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유증의 뒷장

④LG엔솔 '그리니엄' 누릴 때 드리운 삼성전자 그림자

LG엔솔 방식 ESG 채권 대신 유증 핵심은 이익 체력(EBITDA) 격차 유럽·삼성 계열사에 저수익 자본 묶여

증권 |안효건 기자 | 입력 2026. 07. 21. 08:00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지난해 삼성SDI 유상증자 당시 회사 재무를 압박했던 요인들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핵심은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 주요 무대인 유럽 시장 관련 부담과 비영업 계열 지분으로 꼽힌다. 경쟁사 ESG 채권 독주를 지켜봐야 했던 당시 구조가 여전한 흐름이다.

빚 많은 기업이 사채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은 지난해 시장 문법과 정반대 조달 전략을 구사했다. 부채비율이 낮은 삼성SDI가 유증, 비교적 높은 LG에너지솔루션이 회사채 조달에 나섰다.

자본시장에서 부채비율은 대규모 자본적 지출(CAPEX) 자금 조달 전략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부채비율이 높아 이자비용이 많은 기업은 현금 유출이 없는 주식을, 반대 기업은 기회비용이 낮은 채권을 발행하는 구조다.

지난해 두 기업 부채비율은 삼성SDI가 79.3%, LG에너지솔루션이 129% 수준이다. 이 격차 속 삼성SDI는 기회비용 연 10%로 꼽히는 1조6549억원 자금을 조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정체 위기 속 현금 소요로 이어지는 4조4698억원 회사채 발행을 택했다.

채권 투자 시각에서 두 기업 간 핵심적 차이는 현금 창출력 등 이익 체력이다. 부채비율 자체보다는 부채에 뒤따르는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쓰는 대표 지표 중 하나가 에비타(EBITDA)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처럼 시설 투자 등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높은 산업 밸류에이션에 흔히 사용한다.

지난해 삼성SDI 에비타는 3777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조370억원에 달했다. 채권자들 눈에는 2배 미만인 부채비율 격차보다는 10배 넘는 이자 상환력이 더 들어올 수밖에 없다.

유럽과 북미가 가른 운명

이익 체력을 가른 핵심 중 하나는 해외투자 성패다. 삼성SDI는 수익성 위주 질적 성장을 명분으로 경쟁사보다 늦게 북미 진출을 택했다. 대신 유럽 헝가리 법인에는 투자 역량을 집중했다. 아직 사용 중인 삼성SDI 유증 자금에서도 헝가리 법인은 주요 사용처였다.

이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올인 전략을 선제적·공격적으로 단행했다. 그 결과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IRA AMPC)다. 지난해 삼성SDI가 미 연방정부로부터 2751억원 현금성 보조금을 받을 때 LG에너지솔루션은 1조6468억원을 수령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양과 질 모두 잡은 자금으로 평가한다. 미국 정부가 법률로 보장하는 자금으로 이익 가시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투자한 유럽에서는 독일을 주요국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고 나섰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전기차 수요 한파가 거센 시장으로 떠올랐다. 헝가리 공장 가동률 역시 급락했다. 이는 생산 수율 저하 비용 등으로 삼성SDI 현금 장부를 눌렀다.

결과적으로 삼성SDI 이자보상배율은 –6.37배로 악화했다. 영업손실이 이자 6배를 넘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직전 연도(-1.60배)보다 높은 –0.37배였다. 감가상각 등을 더한 현금으로는 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눈길이 유럽에 있었다

북미와 유럽으로 엇갈린 투자 이면에는 지배주주 차이도 자리한다. 유럽은 삼성SDI 지배주주 삼성전자가 독일 차량용 장비 자회사 하만을 인수해 공략하는 시장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전략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정이 다르다.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모회사 LG화학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한다. 시가총액이 LG그룹 내에서 가장 커 독립성이 뚜렷하다.

이사회 의장을 봐도 각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나 LG에너지솔루션은 사외이사가 맡는다. 삼성SDI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다. 사외이사는 당국이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인 제도다. 그만큼 대주주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꼽는다.

모회사 이외 계열사 구성 역시 삼성SDI에 불리했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지배구조 강화 효과를 낳는 계열사 지분이 많다. 장부가 11조원대 삼성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석유화학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업인 삼성E&A와 보안 기업 에스원이 차지하는 자본도 상당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한 외부 기업은 대부분 해외 자회사와 글로벌 파트너사 합작법인(JV) 등이다.

이는 채권자들이 삼성SDI 긍정 평가 요인인 부채비율을 평가절하할 수 있는 요소다. 현실적으로 삼성SDI가 지배주주 특수 사정을 반영한 지분을 독자 필요로 유동화하기는 어렵다. 최대주주 등 경영참여 목적 투자가 절대 다수라 오히려 계열사 위기 상황을 지원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LG엔솔 그리니엄 독주와 삼성SDI 현 주소

이 격차는 LG에너지솔루션에 무시하기 어려운 조달 비용 감축 레버리지 효과를 제공했다. 지난해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에서 조달한 채권 대부분은 ESG 녹색채권이다. 유증보다 기회비용이 저렴하다는 일반 채권보다도 조달 측 강점이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그린 프리미엄, 이른바 그리니엄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ESG 펀드 등이 일정 비중 이상 적격 자산 투자하도록 규제하는 흐름이다. 삼성SDI가 유증에 몰두한 시기 전기차·배터리 ESG 채권은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 독주였다.

물론 양사 자본 전략 차이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유리한 사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 부채 버팀목으로 작용한 자본에는 기업공개(IPO) 조달금 비중이 적지 않다. 자본시장 중복상장 논의를 촉발시킨 대표 사례 입지를 감수하면서 조달한 자금이다. 이는 주요 경영 판단에서 주주가치를 더 엄밀히 고려하게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애초 삼성SDI와 달리 유증을 택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했다. 모회사인 LG화학은 삼성전자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에 장부와 기업가치를 의존한다. 유증했어도 지분율을 지키기 위한 청약 자금 확보는 어려운 재무 여건이었다.

문제는 계속 이어지는 현실이다.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처럼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전략은 여전히 어렵다. 무엇보다 아직 유증에 따른 해외법인 추가 투자를 확정치 않았다. 삼성SDI는 올해까지 집행키로 했던 1조3008억원 중 6381억원을 투자했다. 운영자금으로 전용하고도 남은 미사용 자금은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바와 같이 자금 사용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할 예정”이라면서도 “실제 공모금 사용금액은 영업, 시장환경 및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시했다. 주주들에게 설명한 대로 투자를 진행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계열사 지분 유동화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삼성SDI가 예고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유동화는 상반기가 지난 현재까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거래 상대방으로 대주주인 삼성전자를 유력하게 점치는 시각만 일각에서 제기한다. 실제 삼성전자를 선정하더라도 최근 당국 주주가치 보호 기조로 11조원이상 대규모 내부거래가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삼성SDI 관계자는 유증 배경 및 구체적 자금 사용 계획, 계열사 지분 등 관련 질의에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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