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2만원, 회사에선 1만원 미만…대기업 구내식당의 반전

여의도 증권맨도 찾는 LG 구내식당…‘회사 밥’이 복지가 됐다

산업 |김종현 기자 | 입력 2026. 07. 09. 07:49
[세줄요약]
  • 대기업 구내식당이 1만원 미만으로 프리미엄 메뉴를 제공하며 인기를 끈다.
  • 현대그린푸드와 삼성웰스토리는 외식 브랜드 협업 및 제철 식단으로 차별화했다.
  • 삼성웰스토리와 디앤오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31.7%와 39.83% 수준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온양캠퍼스(충청남도 아산 소재) 구내식당서 배식을 받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온양캠퍼스(충청남도 아산 소재) 구내식당서 배식을 받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주변에선 조금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보통은 빌딩 안에서 밖으로 쏟아져 나올 시간인데, 오히려 주변 직장인들이 LG트윈타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인근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선 농담 섞인 말도 오간다.

“오늘 LG 밥 괜찮다던데?”

한때 구내식당은 ‘빨리 먹고 자리로 돌아가는 곳’이었다. 식판 위에 밥과 국, 반찬 몇 가지가 놓이는 공간. 선택지는 많지 않았고, 맛보다는 효율이 앞섰다. 하지만 요즘 대기업 구내식당은 다르다. 외식 브랜드와 손잡고, 유명 셰프가 메뉴를 짜며, 계절 식재료와 지역 맛집까지 끌어들인다. 회사 안 식당이 ‘사내 미식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LG트윈타워 구내식당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LG 임직원뿐 아니라 주변 금융권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점심값이 빠르게 오른 여의도에서 깔끔한 공간, 안정적인 품질, 다양한 메뉴를 갖춘 구내식당은 이제 단순 복지시설을 넘어 ‘직장인의 점심 피난처’가 됐다.

특히 여의도 일대 한 끼 점심값이 1만 5000원~ 2만원대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대기업 구내식당 매력은 더욱 또렷해진다. 구내식당 한 끼 가격은 대체로 1만 원에 미치지못하지만, 메뉴 구성과 식재료, 위생 관리, 공간의 쾌적함까지 감안하면 외부 식당 1만5000원~2만원짜리 식사에 버금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장인 입장에선 ‘값싼 급식’이 아니라, 합리적 가격에 누리는 프리미엄 점심인 셈이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출처=김종현 기자
여의도 LG 트윈타워. 출처=김종현 기자

국내 주요 그룹의 구내식당을 맡은 케이터링 업체들은 단순 급식업체를 넘어 각 그룹의 복지와 조직문화를 떠받치는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과 LG는 각각 삼성웰스토리와 ㈜디앤오를 통해 급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에 사내식당 운영을 맡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아워홈을 인수하면서 삼성·LG처럼 인하우스에 가까운 운영 체제를 갖췄다. SK는 오랜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후니드에 SK서린빌딩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사업장 구내식당을 맡기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디앤오,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후니드 등은 대기업 임직원의 하루 식사를 책임지며 메뉴 경쟁과 서비스 고급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체별 실적은 엇갈리지만 방향은 같다. ‘회사 밥’의 수준을 높여야 임직원 만족도를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메뉴에서 나타난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구내식당을 맡은 현대그린푸드는 올초 인기 외식 브랜드와 협업한 ‘H-로드트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구내식당에서 빕스, 만석닭강정, 로코스 같은 외식 브랜드 메뉴를 선보이고, 전 메이저리거 출신인 김병현이 운영하는 독일식 소시지 전문점 메쯔거49와도 협업중이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 출연으로 주목받은 셰프와도 손잡고 메뉴 품질을 끌어올렸다. 구내식당 식단표가 더 이상 반복되는 주간 메뉴표가 아니라, 외식 트렌드를 반영하는 작은 미식 캘린더가 된 셈이다. 특히, 드넓은 공간 등 넓직한 좌석간 배치 등 개방감 등을 고려하면 한층 업그레이드된 백화점 푸드코트를 연상케한다.

삼성웰스토리도 절기와 계절감을 살린 메뉴로 차별화하고 있다. 여름에는 복분자를 활용한 메밀비빔면과 도토리묵 막국수, 수박 주스와 컵팥빙수를 내놨고, 겨울에는 쌍화라떼와 뱅쇼 같은 따뜻한 음료를 선보였다. 가을에는 전국 전통시장의 인기 메뉴를 재해석한 음식을 제공했다. 회사 밥이 ‘매일 비슷한 식사’에서 계절과 유행을 담은 콘텐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 SK서린사옥. 출처=김종현 기자
서울 종로 SK서린사옥. 출처=김종현 기자

이 변화는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이 구내식당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 식당은 비용 항목에 가까웠다. 지금은 복지, 생산성, 조직문화의 일부다. 임직원이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좋은 밥 한 끼는 회사가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일상적인 신호다. 사무실 인테리어, 사내 카페, 피트니스센터 못지않게 구내식당이 기업 이미지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여의도 LG 구내식당의 인기는 이런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권 직장인들은 늘 시간에 쫓긴다. 오전 장을 마치면 곧바로 회의와 보고가 이어진다. 짧은 점심시간에 붐비는 외부 식당에서 줄을 서고, 비싼 값을 치른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일은 적잖은 피로다. 잘 정돈된 구내식당에서 1만 원 미만의 가격으로 외부 식당 못지않은 품질의 식사를 하는 것은 이들에게 단순한 점심이 아니라 짧은 회복의 시간이 되고 있다.

물론 구내식당의 고급화가 운영사에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은 커졌고, 이용자의 기대치는 높아졌다. 외식 브랜드 협업, 계절 특식, 건강식 코너, 사내 카페 운영 등은 모두 비용을 수반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변화지만, 운영사 입장에선 품질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 구내식당의 진화는 쉽게 되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직장인들은 ‘회사 밥도 맛있을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외식 브랜드 협업 메뉴, 프리미엄 샐러드, 지역 맛집 콘셉트, 제철 식단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기대치가 되고 있다. 과거 점심시간의 즐거움이 회사 밖 맛집을 찾아가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회사 안 식당이 그 즐거움을 흡수하고 있다.

좋은 구내식당은 기업의 품격을 드러낸다. 로비의 대리석이나 회의실의 첨단 장비보다 더 직접적으로 직원의 하루를 바꾼다. 식판 위에 놓인 따뜻한 국 한 그릇, 제철 재료로 만든 한 끼, 가끔 등장하는 유명 맛집 메뉴는 “이 회사가 우리를 챙기고 있다”는 안정감을 준다.

여의도 증권맨들이 LG 구내식당을 부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곳은 단순히 밥이 나오는 공간이 아니라, 요즘 대기업 복지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전시장이다. 회사 밥이 달라졌다. 그 변화는 직장인의 하루를 바꾸고, 기업 문화를 바꾸며, 도시의 점심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한편, 삼성과 LG그룹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삼성웰스토리와 디앤오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31.7%, 39.83%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 강화와 대기업 급식 일감 개방 흐름 속에서 이들 자회사가 외부 입찰에도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체급식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회사 밥’의 품질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Q&A
1. 여의도 LG트윈타워 구내식당이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의도 일대의 한 끼 점심값이 15000원에서 20000원대까지 급등한 상황에서 대기업 구내식당은 10000원 미만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깔끔한 공간과 안정적인 품질, 다양한 메뉴를 갖춰 바쁜 금융권 직장인들에게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프리미엄 점심 피난처이자 회복의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2. 국내 주요 그룹의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케이터링 업체들은 어디입니까?
삼성그룹은 삼성웰스토리, LG그룹은 디앤오를 통해 급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에 운영을 맡기며 한화그룹은 아워홈을 인수해 운영 체제를 갖췄다. SK그룹은 오랜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후니드에 주요 사업장 구내식당을 맡기고 있다.
3. 최근 대기업 구내식당 메뉴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단순히 반복되는 식단에서 벗어나 인기 외식 브랜드 및 유명 셰프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절기와 계절감을 살린 특식을 제공하는 등 콘텐츠화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외식 브랜드와 협업한 H-로드트립 프로젝트를 운영했고 삼성웰스토리는 계절 맞춤형 음료와 전국 전통시장 인기 메뉴를 재해석한 음식을 선보였다.
4. 기업들이 구내식당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수준을 높이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과거에는 구내식당을 단순 비용 항목으로 바라보았으나 현재는 복지와 생산성, 조직문화의 일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임직원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며 잘 차려진 식사는 회사가 구성원을 존중한다는 신호를 주어 기업 이미지를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5. 대기업 급식 자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 현황과 향후 시장 전망은 어떠합니까?
삼성웰스토리와 디앤오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31.7%, 39.83%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 강화와 대기업 급식 일감 개방 흐름에 따라 이들 자회사가 외부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단체급식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회사 밥의 품질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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