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모험자본

정책 실적 쫓는 KB 유니콘펀드, 부실 투자 통제가 관건

계열사 전액 출자·KB증권 운용…독립성이 펀드 수익성 관건 KB증권 “투심위로 독립성 확보”

금융 |김한솔 기자 | 입력 2026. 08. 03. 10:56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KB금융그룹이 첨단산업 분야 유니콘 기업에 투자하는 ‘KB국민성장 유니콘 스케일업 펀드’를 결성한다. 계열사들이 전액 출자하고 KB증권이 운용하는 구조다. 정책 성과를 관리하는 그룹과 투자 수익을 책임지는 운용사가 같은 지붕 아래 놓인 만큼 KB증권이 독립적인 투자 판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펀드 성과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계열사 100% 출자…KB, 유니콘펀드 결성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총 1500억원 규모의 ‘KB국민성장 유니콘 스케일업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이차전지, 항공우주, 모빌리티, 로봇,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유니콘·예비 유니콘 기업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펀드다.

출자금은 KB금융 계열사들이 전액 부담한다. 운용사(GP)는 KB증권 PE성장투자본부가 맡는다. 외부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받지 않고 그룹 내부 자금과 운용 역량만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KB금융이 자체 펀드 결성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에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혁신기업과 첨단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와의 공동 출자나 동일 기업·동일 투자 라운드 참여가 금융지주의 생산적 금융 성과를 보여주는 주요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자금이 발굴한 기업에 민간 금융회사가 후속 투자하면 투자처 발굴 부담을 줄이면서 관련 실적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마다 국민성장펀드 관련 투자 실적을 주요 경영지표로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국민성장펀드가 투자한 기업에 동반 참여하면 정책 기조에 부응하면서 투자 실적도 쌓을 수 있어 선제적인 투자 수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외부 LP 없는 계열사 펀드…운용 독립성 관건

다만 출자자와 운용사가 같은 금융그룹에 속한 만큼 투자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과제로 남는다. 그룹이 관리하는 생산적 금융 실적과 운용사가 우선해야 할 투자 수익성이 충돌할 수 있어서다.

KB금융은 생산적 금융 공급 성과를 확대해야 한다. 반면 운용사인 KB증권은 사업성과 밸류에이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따져 자금 집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룹 차원의 실적 목표가 강조될수록 개별 투자안을 보수적으로 심사하거나 투자 기준에 미달하는 안건을 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부 출자자(LP)가 없다는 점도 내부 투자심의 절차의 중요성을 키운다.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외부 LP가 참여하는 펀드에서는 출자자가 운용사의 과거 성과와 투자 전략, 위험관리 체계를 검증한다. 운용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약정된 원칙을 벗어나면 후속 출자를 줄이거나 다른 운용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다.

반면 이번 펀드는 KB금융 계열사가 출자하고 KB증권이 운용하는 구조다. 출자자와 운용사가 모두 같은 금융지주 아래에 있는 만큼 외부 LP를 통한 견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투자 기준을 지키고 부적절한 안건을 걸러내는 실질적인 통제 역할은 KB증권의 내부 투자심의기구가 맡게 된다.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하면 회수 부담 커져

운용 독립성은 펀드 수익성을 좌우하는 변수다.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목표를 우선해 투자 집행을 서두를 경우 투자 타당성 검증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펀드는 유니콘·예비 유니콘 등 후기 단계 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후기 단계 기업은 초기 기업보다 사업모델과 매출이 검증돼 있지만, 이미 기업가치가 상당 폭 오른 상태에서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 가격이 높을수록 기업이 향후 충족해야 할 실적과 상장 기업가치도 높아진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 투자금 회수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공모시장이 비상장 단계에서 형성된 기업가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평가손실이나 회수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대규모 성장 자금을 공급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일부 기업은 정책 자금 유치에 대한 기대가 밸류에이션에 미리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단계에서 높아진 기업가치를 상장시장이 소화하지 못하면 펀드의 투자금 회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증권은 생산적 금융 정책에 동참하되 투자 수익성을 후순위에 두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이 펀드가 생산적 금융이라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은 맞지만 수익성을 후순위에 두는 구조는 아니다”며 “다른 펀드와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의 투자 수익 달성을 목표로 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운용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투자심의 절차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펀드의 투자 검토와 의사결정은 관련 내부 규정과 독립적인 투자심의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며 “개별 투자는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 수익성, 위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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