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김나연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론 바론(Ron Baron)이 이끄는 바론캐피털(Baron Capital)이 출시한 Baron FirstPrinciples ETF(RONB)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상품은 상장된지 불과 한 달 남짓 되었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론 머스크 ETF’로 불리며 빠르게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바론캐피털에 따르면, 해당 상품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비상장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와 인공지능 기업 xAI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 머스크 왕국에 투자하는 론 바론
RONB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비상장 주식의 비중이 놀라울 정도로 높다. 26일(현지시간) 기준, 이 ETF는 전체 자산의 약 19.5%를 스페이스X에, 약 4.9%를 xAI에 배정하고 있다. 여기에 상장 주식인 테슬라 비중 13.6%까지 더하면, 일론 머스크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이는 일반적인 기술주 펀드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포트폴리오는 론 바론 회장의 "경쟁 우위가 확실하고 장기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운용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론 바론은 아들인 마이클 바론, 데이비드 바론과 함께 이 펀드를 직접 운용하며 자신의 투자 신념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와 같은 비상장 기업은 개인 투자자가 직접 접근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ETF를 통해 간접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은 강력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과거에도 스페이스X 투자 기대감으로 자금이 몰렸던 사례가 있어 이번 RONB의 흥행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작년 말, 스페이스X 지분을 일부 보유했던 ERShares Private-Public Crossover ETF(XOVR)는 스페이스X의 2026년 상장설이 돌자 자산 규모가 4억달러에서 16억달러로 4배 가까이 급증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XOVR보다 더 직접적이고 높은 비중으로 스페이스X를 담고 있는 RONB를 대체재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RONB의 운용 자산(AUM)은 약 9300만달러(약 1302억원)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스페이스X=유동 자산, 파격적인 ETF 구조
하지만 비상장 주식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파격적인 구조 탓에, 업계에서는 이 상품의 지속 가능성과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자산을 담는 것이 원칙이다. 투자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시장 가격으로 매수하고 매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페이스X와 같은 비상장 기업은 장내 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거래가 제한적이고 가격 산정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ONB가 이러한 구조를 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동성'에 대한 운용사의 공격적인 해석이 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에 따르면, ETF를 포함한 개방형 펀드는 원칙적으로 '비유동성 자산(Illiquid Assets)'을 전체 자산의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여기서 비유동성 자산이란 7일 이내에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매도하여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뜻한다. 보통의 비상장 주식은 거래 상대방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비유동성 자산으로 분류되며, 15% 룰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바론캐피털은 스페이스X 주식을 '비유동성 자산'이 아닌 '유동성 자산'으로 분류하는 강수를 두었다. 그 근거로 스페이스X 주식이 비상장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에서 매우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즉,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시장에서 매수자를 찾아 적정 가격에 주식을 처분할 수 있으므로, 이는 유동성 자산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 AUM 급격히 커져도 문제, 작아져도 문제
이러한 논리에 따라 RONB는 전체 자산의 15%를 훌쩍 넘는 비중을 스페이스X에 할애할 수 있었다. 블룸버그의 수석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ETF는 비유동성 자산을 15%까지만 담을 수 있지만, 바론은 스페이스X의 활발한 장외 거래를 근거로 이를 유동 자산으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ETF 업계의 관행을 깨는 매우 이례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운용사는 매일매일 비상장 주식의 '공정 가치(Fair Value)'를 산정하여 ETF의 기준 가격(NAV)에 반영한다. 상장 주식처럼 실시간 체결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외 시장의 거래 데이터와 자체적인 밸류에이션 모델을 통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이 산정된 가격을 믿고 ETF를 매매하게 되는데, 이는 운용사의 밸류에이션 역량과 투명성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RONB의 이러한 공격적인 구조가 투자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론 바론이 스페이스X를 유동성 자산(Level 2)으로 분류한 것은 기존 사모 시장의 관행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향후 다른 운용사들도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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