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주서한을 통해 설파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시가 발행의 실질적 동일 효과" 논리를 두고 자본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유입으로 주식의 '경제적 가치'는 방어했을지 몰라도, 늘어난 주식 수만큼 기존 주주의 '지배력'이 희석되는 현상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인식은 지난 2025년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소액주주 보호' 정신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6일 발표한 주주서한을 통해 미국 상무부의 칩스법(CHIPS Act) 보조금 약 2억 1000만달러(약 2900억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상증자 할인 발행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서한에서 "미국 법령에 따라 보조금은 프로젝트 법인(Crucible Metals LLC)에 직접 투입돼야 한다"며 "이를 전체 자금 조달 구조에 반영할 경우 회사와 주주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할인 부담'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가대로라면 더 많은 금액이 유입됐어야 했지만, 약 10%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되면서 줄어든 기업가치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상쇄한다는 것이 사측의 핵심 주장이다. 즉, 보조금이라는 '공짜 현금'이 자회사로 유입되어 모회사인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올려주므로, 주식을 싸게 발행해서 생긴 금전적 손실이 상쇄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 회장의 주장이 상법상 주주의 권리 중 '자익권(재산권)'에 한해서만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의 권리는 크게 경제적 이익을 위한 '자익권(재산권)'과 경영 참여를 위한 '공익권(의결권)'으로 나뉜다. 자익권 측면에서 보면, 할인 발행으로 인해 회사에 덜 들어온 현금을 보조금(2억1000만달러)이 무상으로 채워주기 때문에 회사의 순자산가치(BPS)는 시가 발행 수준으로 유지된다. 즉, 주주들이 누려야 할 경제적 파이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시가 발행과 실질적인 효과가 동일하다”는 고려아연 측의 설명은 타당하다.
문제는 두 번째 권리인 공익권(의결권)이다. 의결권의 가치는 돈이 아니라 지분율에서 나온다. 같은 금액을 조달하더라도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발행하면, 시가 발행 때보다 더 많은 수의 신주를 찍어내야 한다.
시가 발행 시 100주만 발행하면 될 것을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10% 할인해 발행할 경우 약 111주를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시가 발행 시보다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 보조금이 회사 금고로 들어온다고 해서 이미 늘어나 버린 주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기존 주주의 의결권과 지배력은 시가 발행 대비 영구적으로 약화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는 구조적으로 시가 발행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는 최윤범 회장의 주장은 주주의 '재산적 손실'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사실일 수 있으나, '의결권 가치'까지 보전했다는 의미에서는 논리적 비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논리가 소액주주 보호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모든 주주'로 확대했다. 이는 이사가 대주주나 회사 전체의 이익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소액주주의 비례적 이익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조금으로 돈을 채웠으니 주주가치는 보전됐다"는 고려아연 측의 논리는 주주의 권리를 단순히 '금전적 보상'으로만 좁혀 해석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의결권 희석은 곧 주주의 회사에 대한 지배력 상실을 의미하며, 이는 이사가 보호해야 할 '모든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