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보러 고향 내려갈 수 없어요”…제조·건설업 한파에 우는 청년들

산업 | 박재형  기자 |입력

1월 제조·건설업 취업자 수 전년 比 각각 2만3000명, 2만명 감소 경력직 선호와 수시 채용 증가가 청년층 신입 지원 시 불리하게 작용해 일자리 수요∙청년층 노동공급 간 미스매치가 근본 문제로 지적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가족을 보러 고향에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아직 취업하지 못했냐는 가족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이번 명절에는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할 생각입니다.”

인천 소재 대학에서 공학 분야를 전공하고 졸업한 고모(28)씨.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제조업 분야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해 이번 명절에는 고향에 내려갈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희망하는 채용 기업 인원수 자체가 없는 느낌이다. 또 전반적으로 취준생들의 스펙이 상향평준화 되다 보니 계속해서 공부할 양이 늘어난다. 기사 자격증이나 토익 900점 이상, 대외활동 등 ‘고스펙’을 다들 기본으로 갖고 있어 취업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뭐라도 안 할 수는 없으니 계속 공부와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대 대학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모(27)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건설 회사에 지원하려던 그는 “졸업 이후 1년 동안 채용 공고 사이트를 계속 들어가 봤으나, 올라오는 채용 자체가 별로 없다. 뽑아도 경력직으로 많이 뽑으니, 신입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청년 고용률, 제조·건설업 부진에 1월 기준 5년 만에 최저

제조·건설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직격탄을 맞았다.

13일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43.6%로 전년 대비 1.2% 포인트 하락했다.

1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청년층 고용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41.1%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2024년 5월 이후 21개월 연속 하락세를 띠고 있다.

이렇듯 청년층 고용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이유는 청년층 고용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 업황이 부진해 신규 일자리를 만들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437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3000명 감소하면서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0만1000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2만명 줄면서 21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높은 제조·건설업에서 취업자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 채용 시 경력직을 선호하는 문화와 수시 채용 증가 경향 등이 청년층에 불리하게 작용해 청년층 고용률이 장기간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조·건설업 여건 ‘먹구름’…경기 전망 부정적

실제로 제조·건설업의 여건은 다른 업종에 비해 한층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3.9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제조업 BSI는 88.1로 전월 91.8 대비 3.7포인트 하락했다.

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0일 발표한 ‘1월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71.2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건설업체는 이달 건설업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종합전망지수는 70.6으로 1월보다 0.6p 낮았다. 지난달과 다르게 신규수주, 공사기성, 수주잔고 등 모든 부문에서 실적이 하락해 실물공사와 일감 관련 기대가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건설업 자체가 착공 현장이 많이 없다. 2년 전과 대비해서 건설 현장이 3분의 1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좋은 일자리 수요와 고학력 대졸 청년 노동공급 ‘미스매치’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재계가 손잡고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으나 얼마나 효과를 낼 지는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악화하는 청년 실업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주제로 10대 대기업 총수들과 논의 테이블을 마련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신규 채용과 관련해 10개 기업은 올해 5만1600명을 채용할 계획이며, 이중 3만4200명은 신입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가 구조적으로 장기화한 청년 실업 문제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실업문제는 일부 업황 불황에 따른 단순 경기 요인보다도, 근본적으로 고학력 대졸 청년 공급에 비해 그들이 갈만한 좋은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적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좋은 일자리 수요와 고학력 대졸 청년층의 노동 공급에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져드는 청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역대 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청년들의 취업 준비 기간이 늘어난 점을 인정하고, 구직 단념에 빠져들지 않게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청년들을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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