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무료로 전환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 무료 대중교통 프로그램은 증가하는 에너지 비용과 늘어나는 교통량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로 도시와 국가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채택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도로 교통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하는 경향이 늘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과 관계가 악화돼 발생한 유럽 에너지 대란도 한 몫 했다.
BBC, CNBC 등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들을 모아 보면 이탈리아 로마는 50년 전인 지난 1971년에 이미 무료 버스를 실험했다. 이벤트성이 아닌 정책 실험 차원이었으니 이것이 어쩌면 최초의 무료 대중교통 정책 아닐까 싶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은 1989년과 1990년에 무료 대중교통 서비스를 시도했다. 당시 오스틴은 미국 IT 스타트업의 메카였던 실리콘밸리의 대체 도시로 부상하는 단계였다. 실리콘밸리는 기술의 요람이었지만 높은 물가 등 의식주 비용의 과다로 인해 과거의 명성을 잃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미국에서는 또 캔자스시티가 버스와 전차에 대해 2020년부터 요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보스턴 시장 미셸 우는 3개의 무료 버스 노선을 시작으로 매사추세츠 시 전역에서 대중교통을 무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에서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이 2013년부터 무료 대중교통을 서비스를 시작했다. 탈린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스마트시티이기도 하다. 시골 버스 노선에서도 요금을 내지 않는다. 티켓이 없는 환승 서비스는 최근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됭케르크와 체코의 프리데크미스테크에서도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독일에서 시행됐다. 독일 정부는 올 여름 3개월 동안 매달 9유로의 비용으로 독일의 모든 도시 및 지역 대중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행 패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 단위에서 대중교통 요금을 완전 무료로 전환시킨 나라는 유럽에서도 가장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다. 2020년 2월 29일, 룩셈부르크는 모든 대중교통을 탑승 지점이 어디든 완전히 무료로 전환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기록됐다. 대중교통 중 일등석 표를 제외하고는 국경 내에서 버스, 전차, 기차를 타는데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다.
룩셈부르크에는 약 64만 명이 산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소득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룩셈부르크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 자동차로 고통받았다.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696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 차량 밀도가 가장 높다. 거의 10가구 중 9가구가 자동차를 가지고 있고, 10가구 중 1가구는 3대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낮은 관세와 세금은 룩셈부르크에게 EU에서 가장 싼 경유와 서유럽에서 가장 싼 가스를 공급했다. 작은 마을에도 페라리와 마세라티 대리점을 찾을 수 있다. 룩셈부르크 시 전역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2030년까지 인구가 69만 명을 돌파할 예정인 룩셈부르크는 자동차에 질식사할 위험이 있다. 대중교통을 무료화한 것은 자동차 소유와 운행을 줄이고 이들을 대중교통으로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블룸버그시티랩이 무료교통 시행 2년이 경과한 룩셈부르크를 다시 취재했을 때, 그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대중교통은 룩셈부르크처럼 작고 부유한 나라일수록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는 성공했다. 여행이 자유롭다. 젊은이들은 요금 없는 교통을 이용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카페투어, 맛집투어를 즐긴다.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룩셈부르크에서 일하지만 프랑스 등 인근 국가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연간 500유로 정도의 교통비가 절약된다고 한다. 통근 시간도 자동차 운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룩셈부르크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무료 교통에 긍정적이지만, 자동차 운행을 줄였다는 증거는 아직 거의 없다고 한다. 2022년 5월 기준, 룩셈부르크의 도로 정체는 위치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도입되기 전인 2019년 5월 수준과 거의 같거나 더 높았다.
그 이유는 무료 교통수단 자체가 사람들을 자동차에서 멀리하도록 유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동차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운전비용을 더 늘리고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관세와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2035년 교통량 예측에 따르면 룩셈부르크의 자동차 수는 인구 증가로 인해 2035년까지 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작정 세금을 높이는 정책은 룩셈부르크 정서에 맞지 않는다. 강력한 대체 교통수단이 사전에 마련되기 전까지는 운전자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생각을 우선에 둔다. 편리한 대로 마구잡이로 적용과 폐기, 변경을 반복하는 우리 정부가 곱씹어볼 대목이다.
룩셈부르크는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대중교통 확충 정책을 강하게 시행하고 있다. 2017년 개통한 룩셈부르크 시내 전차는 오는 9월 신규 증축이 시작된다. 2030년까지는 4개 노선이 추가된다. 환승 고통 서비스도 대폭 개선한다. 2035년 국가의 이동성 계획의 일환으로, 룩셈부르크는 14개의 주요 철도 개선에 착수하고 도로 계획을 재설계하며, 주요 도로에 급행버스 및 카풀 차선을 도입할 방침이다.
룩셈부르크의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국경 밖에서 살고 있다. 룩셈부르크 전체 노동력의 46%가 국제 통근자다. 약 11만 명이 프랑스에서 왔고, 독일과 벨기에에서 각각 5만 명이 출퇴근한다. 이는 룩셈부르크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국경 안에서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다. 교통요금 폐지는 룩셈부르크 이외의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통 보조금으로도 보인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2년을 경과한 지금, 룩셈부르크는 또 다른 선택의 시간이 오고 있다. 교통요금 무료만으로는 더 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데 미흡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소유와 운전에 대한 더 엄격한 제한이나 더 후한 주거 혜택이 따라주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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