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할인율 위반' 이슈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달러로 계약된 이번 유상증자가 환율 변동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법적 허용 범위인 10%를 넘는 할인율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한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제재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단은 '환율'이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달러(USD)로 받기로 계약했는데, 이사회 결의일부터 실제 납입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환산 시 할인율이 10%를 훌쩍 넘기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할인율은 10% 이내로 제한된다.
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안을 제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핵심 근거는 '판단 시점'과 '고의성 여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상증자 발행가액의 적정성과 할인율은 '이사회 결의 전일'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사회 결의 당시 기준으로 할인율이 10% 이내였다면, 이후 상황 변화로 수치가 달라졌다고 해서 규정 위반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 당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격을 결정했다면, 그 이후 주가가 오르거나 환율이 변동하는 것은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가 ‘외생변수’에 의한 것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재를 하려면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환율 변동은 외부적 요인이기 때문에 회사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신주가 싸게 발행된다는 뜻이고, 이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Dilution)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결과적으로 10% 룰이 깨졌으니 기존 주주가 피해를 본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이미 납입이 완료된 상태라는 점도 제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상증자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금감원이 '정정 명령'을 내려 가격을 조정하게 할 수 있지만, 이미 돈이 들어오고 주식 발행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
금감원 관계자는 "납입 기일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당국이 정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물리적인 단계는 지났다"고 확인했다.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만약 제재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실효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고의성이 없는 단순 과실이나 규정의 미비로 인한 상황이라면,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나 행정지도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감원의 관계자는 "설사 제재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사실상 제재 수위는 매우 낮을 것"이라며 "지도(가이드) 정도의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이 큰 시기에 외화로 유상증자 대금을 받을 경우, 확정 발행가액을 조정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장에 대한 지도나 가이드라인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며 "환율 등 변수에 따라 가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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