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맥쿼리자산운용의 가비아 공개매수가 무산됐다. 다만 공개매수 실패를 곧바로 가비아 M&A의 완전한 종료로 볼 단계는 아니다. 맥쿼리가 철수할지, 조건을 바꿔 다시 인수에 나설지, 가비아가 다시 상장사 상태에서 경영권 경쟁에 들어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18일 공개된 공개매수 결과를 보면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DCK)에 들어온 가비아 주식은 72만1413주에 그쳤다. 공개매수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했던 최소수량 326만7629주의 22.1% 수준이다. 최소선까지 254만6216주가 부족했고 DCK는 응모 주식을 한 주도 취득하지 않았다. 최소조건을 근소하게 넘지 못한 수준이 아니라 필요한 물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 결과다.
공개매수 실패는 창업주 지분 인수에도 직접 연결된다. 김홍국 공동대표 등 3명은 가비아 주식 327만248주(24.37%)를 주당 4만8000원, 총 1569억7190만원에 DCK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DCK가 공개매수에서 326만7629주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었다. 이 조건은 충족되지 않았다. 공개매수 결과보고서도 SPA가 해제될 수 있으며 세부사항은 향후 추가 공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계약을 당초 일정과 구조 그대로 종결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두 달 가까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도 최소 필요물량의 22%만 확보했다는 사실은 현재 가격과 거래구조가 필요한 수준의 주주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결과로 남았다. 맥쿼리가 가비아 인수 의지를 유지하더라도 같은 조건을 그대로 반복할 경우 성립을 낙관할 근거는 약해졌다.
4만8000원 재도전보다 ‘거래 재설계’가 먼저
첫 번째 시나리오는 맥쿼리가 거래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후속 합의 없이 SPA까지 해제되면 김홍국 대표 측의 24.37%는 그대로 남고 창업주들의 DCK 재투자와 맥쿼리·창업주 공동경영 구상도 실행되지 않는다. 가비아를 완전자회사로 만든 뒤 상장폐지하겠다는 계획 역시 전제가 사라진다. 이 경우 가비아는 공개매수 이전과 마찬가지로 김홍국 대표 측, 미리캐피탈, 얼라인파트너스 등이 대규모 지분을 나눠 가진 상장사 지배구조로 돌아간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맥쿼리가 조건을 바꿔 다시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이번 첫 번째 결과는 새로운 공개매수가의 출발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리캐피탈은 앞서 가비아의 주당 가치를 6만6200원으로 주장했고, 얼라인은 SOTP 방식으로 6만5400~7만9900원의 내재가치를 제시했다. 이 숫자들이 곧 적정 공개매수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맥쿼리가 주요주주의 참여까지 확보하려 한다면 향후 협상에서 가격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별위원회의 판단도 재도전의 조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특별위는 거래 목적이나 절차 자체에서 위법·부당성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독립적인 기업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당 4만8000원의 적정성을 판단하지 못했고 이사회에 중립 의견을 권고했다. 따라서 다시 같은 방식의 공개매수를 추진한다면 가격을 얼마로 높이느냐뿐 아니라 그 가격을 어떤 독립적 평가와 절차로 산출했는지가 함께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을 올리는 선택에는 자금 부담이 따른다. 기존 공개매수는 최대 980만5505주를 대상으로 자기자금 944억원과 미래에셋증권 차입금 약 3775억원을 조달하는 구조였다. 여기에 창업주 지분 인수대금까지 포함하면 최대 거래규모는 약 6276억원이었다. 최대 공개매수 물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매수가격을 주당 1000원 높일 때마다 필요한 공개매수 자금이 약 98억원씩 늘어난다. 가격 조정은 맥쿼리 펀드의 인수금융과 목표수익률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문제로 연결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창업주 측 지분 24.37%의 인수 조건 자체를 다시 협상하는 방식이다. 현재 SPA는 공개매수 성공을 선행조건으로 두고 있어 그대로 종결할 수 없지만, 양측이 기존 거래를 포기하고 별도의 조건으로 다시 계약하는 선택지는 이론적으로 남아 있다. 다만 DCK가 창업주 지분 24.37%만 인수하면 미리캐피탈의 약 24.2%를 근소하게 웃도는 단일 최대주주가 될 뿐 의결권 과반에는 크게 못 미친다. 당초 목표였던 완전자회사화와 상장폐지 거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경영권 투자로 바뀌게 된다.
이 경우 주주구조도 맥쿼리에 간단하지 않다. 미리캐피탈 24.2%, 얼라인 14.29%, 검슈마스터펀드 6.75%를 단순 합산하면 45%가 넘는다. 세 투자자가 공동행동하고 있다는 근거는 없지만, 맥쿼리가 창업주 지분만 넘겨받아 상장사 최대주주가 될 경우 이들과 주총에서 계속 마주해야 한다. 특히 검슈는 공개매수 종료를 앞둔 9월11일까지 장내매수를 이어가며 지분을 5.69%에서 6.75%로 늘렸다.
10월8일 주총이 ‘2라운드’…다시 열린 이사회 싸움
가장 먼저 돌아오는 승부는 10월 8일 임시주주총회다. 임시주총 의결권 기준일은 지난 9월 14일이다. 경영권 거래로 정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가비아의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기존 주주들의 표 대결로 돌아간 셈이다.
주총 구도는 공개매수 마지막 날 최세영 독립이사가 사임하면서 다시 바뀌었다. 최 이사가 빠져 현재 가비아 등기이사는 5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이사 정원을 5명에서 7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이 부결되더라도 한 자리는 곧바로 채울 수 있다. 그 한 자리를 놓고 얼라인 추천 곽준호 후보와 가비아 이사회 추천 강정수 후보가 경쟁한다.
정관 변경안까지 통과하면 이사회는 최대 7명으로 확대된다. 현재 4명에서 세 자리가 생겨 곽준호·강정수 중 한 명에 이어 얼라인이 추천한 조성문·엄태현 후보 선임안도 처리할 수 있다. 곽 후보가 강 후보를 앞서고 조·엄 후보까지 모두 선임될 경우 기존 전병수 이사를 포함해 얼라인의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인사는 7명 중 4명이 된다. 이는 추천 경로상 수적 과반이라는 의미이며, 개별 이사가 얼라인의 지시에 따라 의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표 대결에서 다시 주목되는 곳은 미리캐피탈과 검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는 미리캐피탈의 전략적 지지가 얼라인 추천 전병수·최세영 후보 선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두 후보는 각각 60%가 넘는 찬성으로 이사회에 진입했다. 검슈도 현재 6.75%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10월 주총에서는 주요 의결권 블록 가운데 하나가 됐다. 다만 두 주주가 이번 임시주총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는 아직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사회 구성이 바뀌면 M&A 자체가 다른 방식으로 다시 출발할 가능성도 있다. 얼라인과 미리캐피탈은 기존 공개매수 과정에서 잠재적인 다른 인수자를 확인하는 마켓체크나 경쟁 인수제안 절차를 요구한 바 있다. 공개된 자료에서 현재 맥쿼리 외 새로운 인수후보는 확인되지 않지만, 새 이사회가 독립적인 가치평가와 시장검증을 거쳐 매각 절차를 다시 여는 시나리오는 가능하다. 이 경우 ‘맥쿼리에 4만8000원에 파느냐’였던 질문이 ‘가비아 경영권을 누가 얼마에 살 수 있느냐’로 바뀐다.
아예 재매각을 추진하지 않는 경로도 남는다. 가비아가 상장사로 유지되면 쟁점은 다시 KINX와의 중복상장 구조, 자본배분과 주주환원, 과천·안산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가비아 주주에게 어떻게 귀속되는지로 이동할 수 있다. 얼라인이 가비아에 처음 주주행동을 시작한 배경도 중복상장에 따른 할인과 이사회 독립성 문제였다. 공개매수 실패가 M&A 이전의 지배구조 논쟁을 다시 살려내는 결과가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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