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퇴치에서 기후대응·식량안보까지”…월드뱅크 역할 확대해야

글로벌 | 조현호  기자 |입력
 * 월드뱅크의 역할을 기후 대응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월드뱅크의 역할을 기후 대응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한 고위 금융 관리들이 워싱턴DC에서 열린 회의에서 세계은행(World Bank)이 기후 변화 대응의 선두에 설 수 있도록 기구를 재편할 것이라고 공언했다고 CNN, 로이터, 폴리티코를 비롯한 다수의 매체들이가 보도했다.

문제는 이들이 개편에 소요될 거액의 자금을 투입할 확고한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동적이다. 그리고 월드뱅크의 역할 확대는 조직에 미치는 진통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에서 열린 연례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빈곤 퇴치를 주된 역할로 하고 있는 월드뱅크가 이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식량 불안정, 에너지 위기와 같은 새로운 인류의 과제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월드뱅크의 일하는 방식이 대폭 확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세계의 전력망이나 자동차 등 산업 분야를 친환경으로 전환해 기후 변화를 해결하려면 수조 달러가 들어간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법만 해도 조 단위의 달러가 투입되는 예산이다. 옐런이나 유럽 각국은 당장 대규모 신규 지출은 원치 않는다.

여러 월드뱅크 동맹국들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제안된 월드뱅크 전면 개편은 실패할 것이며, 직원들은 기후 문제에 집중하는 것과 빈곤 퇴치라는 은행의 기존 업무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드뱅크의 미래에 대한 논쟁은 기후 변화를 실존적 위협으로 보는 정부조차도 돈 대기는 꺼린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결국 신규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이는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던 월드뱅크가 빈곤 퇴치 임무의 일부를 희생해야한다는 얘기다. 월드뱅크의 존재 가치를 흔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옐런은 "향후 10년 동안 최대 500억 달러의 추가 대출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상당한 기여를 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자금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월드뱅크 역시 빈곤국에 대한 자금 지원에서 기후 변화를 고려 항목으로 넣고 있다. 

월드뱅크의 개발 위원회는 지난 회계연도에 월드뱅크가 개발을 위해 115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지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 에너지를 촉진함으로써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동시에 빈곤에도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월드뱅크는 그러나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데 월드뱅크가 본격적으로 나서려면 2030년까지 2조 40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월드뱅크의 신임 총재로 지명한 인도계 아제이 방가도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월드뱅크 총재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선임하는 구조다. 미국이 예산의 절대 비중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월드뱅크가 회원국들로부터의 자금 유입을 필요로 할 수도 있지만, 국내 부채와 적자 위기를 감안할 때 미국이 지금 더 많은 현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월드뱅크가 너무 위험 회피적이어서 민간의 투자를 저해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런 위험 회피적인 운영 방시을 고치지 않고 월드뱅크의 역할을 키우는 것은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주장이다. 새로운 자본이 투입될 경우, 이미 다수의 개발도상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지분을 늘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중국의 입김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코로나19와 같은 심각한 감염병, 전 세계가 익히 알고 있는 기후 변화, 에너지 및 식량 안보의 불안과 같은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월드뱅크 주주들의 기여는 3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그런 점에서 월드뱅크 역할 확대론 역시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선진 각국의 과욕이라는 지적이다. 자금은 늘리지 않고 빈곤국의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는 이중적인 행위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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