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LFP 한계 넘는다…배터리 3사 ‘전고체’ 개발 총력

산업 | 박재형  기자 |입력

전기차 업체, 화재 리스크에 안정성 높은 전고체 배터리 주목 국내 배터리 3사 전고체 배터리 개발 가속…2027~2029년 상용화 목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관건은 ‘가격 경쟁력’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전기차 화재 한 건이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고, 기업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은 배터리 업계가 전고체 전지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 중 하나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대비 화재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가 전고체 배터리를 통한 소비자 신뢰 확산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어 성과가 주목된다.

●전기차 화재 나면 촉각 곤두세우는 전기차 업체들

지난 2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단독주택 주차장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와 BYD(비야디) 씨라이언 7 등 2대의 전기차가 전소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양사는 관계 기관과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화재가 전기차에서 시작됐는지 확인되진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서로 다른 배터리를 탑재한 두 전기차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전소됐다는 점에서 특히나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에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이른바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된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 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다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BYD 씨라이언 7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 화재로 현대차와 BYD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전기차 업체의 배터리 안정성에 관한 소비자 신뢰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해당 브랜드뿐만 아니라 전기차 전반에 대한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온다. 특정 업체가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차가 아직 안전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 대부분은 ‘배터리’서 발생…꿈의 기술 ‘전고체 배터리’

이처럼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배터리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네 가지 핵심 소재를 이용해 만든다.

양극재는 리튬이온을 만들고 에너지 밀도를 높여주는 역할로 배터리 힘의 근원이다.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 시 에너지가 저장되는 곳이며, 전해액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전해액(액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통로가 액체이다 보니 온도 변화에 따라 굳거나 팽창할 수 있어 화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에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적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화재 위험을 줄인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경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는) 가연성의 유기전해액이 아니라 난연성의 무기계 고체전해질을 사용해서 화재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의 삼원계, LFP는 소재 측면에서 용량 상향에 한계가 있어 셀 에너지밀도를 더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셀 설계를 극한으로 해서 각종 공차를 줄이다 보니 위험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사용할 수 없던 새로운 고용량 양극, 음극 소재를 사용할 수 있고 두꺼운 전극 설계로 셀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안정성도 향상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의 개발 현황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 업체는 아직 없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올해 최종 검증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독일 완성차 업체 BMW, 미국 배터리 업체 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및 실증을 위한 ‘3자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전기차뿐 아니라 높은 에너지밀도를 요구하는 로봇 등 신규 시장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잠재 고객과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운영하는 FRL에서 연구원이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에서 운영하는 FRL에서 연구원이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까지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또한 양극 소재로 ‘황(Sulfur)’을 활용한 고용량 배터리를 전고체 기술을 통해 실제로 구현했다고 5일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황 양극을 적용해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한 단계 높은 에너지 용량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산업계와 학계의 협력을 바탕으로 안전성, 에너지밀도,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온은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목표였던 2030년에서 1년 앞당긴 일정이다. 대전 유성구 미래기술원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고 시제품 생산 및 품질·성능 검증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폭넓게 상용화되기 위한 최종 관건은 ‘가격 경쟁력’이라 말한다.

김경수 수석은 전고체 “전고체 배터리를 기술적으로는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나 생산이 낮고 원료가 비싸다 보니 가격이 아직 비싼 상황”이라며 “저가 소재를 활용하거나 공정 개발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순형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각 기업에서 전고체를 연구하고 만들고 있는 상황이나 표준화가 되어 있지는 않고, 가격 측면에서 아직 100% 상용화가 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좋아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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