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노위, 현대차 원청 사용자성 15일 판정… 완성차 업계 파장 예고

울산지노위, 1일 현대차 교섭 의무 판정 15일로 연기 완성차 원·하청 노사관계 새 분기점 될 전망

산업 |박재형 기자 | 입력 2026. 06. 02. 09:05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현대자동차가 하청 노동자들이 단체교섭 대상인지를 가릴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1일 또다시 연기됐다.

울산지노위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에 대해 심문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오는 15일 회의에서 판정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판단은 현대차 개별 노사 현안을 넘어 국내 완성차 업계 원·하청 노사관계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또한 대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원청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현대차의 노무 리스크와 산업계 교섭 지형 전반에 중대한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울산지노위, 현대차 원청 여부 판정 또 연기…15일 3차 회의서 결론 나나

2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지노위는 전날 금속노조가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2차 심문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지노위는 오는 15일 심문회의와 판정회의를 다시 열 방침이다.

앞서 울산지노위는 지난달 20일 이 시정 신청에 대해 첫 심판회의를 열었지만, 마무리하지 못하고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생산, 보안, 식당, 판매, 연구 등 업무 형태가 다른 하청 조합원들 각각의 산업안전, 임금, 작업방식 등을 두고 노사 양측 주장이 첨예한 데다가 확인해야 할 자료가 방대했기 때문.

이날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첫 회의 때 다루지 못했던 식당, 보안 분야 조사를 진행한 후 판매 분야 심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재차 판정 연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가올 3차 회의에서는 사실상 판매 분야에 대한 심문 절차만 남은 만큼, 하청 조합원들에 대한 현대차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심판회의의 핵심 쟁점은 현대차가 사내·사외하청, 구내식당, 보안·경비, 판매대리점 등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금속노조가 지난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원청교섭 불응 현대차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홈페이지
금속노조가 지난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원청교섭 불응 현대차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홈페이지

교섭 요구 대상은 남양연구소와 울산·아산·전주공장 사내하청업체, 보안업체, 구내식당, 자동차 판매대리점 등에서 생산, 경비·보안, 조리,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원 1675명이다.

노조는 현대차가 이들 노동자의 작업 방식과 업무 배치, 근무 환경 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차는 해당 노동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울산지노위에 시정 신청을 냈다.

완성차 노사 갈등 최대 분수령 될 전망…하청 남용 줄어들 거란 긍정적 전망도

이번 심판 회의는 단순히 현대차의 개별 노사 사안을 넘어 국내 완성차 업계 원·하청 노사관계의 향방을 근본적으로 바꿀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 규모급 원·하청 생산 구조를 갖춘 기업이다.

만일 울산지노위가 노조 측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원청인 현대차는 교섭요구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하고 사내하청 근로자와의 직접 교섭이 의무화한다.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 고용노동부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 고용노동부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그동안 직접적 노사 협의 대상이 아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단체교섭을 해야 하고, 원청 기업이 져야 할 비용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 심판 회의 건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선례가 남을 경우, 그 파장은 고스란히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번질 전망이다. 당장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기아는 물론이고 여타 자동차 1, 2차 부품사까지 연쇄 교섭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내 하청 남용이 줄어들고 직접 고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담긴 분석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심판 회의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시 제조업 전반 노사관계에 어떤 선례로 작용할지에 관한 질문에 “아주 낮은 노동 조건을 적용하는 이런 관행(사내 하청)은 지속되기가 어렵다는 면에서 차별적인 요소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내 하청을 남용하지 않고 직접 고용이 오히려 나은 것이 아니냐는, (기업의) 전략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 대외여건 불확실성 증가…현대차는 노사 리스크 겹치며 ‘첩첩산중’

현대차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5조9389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며 1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다.

이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 원자재 가격 폭등, 환율 상승에 따른 판매보증 충당부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렇듯 대외 변수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하청 노동자 교섭 이슈까지 더해지며 현대차의 노사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현대차의 노사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기존 정규직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더해 하청·간접고용 노동자들과의 교섭 이슈가 별도 축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

현대차그룹은 최준영 기아 사장을 그룹 정책개발담당으로 선임하는 등 노무·생산 운영 역량 강화를 위한 일부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사진은 최준영 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최준영 기아 사장을 그룹 정책개발담당으로 선임하는 등 노무·생산 운영 역량 강화를 위한 일부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사진은 최준영 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조직 정비에 나선 것도 노사 갈등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은 이달 최준영 기아 사장을 정책개발담당 사장으로 선임했다. 기존 부사장급 조직을 사장급으로 격상한 것. 정책개발담당은 그룹 노무 전반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책임 이슈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향후 노사 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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