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ELS 판매중단에 증권사 자금조달 '고심'

경제·금융 |입력
홍콩 ELS 피해자모임 대표 이 모 씨가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출처: 스마트투데이]
홍콩 ELS 피해자모임 대표 이 모 씨가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출처: 스마트투데이]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판매됐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한 투자자 손실이 확대되면서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ELS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증권사 자금운용 업무 담당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LS 등 파생상품을 기획하고 은행 등 판매금융사를 대상으로 영업했던 구조화 상품 담당자들도 당장 이직할 직장을 물색해야 할 형편이다. 일부 재빠른 직원들은 일찌감치 새 둥지로 갈아탄 경우도 감지되고 있다.  

3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등 23개 증권사의 ELS 발행잔액은 34조1874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홍콩ELS 사태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11월30일 기준 증권사 ELS 발행잔액 36조9101억원 대비 2조7227억원 감소했다. 

ELS 잔액을 가장 적극적으로 감소시킨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최근 두 달새 잔액이 4083억원 감소했다. KB증권(3065억원), 메리츠증권(2976억원), NH투자증권(2703억원) 등 이른바 상위 빅3 증권사들이 ELS 발행잔액을 앞장서 줄였다. 삼성증권, 신영증권이 각각 2259억원과 2191억원으로 ELS 잔액을 줄였고,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IBK증권 등도 1천억 안팎을 감소시켰다. 

ELS(주가연계증권)를 포함한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DLB(기타파생결합사채) 등을 통틀어 파생상품 발행잔액을 가장 많이 감소시킨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4774억원 규모의 파생상품잔액을 줄였다. 이어 대신증권(2851억원), NH투자증권(2241억원), 유안타증권(2068억원) 순으로 파생상품 발행잔액 감소금액이 많았다. 

최근 파생상품 등 구조화상품시장에서 독주했던 메리츠증권은 ELS잔액을 줄이는 대신 ELB와 DLB 시장으로 눈을 돌려 파생상품 총발행잔액이 두 달새 8521억원 증가했다. 교보증권(2988억원)과 IBK투자증권(1593억원)도 파생상품 발행잔액이 거꾸로 늘었다. 

현재 파생상품 총발행잔액은 하나증권이 10조2710억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1위를 기록 중이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10조1458억원), 미래에셋증권(9조7152억원), 메리츠증권(9조5669억원), KB증권(7조8463억원), 신한투자증권(7조5749억원) 순이다. 이들 상위 6개사의 파생시장 점유율은 59.1%를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희문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이 직접 영입했던 이중훈 전 상무는 지난 2022년 4월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CSO(최고전략책임자) 겸 부사장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옮겼다. 이 전 상무는 1981년생으로 메리츠증권 파생본부장 시절 증권업계 최연소 임원으로 주목받으며 메리츠증권을 국내 최고 파생상품 강자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그동안 가장 손쉬웠던 증권사 자금 조달 수단이었던 ELS 발행이 막히면서 증권사 자금 조달 담당자들의 시름이 더해지고 있다. 은행과 달리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예·적금 등을 직접 유치할 수 없는 증권사들이 자본금 외에 운용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안은 RP(환매조건부채권), MMF(머니마켓펀드),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으로 제한적이다. 

미래에셋증권·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증권사 4곳만이 예외로 이들은 발행어음으로 운용자금을 모을 수 있지만, 발행어음에 대한 미비한 홍보 등으로 그나마 판매가 시원찮다.

발행어음은 고객이 증권사에 자금을 맡기면 증권사가 기업금융·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금리가 CMA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최근 증권사 CMA와 발행금리는 3.5% 안팎이나 향후 증권사들의 자금수요가 몰릴 경우 재차 4%대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ELS 판매중단으로 판매채널이 확 줄어들면서 관련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유력하다"며 "다만 2년전 DLS(파생결합증권) 사태 당시 파생 관련 인력을 전환배치 또는 이직 등으로 한차례 소화한 만큼 여파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파생 관련 인력의 대다수가 외국계 출신의 금융공학 전공자들"이라며 "기본적으로 트레이딩이나 파생쪽 이해가 있어 타부서 배치나 이직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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