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관광 산업 진흥을 위해 외국 국적사 노선 확대 검토를 시사했다.
- 중동 국가들은 한국발 유럽 및 아프리카 환승 수요를 겨냥해 노선 증편을 요구한다.
- 국내 항공업계는 외항사 진입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와 수익성 지표 악화를 경계한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중동발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국내 항공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에 국내 항공사들은 잇따라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 국적 항공사들의 국내 취항 노선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자 국내 항공업계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외항사의 도입은 국내 항공사 간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고, 여객 수요를 빼앗아 갈 수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 “항공기 노선 늘려달라는 민원 외국 정상들에 자주 받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 대통령은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 ‘관광 새마을 운동’을 제안하며 이 일환으로 외항사 유치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해외에서 대한민국으로 오는 항공기의 정규 노선을 늘려달라는 민원을 외국 정상들에게 자주 받는다”며 “그런데 우리 부처들 의견은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합적으로 보면 관광산업 진흥이라는 측면, 여러 다른 측면에서도 우리 국적 항공사들이 취항을 못하더라도 외국 국적사들의 정규 노선은 적극적으로 늘려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밝힌 외국 정상들의 민원이 어느 국가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이 증편 민원을 받았다는 곳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튀르키예 등 중동 국가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 중동 국가들은 한국과 항공회담 때마다 노선 증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항공사들의 국내 노선 확대 추진이 자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한국발 유럽·아프리카행 환승 수요를 장악하려는 전략적 공세로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유럽, 아프리카 (여객) 수요가 많아 (외항사들이) 유치를 하려는 것 같다. 또 중동 국적 항공사의 경우 에미레이트, 에티하드 등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들이 많다. 그런데 중동 국가, 이를테면 UAE만해도 인구가 100만명 정도 수준이다. 인구 수에 비해 항공사들은 큰 규모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환승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항사 증편 시 가격 경쟁에서 밀려…국내 항공업계 ‘빨간불’
외항사 국내 취항이 늘면 국내 항공업 시장 전반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현재 국내 항공업계에는 고유가 및 고환율로 인한 비용 증가,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 우려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다.
특히 중동 국적사의 노선 확대가 현실화할 경우 이 지역 노선에 취항 중인 대한항공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그렇잖아도 한국 국적사는 기재 부족 등으로 중동 항공사가 인천에 취항하는 횟수만큼 중동 노선에 항공기를 띄우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중동 주요 공항은 한국인의 여행 수요가 많은 유럽행 환승 거점으로 급부상한 데다, 대규모 자본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노선을 확대할 경우 국내 항공사들은 노선 및 가격 경쟁에서 모두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동 항공사의 공격적인 공급 증대가 불공정 경쟁을 야기해 국적사의 장거리 노선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공급 증대는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듯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국적사의 노선 축소와 산업 기반 붕괴로 이어져 국가 기간 산업인 항공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광옥 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외항사의) 공세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대형항공사들은 장거리 노선에서 상당한 경영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우리 항공사들이 전통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온 유럽 및 미주 노선의 직항 수요를 일부 잠식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운임 하락과 점유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지표의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교수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외항사의 진입은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환승객 전체 파이를 키움으로써, 공항이 단순한 이동 거점을 넘어 관광, 물류, 산업이 결합된 ‘복합 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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