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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까지 포기한 사람들, 그리고 텅 빈 매대... 회생 14개월째 홈플러스 가보니

매장 내 신선식품 매대, PB상품 주방 가전으로 채워져 월급까지 포기하며 희생해도 피해자 변제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 문제

산업 |황태규 기자 | 입력 2026. 05. 08. 17:24
[세줄요약]
  • 홈플러스 일반노조 조합원 1400여 명은 영업 정상화 재원을 마련하고자 임금 포기를 결의했다.
  • 홈플러스는 전체 104개 매장 중 37곳의 영업을 중단하며 해당 직원에게 휴업수당 70%를 지급한다.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1206억원은 전단채 피해자 변제보다 DIP 상환에 우선 충당된다.
홈플러스 영등포구청점 내 계란 매대에 프라이팬과 저장용기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황태규 기자)
홈플러스 영등포구청점 내 계란 매대에 프라이팬과 저장용기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황태규 기자)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매장 곳곳에 빈 매대, 신선식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저장용기가 놓여 있었다.

7일 오후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구청점. 홈플러스가 공들여 리뉴얼한 메가푸드마켓 매장의 신선식품 매대 한쪽에 프라이팬과 자체브랜드(PB) 저장용기가 진열돼 있었다. 원래는 계란이 있어야 할 자리였다.  

같은 날 신도림점 신선식품 매대에는 떡볶이 컵라면이, 합정점 정육 매대에는 도마와 가위가 빈 자리를 채웠다.

치즈 매대에는 또 저장용기가 놓여 있었다. 상품 배치에 대해 묻자, 한 매장 직원은 "새로 상품이 들어오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서울회생법원 앞에서는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었다. 회생 개시 14개월째, 이들에게 아직 물품대금 등의 변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사진=황태규 기자)
(사진=황태규 기자)
(사진=황태규 기자)
홈플러스 신도림점, 홈플러스 합정점 내부 매대 사진. (사진=황태규 기자)

버티는 사람들...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제30차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이례적인 결의를 했다.

조합원 1400여 명의 임금을 포기하고 그 재원을 전액 영업 정상화와 상품 공급에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홈플러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의 대가인 월급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일단 월급을 받지 않더라도 매장이 문을 닫지 않고 정상화될 때까지 버텨 일터를 잃지 않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임금 지급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이미 수개월째 정상적인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도 일반노조 조합원들이 이 돈마저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만 이 결의는 홈플러스 전체 노조의 입장이 아니다. 민주노총 계열 마트산업노조는 별도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결의가 나온 지 열흘도 되지 않아,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이날 홈플러스는 오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37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업이 중단되는 매장 직원들에게는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이 지급되며,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은 영업을 지속하는 다른 매장으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희생이 닿지 않는 구조가 문제

문제는 이 희생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직원들은 매장 정상화를 위해 월급을 포기했지만, 매장의 매출은 전단채 피해자들에게 곧바로 돌아가지 않는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1206억원을 비롯해 회생절차 내 자금은 신규자금대출(DIP) 상환과 공익채권에 먼저 충당된다.

DIP 대출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이 운용자금이나 채무변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또 DIP 대출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무보증 채권 가운데 최우선으로 변제된다.

따라서 전단채 피해자를 비롯한 일반 회생채권자는 그 순서가 다 끝난 뒤에야 변제를 기다릴 수 있다. 직원의 희생과 피해자의 회수가 구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매장 안에서도 같은 단절이 보인다. 홈플러스는 37개 매장 영업을 잠정 중단하면서도 해당 점포 내 입점 사업자들은 계속 영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직영 매장은 문을 닫지만, 같은 건물 안 임차 사업자들은 영업을 이어간다는 것.

법원 앞에서 피켓을 든 피해자와, 월급을 포기한 직원과, 계란 자리에 프라이팬을 채운 매장은 모두 같은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회생절차라는 구조 안에서 이들은 서로 다른 줄에 서 있다. 또 한쪽의 버팀이 다른 쪽의 회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없다는 게 큰 문제로 보인다.

비대위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을 DIP 상환에 앞서 피해자·노동자 보호계정에 우선 적립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일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월급을 포기한 직원과 돈을 잃은 피해자가 같은 보호망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두 달 뒤인 7월 3일, 홈플러스 회생계획 가결 기한이 끝나는 날까지 구성원 각자의 버팀은 계속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바라던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일반 채권자로 돌아갈 재원이 얼마나 남을 지는 알 수 없다. 회생절차 상 일반 채권자에게 돌아갈 재원 규모는 DIP 잔액과 우선적으로 변제할 채권 규모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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