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영풍 "사적 인맥으로 5600억 출자" vs 고려아연 "적법한 투자"

영풍 "사적 인맥 동원해 부실 사모사채 돌려막기" 이사회 패싱한 5600억 출자…영풍, 주주대표소송 고려아연 "적법한 투자 활동…악의적 비방에 불과"

증권 |심두보 기자 | 입력 2026. 05. 18. 17:4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대규모 펀드 출자가 특정 개인 간의 사적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상적인 투자 활동이라며 영풍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청호컴넷 사채 인수와 펀드 자금의 돌려막기 의혹 제기

영풍은 고려아연이 2019년 2월 단행한 청호컴넷 사모사채 인수를 이번 사태의 시발점으로 지목했다. 당시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소유했던 청호컴넷의 사모사채 약 7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영풍은 이 거래가 최윤범 고려아연 이사와 지창배 대표 간 '경제공동체'가 형성된 핵심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의 출발점이 바로 이 지점이라는 것이 영풍의 핵심 주장이다.

영풍에 따르면 2019년 당시 청호컴넷은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재무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게다가 해당 기업의 사업 영역은 고려아연의 본업과 전혀 무관했다. 영풍은 이러한 부실 기업의 사모사채를 고려아연이 굳이 인수할 경영상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기업의 투자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모사채 인수 직후인 2019년 5월, 지창배 대표는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운용사 설립 이후 고려아연은 해당 운용사가 조성한 펀드에 막대한 자금을 출자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의 경우 고려아연이 전체 자금의 94.64%를 댔다. 사실상 고려아연의 단독 펀드나 다름없는 구조로 운용되었다는 것이 영풍 측의 설명이다.

영풍은 이후 벌어진 펀드 자금의 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 상태가 열악했던 청호컴넷은 자체적으로 7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 원리금을 상환할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채무상환 불능 위기 상황에서 앞서 언급된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 자금 약 90억 원이 투입되었다. 이 자금은 결국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던 사채의 원리금을 갚는 데 사용되었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이 펀드에 출자한 자금이 다시 고려아연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는 데 쓰인 셈이 되었다. 영풍은 이를 두고 회사 자금으로 회사의 채무 상환 부담을 해결한 기형적인 돌려막기 구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고려아연 돈으로 고려아연의 빚을 갚은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영풍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거래가 특정인들 간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이러한 일련의 자금 흐름 배경에 최윤범 고려아연 이사와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의 사적인 친분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과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 사이로 알려져 있다. 영풍은 두 사람의 이러한 각별한 인연이 없었다면 청호컴넷 사채 인수나 이후의 펀드 자금 투입은 결코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적인 회사 자금이 사적인 인맥 관리에 동원되었다는 의혹이다.

5600억 대규모 출자 논란과 영풍의 법적 대응

이러한 유착 의혹은 일회성 거래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영풍의 설명이다. 영풍의 자료에 따르면 최윤범 이사가 사장으로 재임했던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 기간 동안 총 5600억 원에 막대한 회사 자금이 해당 운용사에 출자되었다. 영풍은 사채 인수 건이 이 출자의 서막을 여는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펀드 출자의 세부 내역 역시 비정상적이었다고 영풍은 지적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조성한 8개 펀드 가운데 6개 펀드에서 고려아연의 출자 지분이 96%를 상회했다. 이는 다수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반적인 사모펀드의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영풍은 이를 사실상 고려아연 단독 펀드로 규정하며 그 운용 목적에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처럼 거액의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견제 장치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영풍은 주장했다. 영풍은 대규모 자산 운용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이사회 보고나 리스크 심사 등 필수적인 내부 검증 절차가 철저히 무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영풍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최근 법원의 판결문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지창배 대표는 펀드 자금을 유용해 청호컴넷 등 관계사의 자금난 해소에 사용한 혐의로 횡령 및 배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해당 판결문에서 고려아연을 '특별한 관계에 있는 출자자'로 명시했다. 영풍은 이를 근거로 5600억원대 출자가 통상적인 펀드 운용이 아닌 사적 관계에 기반한 것임이 법적으로 입증되었다고 강조했다.

영풍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현재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원아시아파트너스 및 이그니오홀딩스 관련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소송을 통해 비정상적인 투자 결정으로 회사가 입은 금전적 손실의 규모와 책임을 명백히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의 반박: 합법적 투자와 본연의 경쟁력 강조

고려아연은 영풍의 이러한 파상 공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3년째 이사회 장악을 목표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의혹들은 짜깁기와 억측에 바탕을 둔 악의적인 비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여론 호도로 인해 기업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영풍이 문제 삼는 모든 투자와 출자 건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음을 거듭 강조했다. 회사는 관련 법령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확립된 내부 통제 및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특정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회사의 자금 집행 시스템이 무력화되었다는 영풍의 주장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상적인 경영 활동임을 분명히 했다.

고려아연은 펀드 투자 자체의 정당성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기업이 보유한 잉여 자금의 일부를 채권이나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경영 활동이라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이를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각화 전략이자 효율적인 자산 운용 방식 중 하나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이 통상적인 재무적 투자를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깎아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아연은 역으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의 도덕성과 과거 전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MBK파트너스 측이 과거 홈플러스 사태 등을 통해 숱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으며, 최근에는 끊임없는 환경 오염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에 로비 업체를 잇따라 고용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경영진과 전 임직원이 힘을 모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 경제 협력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성공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모적인 공방에 휘말리기보다는 본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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