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반도체 산업에서 대(大) 성공을 거둠에 따라 대만 경제 역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주요 칩 제조업체들의 고임금 근로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세게 밀어붙이면서 세계적인 경기 둔화 추세에 맞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만에서는 집값 폭등이 북쪽의 타이베이 인근에서 남쪽으로 남하하면서, 확산되고 있는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시티랩이 최근 보도했다.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고속철도로 30분 거리에 있는 대만의 핵심도시 신주보다 반도체 산업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없다. 대만의 자랑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비롯해 UMC 등 주요 회사들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다.
신주 북쪽의 사이언스 파크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고급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TSMC는 자타 공인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이다. 반도체 전체에서도 삼성을 따라잡을 기세다. UMC는 삼성에 이어 세계 3위의 파운드리 업체다. 이 두 회사를 중심으로 협력회사들이 즐비하다. 소재와 재료, 부품을 대는 중소기업들이 신주 과학 단지에 포진해 있다.
부동산 회사인 신이리얼티에 따르면 신주의 주택 가격은 지난 5년 동안 평균 99% 급등했다. 대만 전체 평균의 거의 세 배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미국 및 주요 선진국 기술 회사를 중심으로 해고 물결이 불어닥쳤지만 신주의 열정을 꺾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22년 마지막 3개월 동안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22% 상승했다. 미국과 비교해 이야기하면,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가치는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6.7% 하락했다. 이는 미국 주요 대도시 지역 중 가장 큰 폭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 가격은 기록적인 저금리 상황 속에서 수년간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만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수년 전 저금리 상황 속에서 벌어졌던 한국 아파트 가격의 폭등과 판박이 상황이다.
대만 중앙은행은 부동산이 가계 총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치솟는 주택 가격은 미국과 같은 나라보다 대만의 부의 격차를 훨씬 더 악화시킨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가격이 전통적으로 싼 남쪽으로 부동산 붐이 확산되면 대중의 불만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TSMC의 초급 엔지니어 및 경쟁사 동급 직원은 연간 약 100만 대만 달러(미 3만 2800달러)에서 200만 대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는 대만 평균 급여의 약 2~4배에 해당한다. 이 역시 한국 삼성 대 비 삼성 임금 격차와 판박이(연말 상여금 등 포함)다.
잘 정돈된 거리와 고급 쇼핑몰이 있는 신추 북부의 부유함은 미슐랭 스타 요리사들이 새로 개점하는 레스토랑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주말에는 쇼핑객들이 테슬라와 BMW 쇼룸에 몰려들거나 새로운 주택 개발 단지를 살펴 본다.
화학 제조업체 듀퐁 드 네무르의 기술 관리자로 일하는 33세의 전 TSMC 엔지니어 조니 청은 "신주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2013년부터 부동산을 살펴봐왔다. 4년 전에도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사지 않았는데, 이제 가격이 거의 세 배가 뛰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130만 대만 달러에 선 분양 아파트를 샀다. 그는 신주 시의 급속한 기술 주도 성장으로 레저 상품이 부족해지면서 신주에서는 집 찾기가 인기 있는 취미라고 말했다. 신주의 엔지니어들은 쓸 돈은 많지만 쓸 곳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 등 다른 나라는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나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대만은 정 반대의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 1월, 대만 입법부는 투기를 억제하고 급격한 가격 상승을 늦추기 위해 토지권 균등화법(Equalization of Land Rights Act)을 통과시켰다. 2023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이 법은 분양주택 전매와 시장을 교란시킬 가짜 정보 유포를 금지한다.
반면 반도체 및 관련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예컨대 쇼핑몰 등 유통이나 기타 제조업 등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환상일 뿐이다. 과학 단지의 엔지니어들만이 누리는 특권처럼 인식되고 있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부동산 붐은 이제 TSMC와 다른 반도체 회사들의 증설 계획과 함께 신주를 넘어 확산될 예정이다. 신주 다음으로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두 도시는 남부의 가오슝과 타이난인데, 두 도시 모두 지난 몇 년간 시장 친화적인 정부 정책으로 기술 회사와 공장이 대거 유입됐다.
CBRE그룹은 "과거에는 주택 가격 급등을 이야기할 때 타이베이가 전부였다"며 "그러나 TSMC가 타이난과 가오슝에 새 허브를 설립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기회를 찾아 남부 도시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이리얼티에 따르면, 타이난의 주택 가격은 2022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거의 9% 상승했으며, 가오슝은 14% 급등했다. 같은 기간 대만 전역의 평균 상승률은 7.6%였다.
TSMC는 2020년부터 타이난의 생산 능력을 늘려 3나노미터 및 5나노미터 공정의 고성능 칩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다른 회사들도 신주의 과학 단지 모델의 성공을 재현한다는 목표로 대만 남부 과학 단지 조성에 나섰다. TSMC의 확장으로 타이난에서만 현재 근로자의 두 배인 1만 8000개의 일자리가 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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