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가족이 방2 · 13평 당첨”…강남 ‘로또 청약’이 드러낸 제도 모순

'20억 시세차익' 현금없는 서민에겐 '그림의 떡'...분양가 상한제 '빈익빈 부익부' 심화

건설·부동산 | 이재수  기자 |입력
오티에르 반포 전경 (사진=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반포 전경 (사진=포스코이앤씨)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청약에서 대가족 ‘만점 통장’이 소형 평형에 당첨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현행 청약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21일 공개한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청약결과에 따르면 전용 44㎡형은 최고 가점 79점으로 당첨자가 나왔다. 이는 6인 가구 기준 만점으로, 세대주가 부양가족 5명을 둔 채 15년 이상 무주택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유지해야 가능한 점수다. 해당평형의 최저 가점은 74점으로 이는 5인 가구 기준 만점에 해당한다.

문제는 해당 평형이 방 2개, 욕실·거실 각 1개 구조의 약 13평 소형 주택이라는 점이다. 5~6인 가구가 실거주하기엔 물리적으로 무리가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댱 평형의 공급금액은 최고가 기준으로 14억 4000만원이다. 인근 아파트 전용 59㎥가 약 30억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1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는 시세 대비 수십억 원의 차익이 기대되는 구조 탓에 실거주 부다는 부를 증식시키는 수단을 변질됐다"며 "실주거수요와 무관하게 당첨 자체가 목표가 되면서 대가족이 소형 평형에 당첨되는 비상식적인 결과가 반복돼서 나타난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진행된 ‘아크로드 서초’에서도 전용 59㎡형에 7인 가구 만점(84점) 당첨자가 등장했다. 이곳은 방3개, 욕실 2개, 거실 1개 구조지만 7명이 살기에는 다소 비좁다는 평가다.

가점제의 역설…“공정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아”

현행 청약제도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하는 가점제 중심 구조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32점, 청약통장 가입 15년 이상 17점, 7인 가구(35점)면 만점(84점)을 받을 수 있다. 6인 가구와 5인 가구 만점은 각각 79점과 74점이다.

문제는 청약가점 점수 체계가 실제 주거 수요가 아닌 ‘점수 경쟁’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이다. 가구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점수로만 당첨자를 선정하면서 대가족이 소형 평형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택면적과 가구 규모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이로인해 청약제도는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주택마련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더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시세차익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가 됐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청약제도는 공정한 점수 경쟁을 만들었지만 합리적인 주거 배분에는 실패했다"며 "세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또 청약’과 현금 장벽…부자만 들어가는 구조

래미안 원베일리의 그린 캐스케이드 (사진=삼성물산)
래미안 원베일리의 그린 캐스케이드 (사진=삼성물산)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최대 20억~30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청약’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대출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최소 10억 이상의 현금 동원력이 없는 서민들은 '그림의 떡' 같은 기회일 뿐이다. 자산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당첨돼도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구조다.

분양가가 낮아도 실제 계약을 위해서는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해지면서, 강남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는 사실상 고자산가를 위한 제도라는 말도 나온다. 청약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실제 진입은 일부에게만 허락된 기회라는 비판이다.

결국 무주택 서민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약제도가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아래에서는 현금 동원력이 풍부한 고자산가 무주택자들의 당첨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변질되면서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또 청약'을 잡기위한 가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장전입, 세대 합가 등 편법도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서는 만점 당첨자 중 위장전입 사례가 적발됐고, 유력 정치권 인사 마저 ‘자녀 위장 미혼’으로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파장을 낳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부양가족 기준이 모호한 현행 구조가 편법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전문가는 “현행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위주로 설계돼 주택의 면적이나 실거주 적합성은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처럼 ‘점수 중심 배분’이 지속되면 주거 정책이 아니라 자산 배분 시스템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서 “분양가를 낮추는 정책과 대출을 조이는 금융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결국 현금 동원이 가능한 계층만 진입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 취지가 오히려 자산 격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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