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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금 배상 쿠팡 vs 조건부 혜택 티빙…엇갈린 '보상의 품격'

명목 2만원과 체감가치 사이 간극 보상 설계는 기업 몫, 활용은 피해자 부담

오피니언 |최아랑 기자 | 입력 2026. 09. 15. 08:00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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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보상안을 제시한 것은 기업이지만, 쓸모를 따져야 하는 것은 피해자다. 티빙이 개인정보 유출 보상으로 내놓은 포인트는 일부 영화에만 쓸 수 있고, 시청 기능 개선은 유료 이용권이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 회사가 제시한 ‘체감가치 약 2만원’과 피해자가 실제로 누리는 혜택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티빙은 오는 9월 30일까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의 보상 신청을 받는다. 보상안은 해킹·피싱 안심보험 1년 가입과 5000원 상당의 티빙 포인트, 프리미엄 시청 기능 3개월, 엔터테인먼트 혜택으로 구성됐다. 엔터테인먼트 혜택은 웨이브 광고형 이용권 1개월과 CGV 콤보 5000원 할인 쿠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제한된 사용처와 유료 이용권 중심의 혜택

조건을 살펴보면 피해자마다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 확인된 포인트 사용처는 영화 포인트샵이다. 14일 기준 판매 중인 영화는 57편으로, 최신 작품은 지급되는 50P만으로 대여할 수 없었다. 드라마나 예능을 즐기던 이용자라도 포인트를 쓰려면 한정된 영화 가운데 볼 것을 찾아야 한다.

프리미엄 시청 기능은 기존 이용권의 화질과 동시 시청 대수, 다운로드 횟수를 높여주는 혜택이다. 이용권 자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광고형 이용자는 계속 광고를 봐야 하고, 유료 이용권이 없는 탈퇴·무료 회원은 별도로 구독해야 해당 기능을 쓸 수 있다.

기본 포인트와 안심보험, 엔터테인먼트 혜택은 구독 여부와 관계없이 제공된다. 다만 공통 혜택을 받더라도 시청 기능 개선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이는 남는다.

티빙은 프리미엄·웨이브 회원에게 이미 대안을 마련했다. 기존 프리미엄 회원은 이미 최고 등급의 기능을 이용 중이므로 포인트를 추가로 준다. 웨이브 이용권을 보유한 계정에는 이용권 대신 웨이브 코인을 제공한다. 이미 가진 상품을 또 받는 사람에게 실익이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유료 이용권이 없는 피해자를 위한 대안도 필요했다. 기존 프리미엄 회원과 상황은 다르지만, 기능 개선 혜택의 실익이 없다는 점은 같기 때문이다.

해외 배상 사례와 이어지는 소송… 실효성 있는 대안 필요

비슷한 상황에서 대안을 마련한 해외 사례도 있다. 2013~2016년 유출된 30억 개 계정과 관련해 2019년 확정된 미국 야후의 1억1750만달러 규모 합의에서는, 신용 모니터링 서비스 2년을 기본으로 제공하되 이미 유사 서비스를 이용 중임을 증명한 피해자에게는 현금 100달러를 대신 지급했다. 이미 가진 혜택을 다시 주는 대신, 그만큼의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돌려준 셈이다.

현재 보상안을 둘러싼 불만은 소송으로도 번진 상태다. 법무법인 지향은 지난 6월 이용자 1051명을 대리해 티빙을 상대로 1인당 3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마련한 보상안과 별개로 책임과 배상 범위를 법원에서 판단받겠다는 취지다.

조건부 혜택이 결국 현금 배상으로 뒤집힌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쿠팡은 지난 1월 개인정보 유출 보상으로 쿠팡·쿠팡이츠·쿠팡트래블·알럭스에서 쓸 수 있는 5만원 상당 구매 이용권을 지급했다. 자사 서비스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이용권이라는 점에서, 사용처가 제한된 티빙의 포인트와 비슷한 구조였다. 그러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7월 이 사건을 심의해 신청인들에게 1인당 현금 10만원 또는 쿠팡캐시로 별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자사 상품권 대신 현금성 배상을 택한 것이다.

보상을 보완하는 데 드는 비용과 기업의 재무 여력도 살펴볼 부분이다. CJ ENM의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티빙 매출은 14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4% 증가했다. 티빙 단독 수치는 아니지만 개선되는 흐름인 만큼, 피해자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보상에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

티빙의 보상 지급은 다음 달 6일부터다.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실질적인 혜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완할 시간은 남아 있다. 신뢰 회복의 기준은 회사가 계산한 금액이 아니라 피해자가 체감하는 실효성에 있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고객뿐 아니라 플랫폼을 떠난 피해자에게도 온전히 쓸모가 닿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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