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100일

'진짜 사장' 찾는 하청노조 1151곳, 산업계 덮친 노사 리스크

원청 교섭 요구한 하청업체 1000곳 훌쩍 넘어 현대차·한화오션 등 주요 기업 잇단 사용자성 판단 하반기 중노위 판단 따라 노사 간 갈등 분수령 될 전망

산업 |박재형 기자 | 입력 2026. 06. 17. 10:01
[세줄요약]
  • 노봉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 1151곳이 원청 434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 자동차·조선·건설·통신 등 산업 전반에서 사용자성 인정 판단이 나오고 있다.
  • 전문가들은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판단 기준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이 17일 100일을 맞았다.

그 새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노동위원회도 주요 산업 현장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잇달아 인정하는 모양새다.

다만 원청 기업들이 교섭 요구 공고를 미루거나 노동위원회 판단을 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실제 교섭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청이 어디까지 교섭 의무를 져야 하는지 가를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만큼,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과 노무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000곳 넘는 하청노조, 원청 430여 곳 상대로 교섭 요구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후 이달 12일까지 하청노조 1151곳이 원청 434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소속 조합원 수는 16만3554명에 달한다.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판단도 잇따르면서 원청 교섭이 제도권 안에서 확산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을 요구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지난 5일까지 접수된 사건은 80건이다. 지노위는 이 가운데 69건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이에 주요 기업은 교섭을 거부하거나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제 교섭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는 아직 드물다는 평가다.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중에 이를 공고한 사업장은 90곳에 불과하고, 또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곳 중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8곳으로 알려졌다.

중앙노동위원회. 연합뉴스
중앙노동위원회. 연합뉴스

원청은 지노위의 사용자성 판단에 불복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으며, 중노위 결정에 불복할 경우 원청은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오는 하반기 중노위의 재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원청과 하청노조 간 갈등이 역대급 ‘하투(夏鬪)’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위의 시간…산업계 전반 ‘사용자성 인정’ 심판대 올라

현장에서는 국내 제조업을 중심으로 노동위의 사용자성 인정 판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비정규직지회 등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현대차에 하청노조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건 처음이다.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에 내려지는 판정은 여타 완성차 업체 및 제조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 측은 결정서를 송달받은 후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중노위 재심 신청 및 행정소송으로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같은 날 중노위는 한화오션 하청 급식업체 웰리브지회 사건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산업안전 및 작업환경 개선 등이 하청업체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며, 한화오션이 이를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직접적인 생산 원·하청 관계가 아닌 간접적인 지원·협력 관계까지 단체교섭 상대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도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라는 변수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껏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대 건설사 중 9개사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건설사 중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않은 건설사는 대우건설이다.

통신사들도 지난 1일 LG유플러스에 대한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온 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가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노동위가 LG유플러스의 사용자성을 인정함에 따라 노란봉투법 영향이 통신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특성상 통신 설치 및 유지보수 등 업무는 자회사 및 협력업체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외에도 이날에는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동희오토, 이화학당의 재심 사건이 예정돼 있으며, 19일에는 고려아연과 극동건설의 재심 사건이 진행된다.

다음 주에는 SK에코플랜트,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CJ대한통운 등 산업계 전반이 원청 사용자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심판대에 줄줄이 올라간 상황이다.

사용자성 기준 불명확…현장서 불확실성 증가 우려

전문가들은 원청에 부담이 늘고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청노조 교섭이 확산되는 것, 그에 따라 원청에 비용 증가가 이뤄지는 것은 명확하다”며 “교섭 과정에서 갈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당장은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요구 확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당면 과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 기준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때 원청은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

문제는 실질적 지배력의 구체적 기준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 및 노동부, 노동위에서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적용하다 보니 원청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오고, 현장에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양상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실질적 지배력이라고 하는 판단 기준을 정부가 만들긴 했지만 더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동위도 해석 지침에 맞게 일관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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