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자본시장에서 특정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베팅하는 투자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기업이 처한 현재의 리스크 수준과 미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최근 발행한 수천억원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 투자자 명단은 과거 임상 보류 사태 당시의 시장 소외 현상이 완전히 불식되었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국내 대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임상 3상 데이터를 앞두고 거액의 자본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자금 조달이 회사의 생존을 위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의존했던 방어적 성격이었다면, 최근의 투자는 계산된 수익률을 좇는 외부 자본의 공격적 진입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다가오는 임상 데이터의 성공 확률과 성공 시 발생할 밸류에이션의 폭발적인 상승에만 온전히 집중한다. 이는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전문 심사역들의 실사를 통과할 만큼 현실적인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시장의 이목을 끄는 부분은 1000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면서도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로 설정되었다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는 해당 채권이 겉으로는 부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가 상승 시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순수 지분 투자(Equity Play)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헤지펀드에서 탑티어 사모펀드로의 진화
코오롱티슈진의 전환사채를 소화한 투자자들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본시장의 리스크 평가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드러난다. 미국 임상 3상 환자 투약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2년과 2024년 중순에 발행된 1, 2회차 전환사채는 주로 고수익과 고위험을 추구하는 메자닌 전문 헤지펀드들이 주도했다. 지브이에이자산운용과 블리츠자산운용과 같이 자본시장에서 탁월한 메자닌 트레이딩으로 정평이 난 운용사들이 가장 먼저 불확실성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이들 하우스들은 임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는 강력한 리픽싱(Refixing) 조항을 방어막으로 삼았다. 초기 불확실성이 큰 구간에서 선제적으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뒤, 투약 완료라는 단기 마일스톤이나 최종 임상 데이터 도출 시의 업사이드에 베팅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임상 3상의 투약이 100% 완료되고 상업화 인프라 구축이 가시화되자 대형 기관 투자자들까지 코오롱티슈진의 메자닌 시장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코스닥벤처 펀드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집행한 것이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 투자자의 대두는 2025년 9월에 발행된 1225억원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 공시에서 확인된다. 국내 PEF 업계의 최상위권 플레이어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스틱호라이즌'이라는 비히클을 통해 단독으로 300억원을 베팅하며 전면에 등장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같은 탑티어 PEF는 막대한 자금을 집행하기 전 최고 수준의 의료 자문단과 법무법인을 동원하여 파이프라인의 과학적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한다. 이들은 과거 세포 기원 착오 사태의 소명 자료는 물론이고 현재 글로벌 위탁생산기관(CMO) 론자와 진행 중인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준비 현황까지 검토한 이후 내부의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시킨다. 따라서 이들의 대규모 베팅은 해당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기술수출이나 품목허가의 가장 까다로운 허들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자본시장의 보증서로 해석된다.
아울러 2025년 초 3회차 전환사채에 공동 업무집행조합원(Co-GP)으로 나선 IBK캐피탈과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의 참여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책은행 계열의 대형 여신전문금융회사와 PEF가 손을 잡고 펀드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것은 투자금 회수(Exit)의 가시성이 그만큼 명확하다는 방증이다.
결과적으로 1회차부터 4회차에 이르는 투자자 라인업의 변화는 파이프라인에 내재된 개발 리스크(De-risking)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되어 가는 과정을 대변한다.
이자율 제로 채권에 숨겨진 캘린더 베팅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수백억원의 실탄을 쏟아부으면서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을 모두 0%로 합의한 가치는 동종 업계의 타사 자금 조달 사례와 비교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통상적으로 신약 승인 시점까지 당장의 현금 연소를 막아야 하는 바이오텍들은 이자 지급 부담을 없애기 위해 표면이자율을 제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하방 리스크를 방어해 주기 위해 원금을 돌려받을 때 지급하는 만기이자율은 시장 금리 이상으로 높게 보장해 주는 것이 전형적인 메자닌 발행의 룰이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미국 임상 3상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단행된 가장 대표적인 메자닌 발행 케이스인 메디포스트의 대규모 전환사채 조달 건을 살펴보면 이러한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무릎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 진입을 위해 메디포스트는 2025년 12월 스카이레이크 등 기존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총 2050억원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메디포스트의 전환사채는 당장의 현금 유출을 막기 위해 표면이자율은 0%로 설정되었으나 기본 만기이자율은 연 복리 5%로 책정되어 투자자들의 최소 수익을 보장했다. 특히 2027년 1분기까지 미국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2029년 1분기까지 일본 신약 승인이 지연될 경우 만기 수익률이 연 8%로 크게 뛰는 징벌적 상향 조건까지 붙었다.
폰탄환자 치료제 유데나필의 미국 임상 3상을 위해 2025년 6월 자본을 확충한 메지온의 230억원규모 전환사채 발행 역시 이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메지온 역시 표면이자율은 0%로 설정하여 운영 자금의 누수를 막았지만 투자자들의 엑시트 리스크를 보상하기 위해 만기이자율은 연 복리 6%라는 적지 않은 수치로 확정했다. 이는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임상 데이터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최소한의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확정적으로 쥐여주어야만 자본 유치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타 바이오텍의 조달 조건과 비교할 때 표면이자율은 물론 만기이자율까지 완전한 0%로 발행된 코오롱티슈진의 조건은 발행사에 계약이다. 이는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만기 시의 5%에서 8%에 달하는 안전한 이자 수익을 포기할 만큼 다가오는 2026년 임상 3상 데이터 성공 가능성을 높게 치고 있음을 뜻한다. 1225억원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 전환 청구 시작일은 발행 1년 뒤인 2026년 9월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는 진행 중인 임상 3상의 톱라인 결과가 도출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즉 대규모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2026년 하반기 임상 데이터의 성공적인 도출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캘린더 상의 특정 타이밍에 맞추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베팅을 기획한 것이다. 주가가 상승하는 시점에 전환권 행사를 통해 대량의 신주를 교부받고 이를 시장에 매도하여 펀드 수익을 확정 짓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물론 이를 위해선 탁월한 임상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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