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ETF로의 외화 유출 막을 '자본 리쇼어링' 시급하다 [자본연 전망①]

증권 | 김나연  기자 |입력

개미들, 작년 국장 떠나 해외 ETF 등 간접투자로 ‘머니무브’ 청년·부유층 40%는 ‘한방’ 노려…고위험 레버리지 쏠림 심화 "금 현물 ETF로 달러 유출… 환헤지·TDF 규제 풀어 자금 붙잡아야"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 사진=김나연 기자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 사진=김나연 기자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개별 주식에서 뺀 26조원이 고스란히 상장지수펀드(ETF), 특히 해외 주식형 상품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5년이 ETF를 통한 ‘자금 대이동’의 해였다면, 2026년은 가속화되는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자본 리쇼어링(국내 복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7일 여의도에서 ‘2026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를 열고 ETF 시장을 중심으로 2025년 시장 결산과 2026년 주목할 이슈를 제시했다.

● 주식 팔고 ETF 샀다···레버리지 ‘한탕주의’ 경고등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난해 자본시장을 ‘직접 투자의 퇴조와 간접 투자의 부상’으로 요약했다. 강소현 실장은 “2025년 개인 투자자들은 개별 주식 종목에서 26조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을 이탈했으나,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ETF(9조원)와 국내 상장 해외 주식형 ETF(17조원)에는 총 26조원을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개별 종목 투자에 피로감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이 ETF라는 간접 투자처로 대거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숫자로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투자의 질적 위험성은 여전했다. 자본연 분석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그중에서도 청년층과 고액자산가의 포트폴리오에서 2~3배 수익을 쫓는 고배율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다. 그럼에도 투자 성과는 저조했다. 2배 이상 레버리지 ETF는 평균 -25.8%, 인버스 ETF는 -43.9%의 손실을 기록해 단기 투기성 매매가 개인 투자자의 계좌 손실로 직결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 공모펀드 49%가 ETF···‘성장 착시’ 속 수익성 고민

2026년 자산운용업계 이슈를 발표한 남재우 펀드연금실장은 ETF 쏠림 현상이 공모펀드 시장에서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재우 실장은 “전체 공모펀드 시장에서 ETF 비중이 2024년 40%에서 2025년 말 49%로 급증하며 시장을 장악했다”며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는 여전히 침체 상태로, 사실상 해외 주식형 ETF가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TF 시장 급성장이 자산운용사에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남재우 실장은 “대형사가 장악한 패시브 시장의 틈새를 노려 중소형 운용사들이 주식형 액티브 ETF 비중을 늘리는 기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수가 낮은 상품 비중이 늘며 운용사의 자산 대비 수익성(ROA)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우려도 제기됐다. 장보성 거시금융실장은 “국내 저성장 기조로 인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해외 투자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남재우 실장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여전히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쏠려 있어 정부의 막연한 호소만으로는 자금 유턴이 어렵다”며 “국내 복귀 계좌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자본 리쇼어링’ 유인책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 현물 ETF로 달러 샌다···환헤지 규제 풀어야”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해외 투자 쏠림에 따른 외환 시장 불안 요인과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이 논의됐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개별 종목, 특히 코스닥 등에서 손실을 보던 투자자들이 주가가 반등할 때 이를 매도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레버리지 ETF 등 ETF 상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김두남 부사장은 이 같은 자금 이동 규모가 지난 26일 하루에만 1조원에 달했다며,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성향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 투자마저 외화 유출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두남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국내 상장 금 현물 ETF 순자산이 6조원 증가했다”며 “원화로 거래되지만 운용사가 실물 금을 매입해야 해 사실상 달러 유출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주식형 ETF 유입액 17조원을 합치면 23조원 규모의 외화 유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대안으로는 ‘선물형 환헤지 ETF’ 도입이 제시됐다. 김두남 부사장은 “기초 자산 가격 상승분이 외화 수익으로 잡히는 선물형 환헤지 상품은 환전 과정에서 원화 매수 수요를 일으켜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며 “현재 퇴직연금 등에서 투자가 불가능한 규제를 시급히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탓에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균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부문 대표는 “국내 규제 탓에 자산 관리사의 조언을 받을 수 없는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직행해 2~3배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상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균 대표는 “이들이 단기 수익을 쫓다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국내에도 이를 도입하되,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불합리한 자산 배분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김두남 부사장은 “특정 국가에 자산의 100%를 몰아서 투자하지 말고, 한 국가 비중을 80% 이하로 낮추도록 변경된 TDF(타겟데이트펀드) 적격 요건상, 국내 채권에 100% 투자하고 있던 TDF도 앞으로는 강제로 20%를 해외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는 불필요한 외화 유출을 유발하는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치원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업계에서 제기한 해외 ETF 대비 국내 규제의 역차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해 규제 격차를 해소하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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