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삼성SDI가 1년 전 유상증자 자금을 주주들에게 약속했던 성장 투자 대신 평시 운영자금과 예적금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연 이율 3~4%대 차입금으로 댈 수 있는 비용을 대신하거나 입출금 통장 예치용 등으로 연 10% 기회비용을 낳는 1조원대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삼성SDI는 올해 계획 무산 위험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하면서 정부에는 또다시 25조원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다.
1조원, 다른 데 썼거나 입출금 통장·예적금에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SDI 이사회가 유증 전면에 세웠던 해외법인·전고체 투자 집행률은 올해 1분기 기준 40%를 밑돈다. 1조6549억원 중 1조원 이상을 운영자금 및 단기 금융상품 투자에 썼다. 운영자금이 5137억원, 단기 금융상품 투자금은 5031억원에 달한다. 입출금 통장 격인 MMDA에는 4026억원을 예치했다. 정기예금에는 10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지난해 삼성SDI 유증 증권신고서를 보면 주주들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회사가 운영자금으로 책정한 비용은 0원이었다. 조달금 일부를 쓸 수 있다는 내용은 주석으로만 달았을 뿐 구체적 전용 위험을 설명하지 않았다.
단기 금융상품 투자 대부분도 지난해부터 투입하겠다고 했던 전고체 시설투자를 1원도 집행하지 않아 생겼다. 삼성SDI가 해당 시설투자에 배정했던 금액은 3541억원에 달한다. 당시 삼성SDI는 설비와 부지, 시기별 투입 액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기재하지 않았다. 자금 사용 대상과 시기 관련 정보를 상세히 제공했던 해외법인 투자와 대조적이었던 대목이다.
결국 계획 일부라도 지킨 자금은 해외법인 투자 6381억원 뿐이다. 원래 구상은 북미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9047억원, 헝가리 법인(SDIHU) 4694억원 투자 집행이었다.
부실한 계획의 대가, 자본 역마진
1년 앞을 못 본 계획은 현격한 자본 역마진을 낳았다. 통상 유증 자금은 이익잉여금이나 차입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자본 활용 변동성에 따른 자기자본비용(COE) 상승을 비롯해 시가 할인, 각종 부대 비용으로 요구 수익률이 오르는 구조다.
실제 시장에서는 삼성SDI 자본이 연 10%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상상인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삼성SDI 주주들이 감내하는 기회비용인 COE를 10.07%로 계산했다. 이를 대입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8.24%로 구했다. WACC 이하 자본 이익률은 기업가치 훼손 발생 시점으로 꼽는 지표다.
삼성SDI COE와 WACC는 3~4%대인 회사 장단기 차입금리 2~3배에 달한다. 유증 자금을 예치한 MMDA 및 예적금과는 기회비용 격차가 5배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들 금융상품 이율은 시장에서 각각 0%대, 2~3%대로 평가한다.
삼성SDI는 유증 자금을 예적금에 방치하는 대신 차입금으로 운영자금 등을 충당할 수 있었다. 유증 전 부채비율은 89.0%, 28.5%로 넉넉했다. 비슷한 시기 배터리 업계 경쟁사 부채비율은 LG에너지솔루션 94.7%, SK온 198.5% 등이었다.
유증 자금 역마진은 자본효율성 악화를 부추겼다. 삼성SDI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4년 3.1%에서 지난해 -3.2%로 하락했다. 그 대가는 회사를 신뢰해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발행주식총수 16.80%에 해당하는 주주배정 유증으로 막대한 신주(1182만1000주) 상장 타격을 감내한 바 있다.
믿었던 주주들 두고 정부에 또 대규모 투자 약속
삼성SDI가 애초 약속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모습이다. 올해 안에 0원 상태인 전고체 시설투자를 완료해 내년 양산까지 해야 한다. 단기 금융상품에 예치한 5000억원 넘는 자금도 5개월 남짓 남은 올해 안에 투자 집행을 완료해야 한다. 계획 취지를 온전히 달성하려면 운영자금으로 전용한 자금 역시 다시 마련해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는 계획을 최종 이행할 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1분기 보고서에 "미사용 자금은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바와 같이 자금의 시용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할 예정"이라면서도 "실제 공모자금 사용금액은 영업, 시장환경 및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 관계자 역시 "시기의 조정만 있을 뿐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면서도 구체적 미집행 배경과 이후 일정 등에는 대외비 등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자본시장에서는 유증 자금 전용과 관련해 당국 주주보호 장치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영자금과 채무 상환용으로는 금융당국 심사를 넘기 쉽지 않으니 성장 자금을 내세웠다가 방치하는 사례가 거듭 발생한다"며 "조달 뒤에는 기업이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자금을 전용할 때 당국이 해당 필요를 부정하기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주주와 약속한 1조원대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삼성SDI는 정부에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공언했다. 첨단산업 발전 국민보고회 등 최근 정부 행사에서 2040년 내 25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다. 구체적으로는 울산 사업장에 16조원, 천안 사업장에 9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