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대중교통 폐기, ‘우버’ 모델을 공공 서비스로 도입해 성공한 도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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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가 운행하는 주문형 승차 서비스 차량. 사진=비아
비아가 운행하는 주문형 승차 서비스 차량. 사진=비아

우버나 리프트를 타는 것과 같은 주문 방법으로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면 어떨까. 주민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어쩌다 오는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전화로 대중교통을 주문하는 마이크로 트랜짓이 미국의 소도시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구 4만 9000명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윌슨이라는 작은 도시를 비롯해 미국 전역의 일부 도시와 마을들이 우버의 주문형 대중교통 모델을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공공정보를 전하는 비영리 미디어법인 npr이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Raleigh)에서 동쪽으로 약 88km 떨어진 윌슨은 2년 전 대중교통 버스 시스템을 주문형 미니밴으로 교체하는 조치를 취했다. 정책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주민들도 이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한다. 과거 윌슨에는 한 시간에 한 번 운행하는 다섯 개의 고정 버스 노선이 있었다.

윌슨의 도시계획 담당관 로저 렌츠는 "새로운 교통시스템이 주민들을 사로잡았다"면서 "현재 이 시스템은 도시의 100%를 커버한다. 그래서 이 주문형 교통 수단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주문형 밴의 승차 요금은 시내 어디든 가는 1달러 50센트로 고정돼 있다. 주민들은 전화 또는 모바일 앱으로 승차를 요청하면 원하는 지점까지 밴이 이동해 픽업한다.

렌츠는 윌슨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대체하는 연구에 수 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우버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화정하고 2020년 9월 교통 서비스 회사 비아(Via)와 제휴했다. 비아는 차량 운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밴, 운전자를 확보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는 처음부터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서비스 론칭 첫 주에 600회의 승차 주문이 있었고 다음 주에는 첫 주의 두 배로 급증했다. 현재는 일주일에 약 3700회 운행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주 1400회 정도 운행됐으나 현재는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 서비스는 특히 학생들의 등하교에 유용하다고 한다. 부모들이 업무와 가사로 바쁜 시간에 밴을 이용해 학교 정문 앞에서 집 앞까지 안전하게 태워 줌으로써 부모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밴이 직장과 가정 일을 지원하는 기능까지 겸하는 셈이다. 윌슨 시의 경우 주민 이동의 50% 정도가 직장으로의 출퇴근이다. 이들이 모두 주문형 밴 교통 시스템을 지지하고 있다.

미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도시가 주문형 버스를 활용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시애틀이나 아틀란타 등은 기존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유지하면서 연방 보조금을 사용해 버스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주문형 교통 버스를 시험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대중교통 컨설턴트 재럿 워커는 주문형 버스가 외곽 지역을 대중교통과 연결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도시라는 점 때문에 윌슨처럼 도시 전체를 주문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대도시의 혼잡을 증가시키고 비용이 많이 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윌슨의 주문형 밴 운영은 적자로 알려졌다. 렌츠는 연간 약 16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윌슨 시정부는 시민들의 편의성 증진을 감안하면, 그 정도의 적자 수준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60만 달러만 예산으로 부담하면 대중교통 시스템의 두 배 이상의 이동을 제공하고, 한 시간에 한 번밖에 운행하지 않던 버스에 비해 요청 후 15분에서 20분 이내에 픽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도시의 100%를 커버한다면 성공한 정책이라는 평가다.

윌슨 시는 주문형 밴 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버스들을 창고에 보관했지만 이제는 보관이 필요 없다는 판단 아래 이들을 경매로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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