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합병비율 조항 최대한 악용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두산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 강도높은 비판

글로벌 |김세형 기자 | 입력 2024. 07. 12. 16:50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두산밥캣의 두산로보틱스로의 이관을 결정한 두산그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현행 상장사 합병가액 산정 법 규정을 최대한 악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두산그룹은 지주회사 두산의 두산밥캣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계획대로 완료되면 ㈜두산-두산에너빌리티(30%)-두산밥캣 (46%)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는 ㈜두산-두산로보틱스 (42%)-두산밥캣 (100%)의 구조로 변경된다.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율은 기존 14% (30% X 46%)에서 42%로 크게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해준다. 전일 기준 두산밥캣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1배에 못 미치고, 두산로보틱스는 13배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저평가된 두산밥캣 주식을 가져가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2일 논평을 내고, 두산그룹이 밸류업에 얼음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포럼 논평] 밸류업에 얼음물 끼얹는 두산, 그리고 그걸 방관하는 자본시장법 (2024-07-12)

포럼은 "11일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주)두산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4개 회사가 일제히 대단히 복잡한 일련의 자본거래 공시를 냈다"며 "그리고 오늘 아침, 두산그룹의 승부수, 시너지를 알리는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두 지배주주의 관점"이라고 짚었다. 두산의 최대주주인 박정원 회장을 포함한 두산 일가 입장에서나 그렇다는 것이다. 

포럼은 "알짜인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70% 일반주주들도 당황스럽겠지만, 연 매출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이 넘는 상장회사 두산밥캣의 과반수인 54% 일반주주들은 어떤 상황에 처하는 것인가?"라며 "매출 규모가 두산밥캣의 183분의 1인 530억 원에 불과하고 무려 19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바꿔야 하는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포럼은 "작년 말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는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테마주 성격이 강하고, 작년 매출 대비 시가총액(PSR)이 100배 (아직 이익이 나지 않아 PER 계산은 불가능)가 넘는 초고평가 상태로서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런데 두산밥캣 주주는 그게 싫으면 그냥 최근 주가로 현금을 받고 주식을 회사에 팔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좋은 회사인데 주가가 낮다고 생각해서, 결국 본질가치를 찾아갈 것이라고 믿고 오래 보유하려던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로봇 테마주로 바꾸던지 현금 청산을 당하던지 양자 선택을 강요 받는 날벼락을 맞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포럼은 두산그룹이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포럼은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의 합병에서는 예외 없이 기업가치를 시가로 정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정확히는 직전 한 달, 일 주일, 전날 주가의 가중평균"이라며 "이는 누구나 엑셀 한 번만 돌리면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는 모든 재무적 기법을 제치고 상장회사의 기업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포럼은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로지 한국에만 있다"며 "작년 (2023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듯이,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상장회사라고 해서 주식시장의 시가만으로 합병에 필요한 기업가치를 산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가와 30%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다수"라고 반론을 폈다. 

포럼은 "우리나라 합병의 99%는 계열회사간 합병이고, 이 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같은 지배주주가 사실상의 의사결정을 하는 계열회사 사이에서 지배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시기와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 또는 주식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일반주주들은 회사 성장에 따른 수익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이게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포럼은 "진정한 밸류업은 바로 이런 거래를 근본적으로 막아야 비로소 가능하다"며 "실제 행동을 해서 모두가 기대하는 밸류업 기조에 얼음물을 끼얹은 것은 두산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이런 일을 누구도 저지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고 있는 것은 우리의 법과 제도,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이라고 금융당국을 성토했다. 

또 "게다가 주주에 대한 일반적인 충실의무, 보호의무도 없으니, 두산밥캣의 이사가 아무리 이 상황이 상식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이런 가격과 시기에 엄청난 고평가 테마주인 로보틱스 주식과 교환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이렇게 1주일이 멀다하고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새로운 기법이 나오는 한국의 자본시장에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보호의무와 같은 일반 원칙이 없으면 항상 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 밖에 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한편 사업구조 개편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12일 주식시장에서 두산그룹주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가져오는 두산로보틱스는 23.92% 폭등했다. 두산밥캣을 내주는 두산에너빌리티는 4.35% 떨어졌다. 거래 대상물인 두산밥캣은 장초반 급락세를 탄 뒤 급등세로 전환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5% 상승마감했다. (주)두산은 냉온탕을 오가다 1.86% 떨어진 23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들 주식 모두 거래가 급증했는데 주가 급변동이 발생하자 단타족들이 대거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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