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 제동…국가유산청, “SH공사 매장유산법 위반” 고발

코오롱글로벌 2019년 1월 공사도급계약 체결....SH vs 국가유산청 대립으로 착공 불투명

건설·부동산 | 이재수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허가 없이 시추 작업이 진행된 사실이 드러나 국가유산청이 사업 시행 주체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를 고발했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SH공사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세운4구역 매장유산 유존지역 11개 지점에서 시추 작업을 진행해 현상을 변경한 사실을 지난 11일 적발하고,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 내 유적 발굴 조사는 매장유산 관련 법령에 따라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SH공사가 발굴조사 완료 신고를 하지 않고 국가유산청장의 완료 조치 통보도 이뤄지지 않아 법적으로는 여전히 ‘매장유산 유존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매장유산 유존지역은 매장유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을 말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세운4구역 발굴 현장에 대한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 SH공사가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매장유산 유존지역에서 진행 중이던 모든 현상 변경 행위를 즉각 중단하도록 명령하고 현장에 반입된 중장비도 철수하도록 조치했다.

지난 11일 서울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추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지난 11일 서울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추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현행 법령에 따르면 이미 확인되었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발굴 정지·중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4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종묘 보호와 관련된 강력한 입장이 담긴 서한도 전달받았다.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두 차례 권고에도 불구하고 세운지구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가 현재 추진중인 세운4구역 개발 인허가 절차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3월 내 서한으로 회신하지 않을 경우 종묘를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의 ‘개발 인허가 절차 중지’ 의견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9일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를 열고 세운4구역 관련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며, 이르면 4월 중 사업시행인가를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운4구역은 종묘 인근에 위치한 도심 재개발 사업지로, SH공사가 시행을 맡고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9년 1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사업이 지체되면서 여러차례 계약기간을 연장해 왔다. SH와 국가유산청의 대립으로 착공시점은 불명확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법적 의무와 국제기구의 권고를 무시한 채 종묘 앞 재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서울시와 종로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세운4구역 재정비사업이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책임 있게 추진돼 개발과 보존이 조화롭게 공존될 수 있게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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