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수수료와 대여금으로 얽힌 덕산그룹 거버넌스가 덕산넵코어스 상장 우려 요인을 키운다. 한국 자본시장 고질적 병폐인 터널링(지배주주 대상 부의 이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다. 덕산그룹 핵심 자회사들이 창출한 현금은 일반 주주들을 위한 배당이 아닌 지배주주 일가 개인회사 격인 비상장 최상위 지주사 덕산홀딩스로 흘러가는 상황이다.
계열 분리·적자 상장사도 못 피한 수금, 타 지주사 대비 압도적 비중
덕산홀딩스는 제조 등 자체적인 영업 활동이 전무한 비상장 지주회사다. 이수훈 회장(지분 64.49%) 등 특수관계인이 장악해 하위 상장 계열사를 지배하고 이들로부터 현금을 징수한다. 영업수익 대부분은 그룹 계열사로부터 걷는 용역매출(경영자문 및 브랜드 수수료)이다. 지난해 기준 덕산홀딩스 전체 영업수익 190억원 중 151억원이 용역매출에서 나왔다. 2021년 64억원에서 꾸준히 순증한 결과다.
이는 자회사들이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도 지주사 대상 상납을 계속한 덕에 가능했다. 덕산넵코어스 모회사 덕산하이메탈은 지난해 연결 기준 115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재무가 크게 훼손된 상황인데도 36억원 수수료를 덕산홀딩스에 납부했다. 직전연도(2024년)에도 37억원을 내는 등 현금 납부가 꾸준히 이어진다.
덕산넵코어스 역시 혹독한 적자를 겪었던 시기를 포함해 덕산홀딩스에 매년 거액을 지급해 왔다. 2021년 6억원, 2022년 9억원, 2023년 11억원, 2024년 18억원, 지난해 10억원 등이다. 핵심 캐시카우인 덕산네오룩스가 납부한 비용은 2021년 39억원에서 지난해 83억원으로 2배 이상 불었다.
덕산홀딩스 지배를 받지 않는 코스닥 상장사 덕산테코피아조차 이 수수료 터널에 얽혀 있다. 덕산테코피아는 이수훈 회장 동생인 이수완 덕산산업 대표가 지배한다. 그런데도 덕산홀딩스에 비용을 지급한다. 이는 덕산테코피아 자회사 덕산일렉테라가 지난해 976억원 순손실을 내며 그룹 전반 현금을 말린 상황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수수료 정책은 일반적인 대기업 지주사 요율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효성(1.39%) 등 덕산과 규모가 유사한 지주사들 매출 대비 용역비 비중은 대체로 한 자릿수 안팎에 불과하다.
사업 자금으로 대출까지... 지배주주만 배당 잔치
덕산 자회사들은 현금을 대여금 형태로도 지원한다. 지난해 기준 덕산네오룩스는 덕산홀딩스에 153억원을 빌려준 상태다. 덕산하이메탈 역시 88억원 자금을 대출해줬다. 현금이 생산 설비 투자나 소액 주주환원에 쓰이지 못하고 지주사 금고를 채운 상황이다.
주주 환원을 위한 배당 정책에서도 모회사 일반 주주와 오너 일가 간 온도차가 나타난다. 이번 상장을 추진 중인 덕산넵코어스는 2024년 14억원, 지난해 37억원 순이익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도 2년 연속 배당금은 0원이었다. 비상장 지주사 덕산홀딩스는 지난해 22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별도로 시행했다. 무리한 관계기업 투자로 지난해 319억원 순손실을 내 계열사를 지원할 자금이 줄었는데도 실시한 배당이다.
결국 상장사 주주에게 갈 수 있는 이익 재원이 비상장 지주사를 통해 오너 현금으로 이어진 구조다. 이는 현재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에 맞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국내 자본시장 흐름과 정반대다. 덕산넵코어스가 중복 상장해 외부 자금을 조달해도 주주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우려가 여전한 셈이다.
상장 이후에도 창출 이익 상당 부분을 주주 배당 대신 덕산홀딩스 수수료 등 오너 일가를 위해 귀속시킬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이와 관련해 덕산홀딩스 측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덕산홀딩스 관계자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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