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처럼 '홍콩ELS' 팔아먹은 은행, 개인투자용 국채 제대로 팔까

경제·금융 | 김세형  기자 |입력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권 두고 은행 vs.증권사 '힘겨루기'

'홍콩 ELS' 피해자들이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성토하고 있다. 

상반기 개인투자용 국채 출시를 앞두고 은행권에 판매를 맡기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불완전 판매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은행들이 특성이 다른 개인투자용 국채를 예적금처럼 개인들에게 팔아 넘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대행기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이 완료됐다. 프레젠테이션에는 증권사에서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 10여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들 참여 금융기관 가운데 1곳을 선정, 개인용 국채의 판매대행을 맡기게 된다. 

지난해 4월 국채법 개정을 통해 도입근거가 마련되자 증권사가 판매대행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증권사는 이미 개인 대상으로 채권을 판매해오면서 노하우는 물론 리스크 관리 경험까지 축적해온 상태여서다. 

증권사간 대결 구도에서 증권사와 은행간 대결 구도가 바뀐 것은 지난해 9월 은행권에서 기획재정부에 판매대행 가능 여부를 문의하면서다. 은행권은 '예대마진에 따른 이자 장사 비판에 직면하자 비이자이익 확대와 신규 고객 확보를 내세우면서 기재부에 참여 허용을 강력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증권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넓은 고객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개인용 국채를 더 잘 팔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 셈이다. 이 결과로 증권사와 은행들이 참여한 가운데 최종 프리젠테이션까지 끝나고 우선협상자 선정 만을 남겨두게 됐다. 

상반기 출시되는 개인투자용 국채는 총 발행 규모 1조원으로 10년물과 20년물 두 가지 종류가 계획되고 있다. 일반 국채와 달리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만기를 채우면 가산금리를 더한 복리를 적용받고 목돈을 만질 수 있다. 장기적인 자금 소요 관점에서 매입하고 기다릴 수 있는 이들이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다. 

하지만 일반 국채와 달리 만기 전까지는 사고파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중도환매시 이자소득 분리과세 등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예적금과 다르고, 일반 국채와도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개인투자용 국채를 판매하기 시작한 일본의 경우에도 이런 특성이 판매채널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입초기 판매대행기관으로 가장 많은 지점을 가진 우체국 한 곳을 운영하다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증권사들을 포함시켰다. 2003년 2조엔에 불과했던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는 증권사까지 포함된 2008년 3조8000억엔까지 확대됐다. 

가장 최근 실적인 2022년 총판매액 3조3000억엔 가운데 증권사가 54%인 1조8000억엔을 팔았고, 은행은 9000억엔으로 28%에 그쳤다. 우체국을 포함한 기타 금융기관이 나머지 6000억엔을 판매했다. 증권사가 은행 대비 1.95배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판매 순위도 1~5위 중 4개는 증권, 은행은 1개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는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 단일 국채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전문가 상담도 가능한 증권사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용 국채의 도입은 금융상품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취지이지만, 은행에서 매수 시 만기 10년, 20년짜리 단순 예적금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불완전판매 논란 재발 가능성을 지적했다.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ELS 사태로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이는 가운데 논란이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해야 온전히 이자도 받고,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은행 창구 판매 과정에서는 예적금처럼 이자에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으로만 팔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ELS의 피해사례를 보면 위험성을 포함한 상품 특성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나 설명 없이 그저 예적금과 비슷한 상품이라고 권유한 경우가 상당수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대행기관 선정은 판매전략과 운영능력으로 구성된 정성평가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며 "반복되는 금융상품 판매사고를 감안하여, 금융소비자보호와 리스크 관리능력이 제대로 갖춰진 금융사가 판매를 대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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