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대도시에서의 이탈은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였다. 스마트시티로 불리는 세계적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대체로 낮아졌지만 거래가 위축되지는 않았고 도시마다 편차가 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뉴욕부터 런던, 시드니까지 초저금리와 막대한 정부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은 근무처에 대한 제약이 없어지면서 일부 도시의 아파트 임대료가 폭락하고 대도시 교외 지역에서 부동산 입찰 전쟁이 발발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성격 자체가 특이하다. 서울의 경우 K-방역 효과도 컸지만 다양한 요인에 의해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기간 중에도 부동산 가격은 서울 전역에 걸쳐 상승했다. 이 글에서 검토하는 뉴욕과 런던은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지역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면적이 제한적이라는 특성이 작용한다.
보도에 등장하는 대도시들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통해 사무실, 술집, 식당, 박물관을 재개장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관광객들을 끌어오기 위한 개점 준비가 한창이다. 그렇다면 이들 도시의 현재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공통적으로 임대료는 코로나19 효과가 가장 분명한 부문이다. 일자리 감소가 확산된 곳은 부동산 임대료를 지불할 능력이 감소됐다. 유학생들이 사라졌다. 임대료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급 부동산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아 이 부문의 임대업자들은 대도시를 대거 이탈했다.
사람들은 거주 공간이 필수다. 많은 화이트칼라 직원들은 다시는 정규직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한다. 한때는 너무 멀게만 보였던 교외 지역들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일자리의 약 30~40%는 원격으로 할 수 없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취업 인구는 약 15%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의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는 회계사와 같은 고소득 전문가다. 폐쇄가 완화됐지만 주요 도시의 이동 패턴은 여전히 이전의 정상 수준을 밑돌고 있다.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억제한 시드니의 경우 도시 중심 사무실은 여전히 절반 정도가 비어 있다.
지난 30년 동안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국내 지역 시장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이 추세는 수십년 만에 깨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원상복귀하리라는 확신도 없다. 분명한 것은 과거 주변 또는 제2의 도시로 간주되었던 곳으로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일랜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당국이 이 추세를 계속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3월 말 원격 근무 허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원격 근무에 대한 세금 우대 조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런던
런던의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은 분명하다. 고급 부동산이 밀집한 지역의 임대료가 1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중개인들은 구매자들이 펜트하우스가 아닌 시골을 찾기 때문에 고급 부동산 판매는 앞으로 5년 동안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런던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맨체스터나 버밍엄과 같은 다른 영국의 대도시들에 비해 훨씬 뒤처지는 속도다. 런던 시장은 회복되는데 장기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전략클럽이 조사한 18~44세 연령층 4명 중 1명꼴로 런던을 영구 이탈했다고 답했다. 25세에서 34세 사이에서는 30%로 증가했다.
◆ 시드니
시드니는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한 도시다.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은 거의 없으며 뮤지컬 ‘해밀튼’은 연일 매진이다. 그러나 시드니 도심은 50%가 텅 비어 있다.
도심 아파트의 경우 유학생의 부재와 함께 최소한 재택근무가 허용됨에 따라 매매가와 임대료 모두 인하되고 있다. 반대로 교외지역은 매물이 없다.
시드니 전체 물가는 연초 이후 9.3% 올랐다. 부동산의 경우 해변과 가까운 값비싼 교외 단독주택들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 핵심은 라이프스타일이다. 시드니의 부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원과 넓은 부동산들이다. 시드니의 경우 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개인주택 가격은 오른다. 북쪽으로 500마일 떨어진 고급 휴가 도시인 바이런 베이와 같은 지역은 주택 가격이 작년에 37% 급등했다.
◆ 뉴욕
현재 뉴욕에서 가장 큰 가격 할인을 받고자 하는 주택 구매자들은 사무실 타워가 많은 지역으로 가면 가능하다.
미드타운 이스트에서는 1분기 부동산 가격이 평균 14% 떨어졌다. 감정사 밀러 새뮤얼과 중개사 더글러스 엘리먼부동산의 보고서에 따르면 맨해튼 전체 콘도의 97%가 호가 또는 그 이하의 가격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구매가 소폭 늘기는 했지만 예전으로 되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 체이스 등 유명 은행들은 “안전해지면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했지만 직원들은 상당수 정규직으로 복귀할 생각이 없다.
집값 하락과 아울러 임대로 인상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매달 신규 임대 계약 건수는 급증해 지난달 맨해튼에서만 2만 건의 임대 계약이 있었지만 임대로는 하향 추세다. 지난 1분기 가족주택 매매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44% 늘었다. 요컨대 건수는 많지만 가격은 하향하는 추세다.
◆ 싱가포르
폭이 30마일 밖에 되지 않는 싱가포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 곳에는 대규모 시골 주택도 없다. 대부분의 싱가포르 시민들은 아파트에 거주한다. 더 나은 시설을 갖춘 더 큰 아파트를 찾는 구매자들은 있지만 다른 도시처럼 극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에 있다. 민간 아파트 가격이 201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정부가 시장 안정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공 아파트들이 100만 싱가포르 달러(74만 3000달러)에 팔리고 있으며, 개인 주택의 판매는 거의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싱가포르의 저택에 해당하는 방갈로(단독주택) 가격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집 한 채는 최근 1억 2880만 싱가포르 달러에 팔려 가장 비싼 집 중 하나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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