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에 대한 시티그룹, 도이체방크 투자의견 하향은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영향이다.
- Paul Hwang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실적 회복 지연을 우려해 쿠팡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6월 제재 결정은 매출 3% 과징금 등 쿠팡 규제 리스크의 시험대다.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쿠팡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한 2023년 이후, 복수의 주요 투자은행이 같은 날 동시에 쿠팡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는 사태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2025년 말 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여파가 2026년 1분기 실적에서 수치로 확인되면서다.
14일 금융정보 플랫폼 마켓비트(Marketbeat)에 따르면, 시티그룹과 도이체방크는 지난 5월 6일 각각 쿠팡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동반 하향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전날 발표된 2026년 1분기 실적이었다. 주당순이익(EPS)은 -$0.15(약 -210원)를 기록하며 컨센서스인 -$0.03(약 -42원)을 400% 이상 하회했다. 전체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1조2000억원 규모의 바우처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비용이 한꺼번에 반영된 데다, 데이터 유출 이후 WOW 회원 이탈로 인한 매출 감소까지 겹친 탓이다. 시티그룹 담당 애널리스트 Paul Hwang은 단기 실적 회복이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봤다. 도이체방크도 목표주가를 $25(약 3만5000원)에서 $23(약 3만2200원)으로 낮추며 보유(Hold)로 등급을 내렸다.

이번 동시 강등이 유독 주목받는 것은 그간의 흐름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과 잉여현금흐름 흑자를 동시에 달성했다. 연간 영업이익 4억7300만달러(약 6620억원), 잉여현금흐름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주요 투자은행들의 투자의견 하향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후 투자의견 하향은 시티그룹이 2024년 1월 파페치 인수 부담을 이유로, 도이체방크가 2025년 8월 대만 초기 투자로 인한 일시적 세율 급등을 이유로 각각 단독으로 하향한 사례가 있었을 뿐이다. BofA는 2023년 3월 투자의견을 하향한 적 있으나, 이는 2022년 4분기 실적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스, JP모건, 골드만삭스는 이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투자의견을 낮추지 않았다. 이들은 데이터 유출 사고 직후에도 목표주가를 일부 조정하면서도 긍정적 등급을 유지했다. 이번 동시 강등이 쿠팡의 수익 체력에 대한 구조적 의문이 아니라 데이터 유출이라는 비경상적 이벤트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월가의 기본 시각이 완전히 바뀐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관건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제재 절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4월 초 쿠팡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사항과 예정 처분 내용 등이 담긴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쿠팡은 의견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한 뒤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개인정보위의 전반적인 처분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개인정보위의 의견서 검토와 전체회의 상정만 남겨둔 상태다.
제재 수위 결정 시점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개인정보위가 상반기 안에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르면 6월 중 제재 수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역대 최대 수준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쿠팡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가운데, 6월 개인정보위의 제재 결정이 쿠팡을 둘러싼 규제 리스크의 실제 규모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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