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제안하고 주도하는 관광호텔 개조 임대주택이 관심사다. 찬반 양론을 둘러싼 정치권에서의 정쟁은 뜨겁다. 그러나 진영 논리를 떠나 주목되는 움직임인 것은 틀림없다.
2년 전 종로구의 베니키아 호텔은 원래의 비즈니스를 버리고 건물 용도를 임대주택으로 바꿨다. 리모델링을 거쳐 공공 임대주택으로 선회한 것이다. 당시 관계자들은 입지 좋은 도심 호텔을 공공주택으로 바꾸면 청년층의 주거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적극 반겼다. 연이어 대학가 관광호텔들이 용도를 변경해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작년 해가 저물 무렵, 호텔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적극 시행하겠다고 국토부가 발표한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LH는 고대 인근에서 관광호텔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 ‘안암생활’이라는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을 임대했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7만원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관광호텔의 객실 면적이 워낙 작아 가족이 거주하기에는 적당치 않다는 맹점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경우 쪽방촌 등을 대체하는 1인 또는 2인 거주 수단으로 활용하면 바람직하리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외국, 특히 미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사정이 달라 부동산의 유망 투자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상당수의 객실들이 주방까지 갖추고 있는 콘도형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집 구매를 모기지에 의존한다. 집세를 세 달 이상 밀리면 퇴거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로 근로자 수입이 급감한 지금, 은행에 집을 차압당하고 거리로 내몰린 홈리스들이 대거 늘어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창의적인 개발자들은 주거난 해소를 위해 호텔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유행으로 인한 가정 중심의 문화는 호텔업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지난 12월 주택담보 모기지론에서 호텔의 자비 부담은 18%까지 높아졌다. 1년 전에는 2% 미만이었다. 그만큼 자금 부담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는 역으로 투자자들에게 기회로 돌아왔다. 호텔을 헐값에 사서 저렴한 아파트로 바꾸는 작업이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여러 유력지들이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중급 규모 도시라면 주변 아파트는 호당 12만 달러를 호가한다. 그런데 호텔은 요즘 실당 3만~4만 달러면 구매 가능하다. 여기에 개축 비용 1만 달러를 투입하면 훌륭한 주택으로 바뀐다.
미국의 경우 스위트룸 호텔은 이미 주방이 구비돼 있기 때문에 개조가 더 저렴하다. 스탠더드 룸도 그렇게 많은 개축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합리적인 가격의 객실 주택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적당한 가격을 들인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은 미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 소위 C급 주택은 현재 전국적으로 96%, 중서부의 경우 99%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아파트보다는 주택을 선호하는데 현재 A급 아파트는 보통 이하 등급의 주택보다는 더 비싸게 형성돼 있다.
투자자들이 임대료 인상을 위해 노후 건물을 사들여 업그레이드하면서 C급 주택은 더욱 줄고 있다. A급과 C급 주택의 월세 차이는 평균 600달러 정도다.
호텔과 다세대 아파트의 경우 구역 지정이 다르기 때문에 거래가 까다로울 수 있다. 그러나 개발자들이 지방 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요즘은 상황이 더욱 개선됐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자체의 정책적 유연성이다. 한국은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용도 변경이 쉽지 않다. 관광지나 역세권은 더욱 그렇다. 특히 대학 인근이나 제조업 밀집지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의 인근 관광지나 역세권의 호텔 등을 지자체가 나서서 개발한다면 훌륭한 대체 거주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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