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룰 위반 소지’ 고려아연 美 백기사, 의결권 날아가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산업 |심두보 기자|입력

납입일 환율 하락으로 할인율 10.31% 기록… 발행 규정 위반 소지 3일 내 정정 못 하면 3월 주총 '빈손'… MBK 측 법적 공세 가능성도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고려아연이 26일 크루셔블 JV(Crucible JV LLC)에 대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주 발행가액의 할인율이 10% 이내여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로 등판한 크루셔블 JV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힘을 못 쓸 가능성이 대두됐다.

● 환율 탓에 10% 넘어간 할인율

26일 신주로 발행된 주식은 220만9716주이다. 이 주식을 받기 위해 크루셔블 JV가 납입한 자금은 19억3999만8782.23달러다. 신주 하나당 발행가격은 877.94달러인 셈이다.

문제는 환율이었다. 12월 15일 이사회의 유상증자 결의 당시 환율은 1469.50원. 이를 반영한 원화 기준 신주당 가격은 129만 133원이다. 이는 기준주가 142만9787원보다 9.77% 할인된 금액이다. 그런데 납입일인 12월 26일에 적용된 환율은 1460.60원이다. 이 환율을 적용하면 신주의 주당 발행가격은 128만3219원이 된다. 이 경우 할인율은 10.31%가 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이 제3자배정 증자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발행가액은 제1항의 기준주가에 100분의 10 이내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산정해야 한다. 때문에 납입일 기준의 할인율인 10.31%는 발행 규정 위반에 따른 유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 조항의 취지는 기존 주주 보호다.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부당하게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강행규정의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이사회 결의 당시에는 할인율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납입일 당일 실제 입금된 가격 기준의 할인율이 10%가 넘으면, 자본시장법에 위반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과거 바이오·IT 기업들이 유상증자 시 주가 변동이나 환율 계산 착오로 발행가액이 규정 범위를 벗어나면, 금융감독원은 예외 없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때문에 환율이라는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납입 당일 환율을 적용해 원화 확정 금액을 맞추도록 계약을 하거나, 환헤지(hedge)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 상대방이 갑 중의 갑인 미국 정부인 탓에 경직된 발행 조건이 설정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이번 이슈의 핵심은 신주의 의결권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결권을 행사하려면 202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주주명부에 등재되어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정정을 명령하거나 법적 리스크 해소를 위해 재절차를 밟느라 ‘유효 납입’ 완료 시점이 내년으로 밀릴 경우,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오는 3월에서 의결권이 없게 된다.

올해 남은 날은 29일부터 31일까지 단 3일. 이 짧은 시간 안에 이사회 재소집, 정정 결의, 부족 자금의 추가 납입 혹은 계약 변경을 완료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즉각적인 법적 공세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들은 이미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경영권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 배임적 신주 발행”이라며 날을 세워왔다. 여기에 ‘할인율 10% 위반’이라는 절차적 하자까지 더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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