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시장 쟁탈전… 韓 배터리 3사, 국내·북미서 정면 승부 글로벌 시장서는 장기적으로 中과의 싸움에서 존패 갈린다

산업 | 박재형  기자 |입력

한국전력거래소, 11일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결과 발표 1조 규모 정부 사업에 국내 배터리 3사 참여… 삼성SDI∙LG엔솔 점유율 경쟁 전망 美서 중국산 ESS 단계적 배제되며 한국 배터리 업체들 적극 진출하기도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 속 중국산 저가 제품 공급에 고전 중인 한국 2차전지(배터리) 3사 경쟁이 국내외에서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음 주 1조원대 규모의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결과에 따라 ESS 시장 주도권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외에서는 전략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한 점유율 확보 행보가 각 사 전략과 상황에 맞춰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배터리 3사, 국내서 1조 규모 정부 ESS 입찰 두고 ‘격돌’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오는 11일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은 2027년까지 국내 내륙 지역과 제주에 각각 500메가와트(㎿), 40㎿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1조원대 사업으로 예상된다.

2차 입찰에는 총 35개 내외의 사업자 컨소시엄이 참여했으며, 1차 입찰과 마찬가지로 7∼8곳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발표된 1차 입찰 결과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수주 물량 563㎿ 가운데 76%에 해당하는 427㎿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고, LG에너지솔루션은 나머지 24%인 136㎿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SK온은 1차 입찰에서 단 한 건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2차전의 관심은 SK온이 어느 정도로 수주 성과를 낼 것인지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간 점유율 경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2차 입찰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40∼50%의 물량을 각각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고, SK온은 10∼2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SDI는 이번 입찰에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로 참여했다. 소재, 부품 등이 대부분 중국산인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와 달리 NCA 배터리는 국내 산업 기여가 높다는 게 강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수주 확대를 노리는 한편, LFP 배터리의 구조적 안정성을 강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 일부를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총 3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LFP 배터리 소재를 국내 업체에서 조달해 국산화 소재 사용률을 높이는 전략을 내세웠다.

●미국 ‘탈중국’ 정책 기조 맞춰 북미 시장 진출하는 배터리 3사

국외에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배터리 3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 북미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사실상 배제되자, 배터리 3사가 이를 사업 기회로 판단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를 ESS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해 ESS용 배터리 생산을 개시한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가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것이 호재로 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넥스트스타를 자사 ESS용 배터리 북미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2025년 말 미국 현지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고 미국 대형 에너지 전문기업과 2조 원대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ESS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SDI는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약 50%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ESS용 LFP 배터리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도 북미 ESS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미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한 서진글로벌과 대규모 ESS 부품 조달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공급망 구축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서진은 이번 계약에 따라 2036년까지 최대 1조 9424억 원 규모의 주요 ESS 부품을 SK온에 공급할 예정이다. SK온은 ESS용 LFP배터리를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느냐가 관건... 현황은?

이처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외연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바로 ‘중국의 저가 공세’ 때문이다.

지난 2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은 550GWh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이 352GWh로 전체의 64%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북미는 88GWh(16%)에 그쳤다.

미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고관세 정책으로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 수입이 제한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4%에 불과했다. 삼성SDI는 12GWh(2%), LG에너지솔루션은 10GWh(2%)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이 이렇게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각 사의 주요 ESS 배터리가 NCA 기반 삼원계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반대로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종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에너지ICT연구단장은 “중국의 LFP배터리 저가 공세를 피하기 어렵다. 북미나 유럽을 타겟으로, ‘탈중국’ 공급망을 어필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 안정성 극대화를 위한 차세대 기술 준비로 기술 격차를 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제조뿐 아니라 전력망과 연계된 운영과 유지보수 능력을 앞세워 통합 에너지 솔루션 사업 모델로 부가가치를 높여, 정부와 기업이 협력한다면, 질적 수익성과 실리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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