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시선이 'G2'의 한 축인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잠재력에 베팅하는 ETF가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나란히 중국 AI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ETF를 준비하며,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오는 26일 KODEX 차이나AI반도체TOP10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KB자산운용 또한 RISE 차이나AI반도체TOP4Plus 출시를 준비하며 맞불을 놓는다.
두 ETF 모두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 AI 반도체 핵심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상품들은 범용적인 반도체 지수가 아니라, AI 산업 개화에 필수적인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생산), 장비 기업 등을 선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삼성자산운용이 선보이는 KODEX 차이나AI반도체TOP10는 홍콩 및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AI 반도체 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상위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기초지수인 'Indxx China AI Semiconductor Top 10 Index'는 매출액 등 정량적 지표뿐만 아니라, AI가 기업 공시와 문서를 분석해 반도체 테마와의 연관성을 0에서 1 사이의 점수로 산출한다. 이를 통해 AI 산업의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진성 종목'을 가려내겠다는 의도다.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적인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이자 '중국판 TSMC'로 불리는 SMIC가 대표적이다. 또한 AI 연산용 고속 광모듈 선두 주자인 중지이노라이트(Zhongji Innolight), AI 서버용 CPU 국산화를 주도하는 하이광정보(Hygon Information Technology), 그리고 '중국판 엔비디아'를 꿈꾸는 GPU 및 NPU 설계 기업 캄브리콘(Cambricon Technologies)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이들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기술 자립을 이끌 선봉장으로 평가받는다.
KB자산운용의 RISE 차이나AI반도체TOP4Plus 역시 유사한 테마를 공유하지만, 상품명에서 알 수 있듯 최상위 4개 종목에 대한 집중도를 더욱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적으로 'TOP4Plus' 전략은 산업을 주도하는 과점 기업 4곳에 자산의 절반가량을 배정하고, 나머지 자산을 성장성 있는 차순위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 내에서도 확실한 기술적 해자를 구축한 선두 기업에 대한 '압축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리스크도 명확하다. 중국 주식시장은 정부의 정책 변화나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테마(AI 반도체)와 특정 국가(중국)에 집중 투자하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클 수 있으며, 환헤지를 실시하지 않는 상품이기에 위안화 및 홍콩달러 환율 변동에도 노출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산운용사들이 이 시점에 중국 AI 반도체 ETF를 내놓는 이유는 분명하다. AI 기술 패권 경쟁은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중국은 14억 인구의 빅데이터와 정부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AI 랠리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또 다른 축인 중국 시장의 성장성을 저가에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이번 ETF 출시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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