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공시 잔혹사] ③연골세포 대신 신장세포… 코오롱티슈진, 3700명 투여 후 뒤집힌 진실

산업 | 심두보  기자 |입력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 성분부터 달랐다 3700명에 투여 후 드러난 세포 정체 형사재판 무죄 확정, 행정소송은 패소

[편집자주] 한국 바이오 산업은 지난 10년간 코스닥 시가총액의 축을 바꿔놓았다. 그 이면에는 공시와 보도자료 사이의 간극, 임상 실패의 지연 공개, 내부자 거래, 성분 허위기재 등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사건들이 반복됐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도 개선이 논의됐지만, 같은 구조의 문제는 기업 이름만 바꿔 되풀이됐다. 이 시리즈는 공시 서류에 적힌 것과 적히지 않은 것을 함께 읽는다. 투자자가 알았어야 할 정보가 어디서 멈췄는지를 추적한다.
바이오 공시 잔혹사/AI 생성 이미지
바이오 공시 잔혹사/AI 생성 이미지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은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서류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유래세포였다. 허가 신청부터 시판, 3700여명 투여까지 이 사실은 공시에도 사업보고서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1편(삼천당제약)의 보도자료와 공시 간 수치 괴리, 2편(한미약품)의 공시 시간차와 달리, 인보사 사태는 공시 이전 단계인 허가 자체의 전제가 잘못된 경우다. 시장에 전달된 정보의 출발점이 틀어져 있었다.

국산 신약 29호,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다. 2017년 7월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산 신약 29호이자 국내에서 허가된 최초의 유전자치료제였다.

이 약은 두 가지 성분을 혼합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구조다. 1액은 정상 인체연골세포(HC), 2액은 변환성장인자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다. 허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된 자료에는 2액의 세포가 연골세포로 기재돼 있었다.

시장은 이 허가를 한국 바이오 산업의 이정표로 받아들였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허가를 전후해 급등했고, 20만원대까지 올랐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FDA 임상 3상도 추진하며 글로벌 상업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9년 3월 30일경, 코오롱생명과학 담당자들은 2액에 사용된 세포의 기원이 허가 서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2액의 실제 성분은 연골세포가 아니라 GP2-293세포였다. GP2-293은 유산된 태아의 신장에서 유래한 HEK-293 세포를 추가로 형질전환한 세포주로, 정상 세포와 달리 암세포처럼 무한 증식이 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다.

식약처는 시판 중인 인보사 2액의 주성분이 GP2-293세포임을 자체 시험을 통해 확인했다. 허가 서류에 기재된 성분과 실제 유통된 제품의 성분이 달랐던 것이다.

2019년 4월 15일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해 제조·판매중지 명령을 내렸다. 5월 28일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판단해 형사 고발했다. 7월 4일,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최종 취소됐다.

이 시점까지 인보사는 1년여 동안 3700여명의 환자에게 투여된 상태였다.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세포가 환자의 무릎에 주사됐다는 사실은 의료계와 환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식약처는 종양 관련 이상사례로 위암종 등 4건이 보고됐으나 인보사와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판단했다. 별도의 세포 사멸 실험에서는 방사선 조사 처리된 GP2-293세포가 투여 후 44일째에 사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안전성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3700여명의 환자는 15년간 장기추적 관찰 대상이 됐다. 추적에 따르는 비용은 코오롱생명과학이 부담하게 됐다.

형사재판: 2심 무죄, 검찰 상고 포기로 확정

검찰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을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핵심 쟁점은 코오롱 측이 2액의 세포 정체를 알면서도 허가를 받았느냐는 것이었다.

2024년 11월 29일, 기소 후 4년 10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에서 이웅열 명예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 담당자들이 2액 세포의 기원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한 시점이 2019년 3월 30일경 이후이며, 품목허가가 이뤄진 2017년 7월 12일 시점에는 세포 기원의 착오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2026년 2월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2심에서도 무죄를 유지했다. 검사가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까지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같은 달 11일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웅열 명예회장의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형사재판과 별개로,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의 허가취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2024년 2월 7일)에서 모두 패소했다. 허가 취소의 절차적·실체적 정당성이 인정된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4년 2월 28일 대법원에 상고했고,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주주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결과가 엇갈렸다. 일부 법원은 인보사 성분 기재 오류가 자본시장법상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또는 누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반면 전액 배상을 인정한 판결도 있어 하급심 간 판단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코오롱티슈진은 국내 허가취소와 별개로 미국 FDA 임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임상 3상 1066명에 대한 환자 투약은 2024년 7월 11일 완료됐고, 현재 24개월 추적관찰이 진행 중이다. 두 건의 임상(TG-C 15302, TG-C 12301)에서 2026년 2~3분기에 데이터가 나올 예정이며, 2027년 중 FDA 품목허가(BLA)를 신청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허가가 나올 경우, 한국에서 성분 허위기재로 취소된 약이 미국 시장에서는 판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코오롱티슈진은 국내 재허가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으나, 대법원 상고심 결과에 따라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언어 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