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과 영풍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에 대해 나란히 제재 최고 수위인 ‘고의’ 단계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는 당초 2월 12일로 예정됐던 결론 도출을 3월 5일로 연기했다. 이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양사의 경영권 분쟁 판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위반 동기가 동일한 '고의' 단계지만, 혐의의 쟁점에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에 대한 감리는 최윤범 회장의 사모펀드 운용 개입 의혹 등 거버넌스 이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영풍은 환경오염 복구 비용을 장부상 충당부채로 적절히 계상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 고려아연: 펀드 출자 절차 및 손실 인식 적정성 공방
고려아연 감리의 핵심 쟁점은 약 2300억원 규모의 회계 처리 적정성 여부다. 그 중심에는 최윤범 회장과 연관된 것으로 거론되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투자가 있다. 고려아연은 2019년 이후 이 운용사 펀드에 약 6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이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해당 출자가 상법상 이사회 결의 사항이 아니며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쟁점은 자금의 운용 실태와 손실 반영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펀드 투자가 약 511억원 이상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하며, 회사가 이를 재무제표에 적시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금감원은 손실 반영의 적시성·적정성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소명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전자폐기물 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건(약 5800억원) 역시 일각에서 고가 매수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실사 과정에서 매출 규모 대비 인수 가격이 높게 책정되었다는 지적과 함께, 인수 후 발생한 영업권 손상을 장부에 제대로 인식했는지가 감리 대상이다.
또한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 원아시아파트너스 자금이 시세조종에 동원되었다는 의혹도 쟁점 중 하나다. 고려아연의 자금이 본업과 무관한 투자·거래에 활용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이는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사안으로, 현재는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의 회계 이슈는 대규모 투자 집행 이후 손실 및 가치 변동을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논란으로 요약된다. 주주들의 자산이 투자 과정에서 손실을 입었음에도 장부에 즉각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시하는 거버넌스 리스크와 직결될 수 있다.
● 영풍: 환경부채 과소계상 논란과 회계적 해석
영풍의 혐의 쟁점은 약 1000억원 규모의 충당부채 과소계상 여부다. 영풍은 2024년 재무제표상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약 390억원으로 계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54.2% 감소한 수치다.
특히 낙동강 카드뮴 유출 등으로 제재를 받은 상황에서 지하수 정화 충당부채 증가액을 '0원'으로 처리한 점이 지적받고 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충당부채는 추정치일 뿐이며, 실제로는 매년 1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환경 개선 등에 집행하고 있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계 기준상 충당부채는 실제 집행액과는 별개로, 미래에 발생할 의무가 존재하고 자원 유출 가능성이 높으며 그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다면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영풍의 회계 처리가 이러한 보수적 회계 원칙에 부합했는지가 감리위의 판단 대상이다. 환경 리스크를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재무 건전성을 과대평가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제재 수위와 시장 영향은?
시장 전문가들은 두 사안의 성격을 다르게 평가한다. 영풍의 충당부채 이슈는 수정 재무제표를 통해 부채를 늘리고 비용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회계적 정정이 가능하다. 반면 고려아연의 펀드 투자 관련 이슈는 이미 자금이 집행된 후의 손실 인식 문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분 4.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원칙은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이사 선임에 신중하도록 규정한다. 금융당국이 1차적으로 위반 동기를 '고의'로 판단한 상황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현행 규정상 회계 위반 동기가 '고의'로 최종 확정될 경우, 금융당국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회사와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할 수 있다. 검찰 고발이나 통보 조치가 이루어지면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위반 금액 규모와 경영 투명성 개선 노력 등에 따라 실질심사 대상 여부나 주식 거래 정지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관건은 시점이다. 감리위가 3월 5일에 잠정 결론을 내리더라도, 최종 의결 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거쳐 제재가 확정되기까지는 통상적인 절차상 시일이 더 소요될 수 있다. 3월 중순으로 예정된 주주총회는 금융당국의 최종 확정 판결 전, 감리위 논의 단계에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이는 주주들에게 '확정된 리스크'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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