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지난해 삼성SDI 유상증자 여파가 지배주주 지배력 방어 효과로 이어진다. 자본 마진 훼손과 주주환원 제로(0)를 감내한 유증 덕에 사업 시너지가 불분명한 계열사 지분을 지킨 구조다. 그 중심에서는 지배주주와 삼성SDI 이사회가 선 모습이다.
계열사 지분 실타래, 지배주주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1조6549억원 유증 결의 당시부터 현재까지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 중이다. 핵심 축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15.2%) 장부가는 지난해 기준 11조1543억원에 달한다.
사업 협력 및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상장사인 삼성SDI 대주주(19.4%)와 비상장사 삼성디스플레이 대주주(84.8%)를 겸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SDI는 올해 안에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 매각 성공 이후 주가 상승을 고려하면 유증과 순서를 달리했을 때 주주가치 희석을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SDI가 지분을 보유한 다른 계열사와의 사업 연관성도 떨어진다. 삼성SDI는 석유화학 플랜트 기업인 삼성E&A의 대주주(11.7%)다. 지분 가치는 5519억원에 달한다. 석유화학 산업은 삼성SDI가 속한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밸류체인에 해당한다. 삼성SDI는 보안 인력·장비 기업 에스원 지분 11%(3021억원)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섹터 역시 삼성SDI의 사업과는 무관하다.
삼성SDI가 사업 시너지가 불분명한 지분을 보유한 목적은 투자가 아닌 경영참여다.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한 지배주주는 실질 지분율 소숫점대 계열사 의결권을 10% 이상 취득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계열사 지분 레버리지 효과를 얻는 수직 구조다.
반대로 삼성SDI 소액주주들은 자기자본비용(COE) 연 10%로 꼽히는 유증 자금 전용을 감내했다. 삼성SDI는 유증 자금 1조원가량을 당초 계획했던 성장 투자 대신 운영자금과 예적금으로 운용한다.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자본 역마진이다.
이는 동종 업계 주요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출자 포트폴리오와 정반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타법인 출자금 대부분을 직접 본업을 같이 하는 해외 지사나 글로벌 합작법인(JV)에 배정했다. 지분율 20% 미만 관계기업 역시 2차 전지 알루미늄박 제조 기업인 삼아알미늄(10.2%·355억원) 정도가 대표적이다.
어제 오늘 다른 주주환원 '0'의 이유
자금이 필요한 상장사에 1순위 원칙은 본업과 무관한 저수익 비영업 자산 매각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외부 자본시장으로부터 조달하는 방안은 후 순위 수단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문법을 따르며 재무 전략을 구사해온 반면 삼성SDI는 반대를 택했다.
그 덕분에 삼성SDI 지배주주는 다른 주주 대비 높은 편익을 취하고 주주환원은 밀려났다. 삼성SDI는 유증 당시 2025~2027년 현금 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장기 슈퍼사이클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해당 명분은 현실과 다르게 나타났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기준 유증 공언과 달리 주주들에게 설명했던 시설투자를 1원도 집행하지 않았다. 유증 이외 자본적 지출(CAPEX)도 감소 추세다. 2024년 6조2710억원에서 지난해 3조670억원으로 절반 넘게 사라졌다. 상상인증권은 올해 2조690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SDI 배당 0원 정책은 여전하다. 삼성SDI는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배당 예측 가능성을 미진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배당 예측 가능성은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주주가치 원칙에 해당한다.
해당 결정 중심에는 삼성SDI 이사회가 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삼성SDI 의장은 대표이사가 겸직한다. 어떤 경영 판단도 대표이사를 지나칠 수 없는 구조다. 대주주인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투자 확대·미배당 공시와 이사회 의장 선임 관련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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