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긱 이코노미의 부상, 직업관 바뀌고 사무실 개념 달라져…오피스 어버니즘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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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관이 바뀌면서 사무실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오피스 어버니즘이 뜨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직업관이 바뀌면서 사무실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오피스 어버니즘이 뜨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오피스 어버니즘(Office Urbanism)이란 창조적 영감을 이끌어내는 도시의 특성을 업무 공간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20세기 후반, 급격한 사회의 변화와 기술발전은 업무 조직과 방법에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이는 IT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이며 당시의 IT 기술은 PC와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맥을 같이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산업, 소위 굴뚝산업의 업무와는 전혀 다른 업무가 나타나게 되었다. 공장에서의 상품 제조는 이어졌지만 디지털 산업의 부상 속도는 타 산업을 압도했다.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고 통신 품질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산업은 제이(J)커브를 그리며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이룩하게 된다.

게임과 웹툰에서 시작된 콘텐츠 산업은 K-뮤직, K-드라마, K-팝, K-무비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디지털 문화 산업을 형성했다. 게임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어께를 견주는 수준이 됐다. 유통은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바뀌었고 사이버 공간을 비즈니스 영역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비즈니스가 주류가 됐다. 모두 창의성에 기반한 비즈니스다.

이러한 업무의 변화에 적합한 새로운 유형의 업무 공간이 요구됐고 오피스 어버니즘은 그런 트렌드 위에 형성됐다. 이 개념은 2010년을 전후해 사무실의 구성을 변모시키는 거대한 동력이 됐다. 개인 사무실이나 책상을 없애고 공유 공간을 늘리는 추세라든지, 직원들의 복지를 넓히는 공간의 확보 등이 붐을 이루게 됐다. 노래방, 카페테리아, 휴게실, 명상실, 독서실, 자녀 돌봄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회사의 정규 또는 계약직 임직원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이제 일터의 개념이 또 다시 바뀌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오피스 어버니즘이 대두되고 있다. 사람들이 정규직보다는 프리랜서로 대표되는 긱(Gig) 워커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정규직이라도 공간에서 자유로운 원격근무 형식을 선호한다. 이러니 사무실 개념이 다시 바뀔 수밖에 없다. 화이트칼라 직장이 받는 스트레스는 종전까지와의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

오늘날 작업 환경이 바뀐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지적될 수 있다. 세 가지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여 시너지를 냈다. 가장 먼저 제조업에서 지식 기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유행어로 대표된다. 이제 골목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둘째, 코로나19 대유행은 재택으로 대표되는 원격 근무를 일상화시켰다.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는 것이 워라벨의 전형으로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와 같이 사무실로 정시에 출근하는 습관에 다시 길들여지기를 원치 않는다. 출퇴근 지옥도 직장 상사와 마주하면서 불편해하는 것도 이제는 싫다. 그 결과로 세 번째, 많은 이들이 ‘위대한 체념’이라고 현상을 설명하듯이 사람들이 일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겼다. 긱 이코노미의 급성장이다.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하고 쉬고 싶을 때 무전여행을 간다. 저축이라는 개념은 머릿속에서 지운다. 집을 사는 것은 오래 전에 포기했다. 나의 지금의 시간을 즐긴다. 긱 워커들이 그렇게 산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바뀌니 사무실 역시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사무실은 더 이상 단순한 업무와 작업 공간이 아니다. 생활의 연장선 속에 존재한다. 사무실이 단순히 업무 방식이나 기존 조직의 권력 구조를 위한 수동적인 수용체일 수만은 없다. 변화를 가속화하고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업무와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공간이어야 한다. 사무실이 자체적이고 능동적인 힘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19가 터졌던 2020년 이전에도 일부 ‘Work-as-Lifestyle Office’을 추구하는 사무실도 있었다. 일상 생활과 같은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정글짐, 영화관, 탁구대, 맥주가 나오는 수도꼭지, 휴게실과 명상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사무실 환경은 기술 분야 업계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무실의 단점은 이제 명백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사업과 즐거움을 섞는 방법으로 자신의 거실에서 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이 즐겁고, 더 매력적인 사무실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놀이터나 생활 스타일의 공간은 이제 다시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층 건물이든, 창고 단지든, 푸르른 들판의 캠퍼스든, 많은 사무실 디자인의 특징은 주변으로부터 작업 환경을 물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차단하는 섬 효과다. 이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오늘날 우리는 재택이든 카페든 원격으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일 자체가 분산되어 왔기 때문에 이제는 개인 사업장과 공공 영역 사이의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바로 오피스 어버니즘이다.

전통적인 의미 대로 사무실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 및 인프라 통합을 통해 사무실을 도시와 더 잘 연결하는 아이디어도 포함될 것이다다. 오피스 어버니즘은 직장 자체를 일종의 도시, 즉 더 사적인 공간에서 더 공공적인 공간으로 다양한 행동과 경사가 있는 곳으로 이해한다. 근로자들이 그들 주변의 도시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분산된 사무실도 대표적인 오피스 어버니즘의 개념에 따른다. 기존의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작고 분산된 위성 사무실이다. 이는 한 곳에 집중된 거대한 사무실 타워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인다. 소음, 교통체증, 비싼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을 줄이고 반대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확산시킨다. 사무실에 설치됐던 놀이방은 공공의 공원으로 대체된다. 더 작은 건물 공간과 더 짧은 통근 시간으로 모두에게 윈-윈이다. 에너지도 당연히 절약되고 폐기물도 줄여 친환경에 부응한다. 오피스 어버니즘의 개념은 유리 상자 밖에서 생각해 온 디자이너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더 많은 선택지와 외부 환경의 활용 가능성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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