 기호 2번 이현승(전 KB자산운용 대표), 기호 3번 황성엽(신영증권 대표) 등 3명의 후보는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막판 표심 잡기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조용한 선거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적합한 리더'를 찾기 위한 회원사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장은 섰는데 먹을 게 없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본시장이 외형적으로 확장하고 코스피 지수가 오르내리지만, 정작 업계 입장에서는 각종 규제와 수수료 경쟁 탓에 실속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명분이나 도덕성보다는, 당장 업계의 밥그릇을 챙겨올 '전투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호 1번 서유석 ‘해본 사람이 마무리’

기호 1번 서유석 후보(1962년생·배재고·고려대)는 최초의 자산운용사 출신 회장으로 사상 첫 연임에 도전한다. 그의 슬로건은 '중단 없는 발전'이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추진해 온 사업들이 결실을 보기 위해선 수장이 바뀌어선 안 된다는 '연속성'을 강조한다.

서 후보는 공약집을 통해 구체적인 '완성형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시즌 3' 안착을 위해 납입 및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주니어 ISA'를 도입해 가입 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세제 측면에서는 국내 주식 배당 성향과 관계없이 배당 소득세율을 14~25%로 분리과세 일원화를 추진하고, 장기투자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입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업계의 국고채 PD 입찰 담합 과징금 문제 해결과, 발행어음 인가 및 IMA(종합투자계좌) 지정의 성공적 마무리를 최우선 현안 과제로 꼽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출신으로 증권과 운용 양쪽 생리를 모두 안다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현직 프리미엄'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 초반 불거진 '셀프 연임' 논란으로 일부 회원사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한 언론사 기고 등을 통해 연임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캠프의 바람이 다소 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기호 3번 황성엽 ‘유일한 증권맨’

기호 3번 황성엽 후보(1963년생·휘문고·서울대)는 38년 '정통 증권맨'으로서 선거 초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꼽혔다고 전해진다. 그는 ‘은행 중심의 금융 체제를 넘어 자본시장 중심으로 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중소형사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고 나섰다.

황 후보의 공약은 대형사와 중소형사에 맞춰져 있다. NCR규제 개선과 증권금융 대출한도 확대를 약속했다. 또 자기자본 구간에 따른 발행어음 인가 허용을 추진해 중소형사의 자금 조달 숨통을 트이게 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아울러 ‘늘 낮은 자세로 현장에서 호흡하겠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가상자산 수탁 및 현물 ETF’ 및 ‘부동산신탁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거 초반에는 황 후보가 유일한 증권사 출신인 데다, 서울대 라인이라는 학연까지 작용해 지지세가 상당히 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너무 점잖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 후보는 신영증권 오너 경영 체제에서 성장해 훌륭한 인품을 갖췄지만, 지금처럼 거친 규제 환경을 돌파하기엔 야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국회나 금융당국을 상대로 얼굴을 붉히며 예산을 따오고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의 '신사적인 리더십'이 난세에는 맞지 않는다는 우려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유일한 전통 증권사 출신인 만큼 유력한 후보로도 꼽힌다.

◆ 기호 2번 이현승 ‘관(官) 뚫는 속도전’

이번 선거 중반부터 떠오르는 후보도 있다. 기호 2번 이현승 후보(1966년생·서울고·서울대·행시 32회)다. 행정고시 출신의 관료 경력과 SK증권·KB자산운용 등 민간 CEO 경력을 겸비한 그는 선거 막판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전해졌다.

이 후보는 공약집을 통해 자신의 관료 네트워크를 활용한 '속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금융투자 인가지원센터' 신설이다. 그는 "취임 한 달 이내에 센터를 만들어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회원사의 기회비용을 없애겠다"고 못 박았다. 또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도입해 불합리한 연계 제재를 폐지하고, 공정위의 국고채 담합 조사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용 절감을 위해 협회 차원의 IT·컴플라이언스 '셰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를 제공하겠다는 실용적 제안도 내놨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도 주니어ISA, 장기투자 인센티브 등 생애 전주기 대상 ISA 2.0 출범을 약속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후보에 대한 업계의 반응 변화다. 선거 초반만 해도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았던 그가 중반 이후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초반에는 이현승 대표가 아예 언급조차 안 됐고, 본인도 뜻이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그런데 선거 중반부터 갑자기 이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유력한 후보"라고 전했다.

이러한 급반전의 배경에는 '관(官)’ 네트워크가 있다.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제2의 황영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과거 황영기 전 회장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와 대관 능력을 바탕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업권의 위상을 높였던 '힘 있는 협회'에 대한 향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가 세지고 예산 통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말이 통하고 필요하면 '딜(Deal)'을 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지주 회장'도 변수

선거 막판의 최대 변수는 '금융지주 회장의 오더' 여부다. 금투협회장 투표권은 각 회원사(증권·운용) 대표에게 있지만, 실질적인 인사권을 쥔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현승 후보가 탄탄한 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지주 회장들을 공략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사실상 지주 회장의 지침이 내려온다면, 계열사 사장들의 표심은 순식간에 '힘 있는 후보' 쪽으로 결집 될 수 있다"고 했다.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오는 18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1사 1표(30%)와 회비 분담금 비례(70%)를 합산한 방식으로 치러진다. 금투협회장은 국내 금융 관련 399개 회원사의 임직원들을 대표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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