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김나연 기자| 삼성전자와 팀 코리아를 이룬 세미파이브가 글로벌AI 반도체 영토 확장을 가속한다. 국내 턴키(Turnkey) 솔루션 대표주자로 진입 장벽을 견고히 다지고 브로드컴과 TSMC가 구축한 철옹성을 뚫어내겠다는 각오다.
세미파이브는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후공정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 조율자다. 전통적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 레이아웃 설계 용역만 수행해 마진율이 약 15% 수준에 불과했다. 세미파이브가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마진율은 30~40%다. 스펙 정의부터 로직 설계, 파운드리 생산 관리, 패키징, 소프트웨어 테스트 등을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 덕이다.
턴키는 한화비전 같은 완제품 업체와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팹리스 고객을 모두 포섭할 수 있는 구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브로드컴 AI 맞춤형 반도체(ASIC) 사업부가 이 역할을 하고 있다. 세미파이브 등장으로 국내에서도 브로드컴 모델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러 디자인하우스가 도전장을 내미는 상황이다.
세미파이브는 후발 주자들과의 현재 격차를 최소 3년 이상으로 본다. 핵심 근거는 독자 인프라와 기술 자산화다. 세미파이브는 칩 동작 환경을 구현하는 ASB(At-Speed Board) 장비와 평가 보드(Evaluation Board)를 자체 설계·제작하는 인하우스 인프라를 갖췄다. 칩에 문제가 생겼을 때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패키징이나 소프트웨어적 수정을 즉각 도출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최소 3년 격차, 핵심은 인프라와 기술 자산화
그 경쟁력은 '인프라'가 증명한다. 지난 12일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세미파이브는 입주 건물 사무실을 공격적으로 임차한 상태였다. 1~2층에 모을 수 있는 면적이 2~6층 사무실로 나눠진 구조다. 디자인하우스 역할에 머무는 타사보다 많은 장비·인력을 갖춘 사업을 급격히 키운 영향이다.
세미파이브 관계자는 "20여명 규모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과 자체 테스트 장비는 단순 디자인하우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경쟁력"이라며 "당장 내일이라도 자체 브랜드 칩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아직까지도 입주 건물에 공실이 나는 속도보다 회사 성장 속도가 빠르다. 세미파이브 관계자는 "임원들 방까지 허물어 공간을 만들다 보니 직원 상당수는 현재 재택근무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입주 건물에 생긴 공실도 세미파이브가 임차 계약을 마치고 입주를 준비 중이다.
전략적 투자자(SI)인 두산테스나도 세미파이브의 경쟁력을 방증한다. 가온칩스와 에이직랜드 등 관련 업계에서 반도체 밸류체인 참가자가 직접 주요 주주로 지분을 보유한 플레이어는 세미파이브뿐이다.
AI 반도체 테스트로 확장을 노리는 두산테스나 입장에서 세미파이브 턴키 솔루션은 신규 고객 유치의 장이다. 세미파이브 역시 대량 양산에서 필수적인 테스트 케파(Capacity)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파트너십이다.

격차 증명 다음 격차 확장을 설명할 무기는 기술 자산화다. 세미파이브는 이전 프로젝트에서 검증한 설계 요소(IP 등)를 자산화해 재사용한다. ASIC 업계에서는 수주 공시에서 구체적 거래 내용과 거래 상대방조차 밝히지 않을 정도로 정보전이 상당하다. 이미 세미파이브를 거친 프로젝트들은 다음 프로젝트 비용·효과성,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극대화한다. 기존 고객 재유치와 신규 고객 확보에 있어 초격차를 만드는 요소다.
TSMC 독점·브로드컴 이해상충 한계, 세미파이브에 열린 문
국내를 공고히 다진 세미파이브 시선은 세계 시장을 향한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사실상 독점(점유율 약 70%)한다. 극심한 TSMC 캐파 부족과 높은 단가에 지친 고객사에서 반독점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 수율 개선과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 수주는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 확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는 생태계 핵심 게이트웨이인 세미파이브에 기회다. 세미파이브 관계자는 "2024년 4.4%에 머물렀던 신규 비즈니스 해외 비중은 현재 60%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세미파이브가 브로드컴에 비해 갖는 자체 경쟁력도 선명하다. 브로드컴은 자체 브랜드를 가진 팹리스이자 턴키 디자인하우스를 겸한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브로드컴은 두 사업부 시너지로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창출했다. 반대 급부로 팹리스 고객사와 경쟁해야 하는 이해상충 구조를 떠안았다.
세미파이브가 당장 내일이라도 자체 브랜드 칩을 만들 기술력이 있는데도 턴키 플랫폼만 고집하는 이유다. 설계 정보가 생명인 초기 ASIC 시장에서 고객사가 기술 유출이나 경쟁 우려 없이 100% 신뢰하는 포지션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미파이브 관계자는 "고객들 마진율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어떤 고객이 성공하든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 바로 세미파이브"라며 "한국 AI 반도체에 대한 믿음과 투자가 세미파이브를 빗겨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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