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에서는 가정 및 직장 생활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무실로 주 4~5일을 출근하던 과거의 관행은 그야말로 ‘옛 것’이 됐다. 이제 주 3일 이상을 가정에 머물려 일하고 가정을 돌보는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업계에서는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로 통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 국가에서는 아직은 먼 이야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서울의 아침은 출근하는 직장인의 물결이 일렁인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직업 윤리와 문화가 바뀌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먼저 젊은 층들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대기업을 피하기 시작했다. 긱 이코노미의 부상이다. 정규직을 뿌리치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전문직이 크게 늘었다. 필요할 때 일하고, 원하는 때 쉰다. 변화하는 직업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변화는 전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진정된 후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할 것을 종용했지만 떠나는 직원 수가 더 많았다. 현장을 지켜야 하는 직종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도심은 공동화가 심각해졌고, 도심지 상권은 쇠락했다. 비즈니스의 중심지로서의 도심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시티 파리가 추진하는 ‘15분 도시’가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스마트시티로 꼽히는 주요 도시들이 파리의 15분 도시 개념을 차용해 적용한다. 도심지의 고층 빌딩에 대한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 사무 빌딩을 주상복합으로 개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파트 렌트 중개업자이자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렌트카페(RentCafe)가 관련 보고서를 최근 발표해 주목을 끈다. CNN, 악시오스 등 외신이 보도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피스 빌딩의 아파트 전환 리모델링이 증가, 지난해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주택 부족에 시달려 왔다. 불붙은 주택 경기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보기에 공실률이 높아진 사무실 빌딩을 재건축하는 것은 주택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렌트카페에 따르면 2020~2021년 동안 창고, 호텔, 헬스케어 빌딩 등 건물들의 아파트로의 전환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8~2019년 2년과 비교해 25%나 급증한 약 2만 8000건으로 급증했다. 그 중에서도 오피스 빌딩의 아파트 전환이 1만 1090건으로 무려 43%나 급증, 건수도 가장 많았고 증가율 또한 가장 높았다.
이 통계는 렌트카페의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플랫폼인 야디 매트릭스(Yardi Matrix)의 데이터를 집계해 분석한 것이다. 전국의 임대 현황이 모두 표시되기 때문에 리모델링 정보도 가장 빨리 수집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도 7만 7000개의 빌딩에 대한 아파트 개조가 진행 중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되면서 부동산 업계의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추가되는 아파트로의 전환은 더 늘어날 것이다. 장기 계약된 사무실 임대들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이들 역시 수 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로스엔젤레스,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 시정부도 이런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시정부는 건물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아파트로 전환할 경우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아파트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공동화되고 있는 도심 상업 지구가 거주와 일터가 공존하는 스마트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