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수페타시스에 대한 질타가 지속되고 있다. 오전 9시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고도 업무 시간 오후 6시가 지난 시각 공시된 것이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역대급 주말 올빼미 공시라는 것이다.
◇ 시설투자하고 제이오 인수하는 줄 만 알았는데...
8일 오후 4시55분 이수페타시스의 신규시설투자 공시가 떴다. 지난 8월22일 대구시와 투자협약을 맺은 제5공장 신설 관련한 확정 공시였다. 오는 2028년까지 자기자본의 149.9%에 달하는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5시47분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오에서 최대주주 강득주 대표이사가 이수페타시스와 1581억원 규모의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를 필두로, 이수페타시스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 이수페타시스 대상 전환사채 발행까지 3개의 공시를 연달아 쏟아냈다.
이수페타시스가 총 3000억원에 제이오를 인수하고, 이날 지급한 계약금 158억원 외에 나머지 2842억원은 내년 3월7일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지난 4일 한 매체에서 '이수그룹, 제이오 인수 추진..."전고체 배터리 개발 시너지 기대"'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고, 이 때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수페타시스는 당시 "기존 PCB에 집중된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하여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업구조 다각화 및 PCB사업 고도화(신규시설 투자) 위한 자금의 조달 방안에 대해 유상증자 등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제이오의 잇딴 공시는 4일 해명 공시의 확정사항으로 받아들여졌다.
시간외 거래가 마감하는 오후 6시가 넘어서도 이수페타시스측 공시는 나오지 않았다. 시간외 거래에서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제이오 인수를 반영, 1.41% 오른 채 마감했다.
◇ 6시44분 올라온 '충격의' 공시 퍼레이드
이수페타시스측 공시가 나오지 않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오후 6시44분 이수페타시스측 공시가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2578억원을 들여 제이오 지분 30.11%를 인수키로 했다는 타법인 주식 양수 결의가 시작이었다. 여기에는 420억원 규모 전환사채 인수도 주석으로 기재됐다. 제이오가 낸 일련의 피인수 공시를 확인해줬다.
거의 동시에 5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의 공시가 올라왔다. 시설자금 250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3000억원 마련 목적이었다. 규모가 컸다. 다음달 17일을 배정기준일로 주당 0.31주씩 배정한다. 31% 유상증자다. 현 시가총액 2조80억원의 27%에 달한다.
제5공장 시설투자가 오는 2028년말까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시설투자 초기 비용과 제이오 인수 자금 둘 다 자체자금은 거의 들이지 않고, 금융기관 차입 등 외부자금도 거의 쓰지 않으며, 오로지 주주들 돈으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실제 시설투자 관련, 2025년 800억원을 쓰고 2026년 이후 3200억원을 집행키로 계획하고 있다. 증자 자금 2500억원에 나머지 1500억원은 내부 보유 예금 등을 사용한다. 어느 자금을 먼저 사용할 지는 자명하다.
◇ 증자설에 30% 주가하락..기어이 소금 뿌린 이수페타시스
주가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10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무려 32.3%에 달한다. 여타 PCB와는 결이 다른 주가 속락이었고, 여기에는 유상증자 우려가 스며든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투자자들은 6일까지 7일 연속 팔아치웠다.
7일 하루 9% 가까운 반등이 나오면서 숨을 돌리려는 찰나 회사측은 기어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폭탄을 선사한 셈이 됐다. 이에 주주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 오전 9시 이사회, 오후 6시44분 공시..상식 벗어난 올빼미 공시
회사측이 비난을 피하려 일부러 늦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기에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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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페타시스 주주배정 유상증자 관련 공시 시간표 > 18:49 이수페타시스 주권 관련 사채권의 취득결정(자율공시) 18:44 이수페타시스 기업설명회(IR) 개최(안내공시) 18:44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결정 18:44 이수페타시스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결정 18:09 제이오 기타시장안내(의무보유 예외 인정) 17:57 제이오 전환사채권발행결정(제2회차) 17:47 제이오 유상증자결정(제3자배정) 17:47 제이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16:55 이수페타시스 신규시설투자등 |
우선 오후 5시 이전에 시설투자 공시를 내놓고서도 두 시간 가까이 지난 시간에 제이오 인수와 유상증자 공시가 나온 것이었다. 일련의 사안이 있다면 연달아 공시가 나왔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었다.
이수페타시스의 시설투자와 유상증자 결의 공시에는 이사회 의사록이 첨부돼 있다. 시설투자를 보면 오전 9시 이사회를 열고, 산회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유상증자 결의도 오전 9시 의사회를 열고, 산회한 것으로 돼있다.
공시가 이렇게 시차를 두고 이뤄졌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동시이자 별도(?)의 이사회를 열면서 의사록을 따로 작성했고, 이 때문에 시설투자 의사록을 확인했어도 증자에 대한 내용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외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주식을 사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이오 역시 이날 오전 9시 이사회를 열었다. 최대주주와 이수페타시스간 주식매매 계약 체결을 언급하면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일괄 논의하고 오전 10시 이사회를 마친 것으로 돼있다. 그리고 관련 공시들을 늦은 시간이긴 했어도 별다른 시차 없이 진행했다.
시설투자 공시는 차치하고 증자 공시 시간 자체가 올빼미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이는 확연하다.
최근 기습 증자로 비난을 받는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21분 이를 공시했다. 오전 9시 이사회를 열고, 오전 10시29분 폐회한 뒤 즉시 공시했다.
금양은 지난 9월27일 오전 11시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뒤 이날 오후 5시18분 공시를 냈다. 이사회는 오전 11시50분께 종료됐다.
지난 8월16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펩트론도 이날 오전 11시 이사회를 연 뒤 이날 오후 4시57분 공시가 올라왔다.
업무가 종료되기 이전 공시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수페타시스는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론 회사측이 IR 행사를 준비했다는 점이다.
증자와 제이오 출자 공시가 올라온 것과 동시에 이수페타시스는 기업설명회 개최 공시도 올렸다.
이날 오후 7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미팅 형식의 기업설명회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공시 16분 뒤에 기업설명회를 여는 꼴인데 금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 최소 몇 시간 전에는 공지가 됐어야 애널리스트들의 참석이 가능했다.
실제 오후 7시가 되어 홈페이지에는 유상증자 공지문이, 그리고 IR이 진행되면서 IR 자료도 게시됐다. 공식 발표는 뒤로 미룬 채 회사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애널리스트들을 구하고 있었던 셈이다.
통상 올빼미 공시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악재인 줄 자신도 뻔히 알면서 꼼수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6시가 지나 나오는 악재성 공시는 최악의 올빼미로 꼽힌다.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으로 투자자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 대주주 얼마나 참여? 증권신고서 수리는?
이수페타시스의 대주주는 지분 21.19%를 보유한 이수다. 이수는 김상범 회장과 김 회장이 100% 보유한 이수엑사켐이 주주로 있다. 김 회장의 개인 회사다.
이수페타시스는 또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맏딸이자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아내인 김선정씨가 4.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상범 회장은 자신의 명의로 0.9%의 지분을 소유중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이수와 김선정 씨가 얼마 규모로 참여할 지도 관심이다. 예정발행가 기준 이들에게 배정된 몫은 대주주 이수 1130억원, 김선정 228억원, 김상범 48억원이다.
또 증권신고서가 회사 계획대로 수리될 지도 관심이다.
두산그룹의 계열사 재편 추진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금감원이 수리 권한을 갖고 있는 증권신고서가 각종 사업 재편과 자금 조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막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가 분할합병이 증권신고서 수리 지연으로 방향을 이미 틀었고, 2차전지 금양도 공장 건설자금 마련을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3개월 가량 연기된 상태다.
특히 금감원은 국민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거짓, 누락, 오해 등을 언급하면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수페타시스 역시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한 만큼 증권신고서 수리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진통은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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